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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우고 글 쓰고 나누는 제 마음에 사랑이 흘러넘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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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와 호기심이란 키워드로 인간의 본질을 섬세하게 관찰한 에드거 앨런 포(1) 공포와 호기심이란 키워드로 인간의 본질을 섬세하게 관찰한 에드거 앨런 포(1)이 세상에는 공포 소설(horror fictions)이나 공포 영화(horror movies)를 좋아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요즘엔 공포 장르보다는 스릴러물(thriller genre)을 좋아하는 이들이 더 많다고 하지만, 여전히 공포물을 선호하는 이들이 건재합니다. 무시무시하고 으스스한 배경하에서, 귀신이나 좀비나 뱀파이어 혹은 보기 흉측하게 변형된 괴물이나 곤충들이 나타나, 끔찍하고 소름끼치는 파국적인 사건을 낳는 공포물을 선호하는 심리는 언뜻 이해하기 힘듭니다. 이 사실을 인식하기 때문인지 공포물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그러한 자기 경향을 드러내놓고 말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왜 사람들은 공포물에 끌릴까요?  -허구의.. 2023. 9. 1.
걸신들린 삶과 시인의 삶 걸신들린 삶과 시인의 삶 인생 60을 넘기고 보니 삶에는 두 가지 방향이 있다는 데 생각이 미칩니다. 첫째는 벌거벗고 태어났으니, 잘 먹고 잘 입고 좋은 데서 살기 위해 진력하자는 방향이 있습니다. 이 방향의 특징은 자족이 없다는 데 있습니다. 어느 정도 의식주가 해결되어도 탐욕이 발동하여 더 나은 사치스러운 의식주 환경을 추구하다 생을 마감합니다. 나는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로 가는가, 인생의 의미와 목적은 무엇인가라는 질문들은 거추장스럽기만 합니다. 둘째는 벌거벗고 태어났지만, 내 속에 부족한 것을 찾아 회복하는 데 주력하는 방향입니다. 이 방향의 특색은 가까운 미래에 대한 염려가 없다는 데 있습니다. 기본적인 의식주 해결을 위해 미래 계획을 구상하고 현재 주어진 일에 열심을 기울이지만, 근접한 미래에.. 2023. 8. 18.
유럽 식민주의의 단면을 통해 어두운 인간 내부를 조명하는, 조지프 콘래드의 “어둠의 속”(3) 유럽 식민주의의 단면을 통해 어두운 인간 내부를 조명하는, 조지프 콘래드의 “어둠의 속”(3) -인간성 상실: 본능에 굴복하여 인간 한계 넘기- 이 작품 속에는 제목인 “어둠의 속”(heart of darkness)이란 표현도 나오지만, “속의 어둠”(darkness of the heart)라는 어구도 등장합니다. 물론 그 은유적 표현들이 사용된 문맥에서는 각각 미지의 세계, 야만 세계의 중심을 가리키고, 그 중심이야말로 참으로 미개하고 야만적이라는 뜻으로 풀립니다. [예: “우리는 어둠의 심장부 속으로 점점 더 깊이 파고들었어.” / “어둠의 심장부에서 빠른 속도로 달려 나온 갈색 강물은 상류로 올라올 때의 두 배의 속도로 우리를 바다 쪽으로 들고 가더군.] 그렇지만 그 어둠이 또 다른 은유 역할을 함.. 2023. 8. 11.
배우고 글 쓰는 제 마음에 사랑이 흘러넘치게 하소서 배우고 글 쓰는 제 마음에 사랑이 흘러넘치게 하소서-블로그 네 살 생일을 맞이하며- 오늘로 “하늘과 땅이 만나는 성서인문학” 블로그가 네 번째 생일을 맞았습니다. 첫 글을 집필할 때 블로그가 이렇게 다양한 내용을 담은 장으로 전개될 줄은 몰랐습니다. 무엇보다 인문학과 성경이 서로 길항(拮抗)하는 관계에 놓인 것이 아니라, 상보(相補)하는 관계 속에 있다는 점을 다각도로 모색한 것이 보람 있었습니다. 그 구체적 실례로 서양 고전 소설 작가 23명의 작품들을 성서인문학적 시각으로 독해한 것은 앞의 보람이 더욱 영그는 과정이었습니다. 38편의 영문 설교가 담기게 될 줄도 꿈꾸지 못했습니다. 그리스도교를 겨냥하여 맹공을 퍼부은 버트런드 러셀의 유명한 연설문에 대해 5편의 평론을 제시한 것도 뜻하지 않은 수확이었.. 2023. 8. 1.
유럽 식민주의의 단면을 통해 어두운 인간 내부를 조명하는, 조지프 콘래드의 “어둠의 속”(2) 유럽 식민주의의 단면을 통해 어두운 인간 내부를 조명하는, 조지프 콘래드의 “어둠의 속”(2) -방랑자 찰리 말로의 최고 경험- 찰리 말로는 “뱃사람”이었지만, “방랑자”였습니다. 뱃사람이라면 의례 정착된 삶을 영위하지만, 그는 떠돌이 신세를 자처했다는 말입니다. 이리저리 세계를 떠돌며 여행하는 것도 즐겼지만, 그 기간 중에 보고 듣고 배운 것을 친구들에게 나누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6년간 동양을 여행하고 돌아와서는 빈둥거리며 지내고 바쁜 친구들 집을 방문해서는 “그들을 계몽시킨다는 거룩한 사명이라도 가진 사람”처럼 군 것을 보세요. 이런 그가 상아 교역소 책임자인 커츠를 만나기 위해 떠난 그 여행이 자기 생애에서 최장 항해이자 절정의 경험이었다고 고백합니다. 사건 자체는 “어둡고 비참하고, 그렇다고 .. 2023. 7. 26.
유럽 식민주의의 단면을 통해 어두운 인간 내부의 심연을 조명하는, 조지프 콘래드의 “어둠의 속”(1) 유럽 식민주의의 단면을 통해 어두운 인간 내부의 심연을 조명하는, 조지프 콘래드의 “어둠의 속”(1) -전 세계 국지적 분쟁의 장기화- 지난해(2022년)에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낳은 전쟁은 어디에서 벌어졌을까요? 전 세계의 이목을 독차지하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아닙니다. 에티오피아입니다. 2020년과 2022년 사이에 그곳에서 희생된 사망자 수는 60만 명으로 추산됩니다. 에티오피아 정부군이 티그레이 지역과 분쟁 중인 동안 에티오피아의 가장 큰 민족인 오로모족이 오래된 반란을 되살리면서 다른 민족을 고향에서 몰아내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은 그 나라에 거주하는 90개 이상이나 되는 민족 집단의 지도자들이 11개 민족 기반 지역 중 한 곳을 장악하기 위해 증오를 부추기는 경향의 한 단면일 뿐입니다. .. 2023. 7. 18.
혐오, 배제, 폭력의 문화를 돌파한 ‘습지 소녀’의 송가, 델리아 오언스의 “가재가 노래하는 곳”(3) 혐오, 배제, 폭력의 문화를 돌파한 ‘습지 소녀’의 송가, 델리아 오언스의 “가재가 노래하는 곳”(3) -습지에서의 인간 승리- 가족의 버림과 지역 사회의 혐오와 배제를 극복하고 ‘습지 전문가’로 거듭난 카야는 비범한 인물입니다. 어릴 때 자기를 ‘꼬마 돼지’ (little piggy)나 심지어 ‘닭똥’(chicken shits)이나 ‘닭똥 덩어리’(a bunch of chicken shits)같다고 생각하고, 아버지는 ‘똥돼지 젖꼭지만큼도 쓸모없는 것’(useless as tits on a boar hog)이라고 폄하하기도 했지만, 카야는 자기 길을 개척하여 자기 은사를 찬란하게 꽃피웠습니다. 지극히 열악한 환경을 돌파하고 자신의 세계를 확립한 카야의 삶 속에서 3가지를 주목하게 됩니다. 곁을 지켜 준.. 2023. 6. 29.
혐오, 배제, 폭력의 문화를 돌파한 ‘습지 소녀’의 송가, 델리아 오언스의 “가재가 노래하는 곳”(2) 혐오, 배제, 폭력의 문화를 돌파한 ‘습지 소녀’의 송가, 델리아 오언스의 “가재가 노래하는 곳”(2) -끈질긴 혐오와 고질적인 차별- 카야가 드나들던 바클리코브 마을은 1751년부터 정착이 시작된 곳입니다. 그 마을 자체가 습지와 바다로 인해 세상과 격리되어 있습니다. 무려 2백 년이 지났지만, “바깥세상과 이어주는 유일한 끈은 금이 간 시멘트에 구멍이 뿡뿡 뚫린 일차선 도로뿐이었습니다.” 이런 마을 안에 특정 사람들에 대해 근거 없는 혐오와 맹렬한 차별과 배제가 존재합니다. 그것들의 내용과 원인들을 살펴보면 이 마을은 하나의 소세계(小世界, microcosm), 즉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축도(縮圖) 역할을 하는 사회입니다. 예컨대 그 마을 안에는 백인 동네와 흑인 동네가 따로 있고, 백인 교회가 .. 2023. 6. 21.
혐오, 배제, 폭력의 문화를 돌파한 ‘습지 소녀’의 송가, 델리아 오언스의 “가재가 노래하는 곳”(1) 혐오, 배제, 폭력의 문화를 돌파한 ‘습지 소녀’의 송가, 델리아 오언스의 “가재가 노래하는 곳”(1) 지난 2018년 이스라엘의 론 밀로(Ron Milo) 교수가 주도한 국제공동연구진은 역사상 처음으로 지구상 모든 생물군 생체량(biomass)을 종합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PNAS”, 국립과학원회보). 한마디로 하자면, 지구상 모든 생명체 생체량[5500억 톤, 생명체 내 탄소량 계산]의 0.01%[6000만 톤]에 불과한 인간이 지난 세월 동안 야생 포유동물의 83%와 식물의 50%를 죽이고 파괴했다는 것입니다. 그 대신 자기들의 생존을 위해 개체 보전해 준 소, 돼지, 말 같은 가축이 전 세계 포유류의 60%를 차지하고, 닭, 오리 같은 가금류가 조류의 70%에 달하는 기형적 생태계를 .. 2023. 6.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