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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우고 글 쓰고 나누는 제 마음에 사랑이 흘러넘치게 하소서

오블완21

최고가 아니라도 괜찮아 최고가 아니라도 괜찮아소수의 유대인으로 시작된 그리스도교가 로마 제국을 정복했다. 역사적 신비 중 한 가지다. 그 과정의 선두 주자는 사도 베드로였다. 그렇지만 예루살렘을 넘어 로마 제국 각지로 복음을 나른 이 중에는 사도 바울이 으뜸이다. 이방인을 위한 사도의 대표 격으로 펼친 사역 여정이 사도행전에 고스란히 실려 있기 때문이다. 사도행전의 열린 결말을 고려해 보자면, 그의 배턴을 이어받아 선교의 장을 더욱 널리 확대한 이들이 존재했을 것이다. 그런데 기록상으로는 그 이후에 혁혁한 선교 여정을 시도한 이들이 거의 없었다. 역사학자 바트 어만에 의하면, 그 이후부터 첫 4세기까지 단 한 가지 선교 활동과 연관된 일화라도 알려진 선교사는 거의 없었다고 한다. 겨우 세 명정도 언급되어 있을 뿐이다. 즉 현재.. 2024. 11. 27.
성서인문학에 빚진 그리스도교 성서인문학에 빚진 그리스도교아직도 ‘성서인문학’(Biblical Humanities)이라는 표현을 접하면, 인상을 찌푸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신성한 하나님의 계시를 세상의 학문으로 혼잡하게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테다. 그렇지만 그들은 그리스도교 역사 가운데 철학이 신학에 끼친 선한 영향력에 대해 무지하기 십상이다. 성경이 우리에게 전달된 것 자체가 인문학적 연구 과정의 산물이라는 점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거의 없을 것이다. 한번 생각해 보라. 히브리어와 헬라어로 기록된 성경이 오늘날 한국어를 사용하는 우리에게 전달된 것이 누구의 덕일까? 수많은 인문학자의 서지학적 연구와 번역 덕분이다. 먼저 ‘에스라’에 대해 잠깐 살펴보자. 그는 히브리어로 기록된 다양한 구약의 계시를 집대성한 학사(scribe)였.. 2024. 11. 26.
우리가 살 길, 공생공락(共生共樂) 우리가 살 길, 공생공락(共生共樂)참나무 밑에서 소나무가 죽는다. 번성한 참나무가 햇빛을 독식하기 때문에 그 아래 있는 어린 소나무가 생장하지 못한다. 한편으로, 소나무는 참나무를 비롯한 다른 식물들의 성장을 방해한다. 그 뿌리에서 타감작용(他感作用, allelopathy) 물질인 갈로타닌(gallotannin)이라는 독한 물질을 내뿜어, 그 주변에서 다른 식물들이 자라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 두 나무는 경쟁 관계에 놓여 있다. 각각 서로 다른 생태적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침엽수(conifer, 바늘잎나무)인 소나무는 햇볕을 많이 받아야만 자라는 양수(陽樹)인 데 반해, 활엽수(broadleaf, 넓은잎나무)인 참나무는 볕을 적게 받아도 잘 자라는 음수(陰樹)다. 소나무는 영양분이 부족하거나 .. 2024. 11. 25.
날마다 꽃이 되는 인생 날마다 꽃이 되는 인생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아야 하듯이, 내일 할 일을 오늘 하지 말아야 한다. 요즘 들어 더 절실하게 깨닫는 점이다. 지난날을 돌이켜 보아도 이 교훈이 맞다. 오늘 할 일도 이미 넘치는데, 내일 할 일을 미리 오늘로 가져올 필요가 어디 있는가? 게다가 내일 할 일 중에는 일어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일도 존재한다. 이런 종류의 일은 오늘로 가져올 수도 없다. 미리 미래의 일에 대해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경우를 말한다. 백해무익하다. 그런데도 자꾸 사로잡히는 것은 습관이다. 그 걱정되고 두려운 생각 앞에 ‘교통순경’을 세우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아무리 바빠도 ‘교통순경’이 멈추라고 하면 바로 그 자리에 서듯이, 갈지자를 걷는 내 생각을 세워주는 ‘교통순경’이 필요하다.. 2024. 11. 24.
검정과 하양은 한 뿌리다 검정과 하양은 한 뿌리다우리나라 정치, 경제 지형의 혼동을 야기한 주범은 개념의 혼동이다. 아니, 그 개념의 혼동을 이용한 자들이다. 민주주의의 반대어가 사회주의라고 인식하는 이들이 많다. 과연 그럴까? 사실상 민주주의(democracy)는 정치적 용어로서, 그 반대어는 독재(autocracy)나 권위주의[authoritarianism, 군사 정권처럼 강력한 중앙 집권과 제한된 정치적 자유, 반대 의견의 억압이 특징인 정부 형태]다. 사회주의(socialism)는 경제적 용어로서, 그 반대어는 자본주의(capitalism)다. 즉 민주주의와 사회주의는 서로 범주가 다른 개념이라는 말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그동안 우리나라 사회에서는 마치 민주주의의 반대어가 사회주의인 것처럼 주장되고 수용되었다. 특히 .. 2024. 11. 23.
운전자를 버리고 달리는 기차 운전자를 버리고 달리는 기차사람은 이성으로만 사는 게 아니다. “사람은 빵으로만 살 것이 아니다”라는 신약성경 한 구절(마태복음 4:4)을 패러디한 것이다. 빵이 삶의 기본 양식이지만 사람에게는 그 이상의 것이 필요하듯이, 이성이 인격의 주된 골격을 이루긴 하지만 사람에게는 그 외의 것들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 이성과 합리적 사고를 절대시한 시절이 있었다. 그 이전의 역사와 전통을 구태의연하고 아무 쓸모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이성과 과학적 논리를 신격화한 시대였다. 그 시대가 인류사의 근대를 열었고, 지금까지 그 시대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그 근대를 탈피해서 새로운 시대를 열자는 열망이 세계 곳곳에서 분출하는 듯하지만, 근대의 존재감은 여전히 압도적이다. 아직도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들이 이 .. 2024. 11.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