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블완6 그리움은 갈망이다 그리움은 갈망이다지난날이 그리울 때가 많다. 아니, 선의가 넘치는 배려와 오래 묵은 신뢰가 한데 녹아든 지난날의 장면들이 그립다. 나이가 많이 들어서일까? 특히 지난 두세 주간 그런 그리움이 진하게 밀려왔다. 외국에서 살던 때 이런 기분이 들면, 고향에 대한 향수나 가족과 절친들에 대한 그리움인 줄 알았다. 잠시 귀국해서 고향도 방문해보고, 가족과 절친들을 자주 만나게 되면서, 이 그리움이 많이 해소된 게 사실이다. 그 만남에서 얻은 위로와 격려가 다시 외국으로 돌아가서 살아갈 수 있는 동력이 되었다. 이제는 외국 생활을 접고 귀국한 상태여서, 고향이나 그분들을 더 자주 접할 수 있는 처지가 되었다. 적어도 1년에 두 번은 정기적으로 만나고, 전화를 통해서나 그 외의 일로 만나 회포를 풀 기회가 여러 차.. 2024. 11. 12. 양날의 검, 정보의 바다 양날의 검, 정보의 바다모두가 정보의 바다에 빠져 있다. 인터넷 기반에다 개인용 컴퓨터와 각자가 하루에 2,000번 이상 만진다는 스마트폰이 온 세상에 보급된 결과다. 여기에다 최근에는 챗지피티까지 가세한 형국이다. 인류가 이제껏 축적한 정보 대부분이 이 바다 속에 담겨 있다. 지금부터 약 30년 전 내가 박사 과정을 밟을 때와 비교해 보면 가히 천지개벽의 수준의 변화가 도래한 셈이다. 그 시절은 전문 서적 한 권, 연구 저널 한 편을 얻기 위해 다른 대학 도서관까지 전전해야 했던 시대였다. 그곳에 관련 자료가 없으면, 그것으로 끝이었다. 설령 그 자료가 발견되어도, 그것을 개인적으로 확보해서 활용하려면 복사하는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인터넷 접속만 되면 된다. 일정한 요금이 들긴 하겠지만, 내가 필요로.. 2024. 11. 11. 성경이 천동설을 지지한다? 성경이 천동설을 지지한다?그리스도교와 성경에 대한 오해가 많다. 그리스도교가 주름잡던 중세 시대를 암흑 시대라고 한다든지, 그 당시 사람들은 지구가 둥근지 몰랐다든지, 그들은 성경에 근거해서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고 믿었다는 것들이 그 사례다. 이 세 가지 사례 모두 오보(misinformation)나 허위정보(disinformation)에 해당한다. 중세를 암흑 시대로 일컫은 사람들은 계몽주의에 도취된 일부 지식인들이었다. 이성과 과학을 맹신한 나머지, 그리스도교 신앙이 지배한 중세를 모든 이성의 빛이 완전히 차단된 시대로 깎아내린 것이다. 그러나 역사의 연속성을 인정하는 역사학계는 중세를 근대국가의 토대로 이해한다. 중세에도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지속적으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역사가인 이언 모티머(Ia.. 2024. 11. 10. 미리 크리스마스 미리 크리스마스태양이 아침부터 작렬한다. 며칠 전 꺼내 입었던 내복을 다시 벗어야 할 판이다. 어제까지는 따뜻한 기운이 그렇게 그립더니, 단 하루만에 다시 태양을 기피하게 된다. 이런 내 변덕도 며칠, 아니 하루도 가지 못 갈 게다. 이미 가을이 확연히 자리 잡았으므로, 이내 햇볕 비추는 곳을 찾아다닐 것이다. 이번에 새로 이사온 아파트에서 기대하는 것 중 하나가, 겨울에 햇볕이 베란다는 물론 거실 안쪽 깊숙이 들이비추는 상황이다. 다육이를 비롯한 화초들도 살고, 아직도 동남아 기후에 젖어 사는 우리도 살고. 그곳에서 무려 약 25년[유학 기간 포함]을 보낸 우리 가족은 아직도 우리나라 기후가 낯설기만 하다. 특히 기나긴 겨울이 지내기 힘들다. 거제도를 장기 거주지로 선택한 이유 중 하나가, 이곳 겨울이.. 2024. 11. 9. 우연과 섭리 우연과 섭리 언젠가 영어 성경으로 빌레몬서를 읽다가 깜짝 놀란 적이 있다. 19절 때문이었다. “나 바울이 친필로 쓰노니 내가 갚으려니와 네가 이 외에 네 자신이 내게 빚진 것은 내가 말하지 아니하노라."(I, Paul, am writing this with my own hand, I will repay it (not to mention to you that you owe to me even your own self as well).) 빌레몬의 집에서 도망쳐 나온 오네시모를 다시 돌려보내면서, 사도 바울이 빌레몬에게 부탁하는 문맥이다. 오네시모가 그에게 빚진 것이 있으면 자기가 갚겠다면서 한 말이다. 그러면서 슬쩍 한 마디 덧붙인다. "빌레몬, 너도 내게 빚졌다는 걸 알고 있지?"라고 말이다. 빌레몬이 .. 2024. 11. 8. 나는 선택이다 나는 선택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도널드 트럼프가 카멀라 해리스를 이겼다. 초접전일 거라는 소문과는 달리 트럼프의 압승이었다. 그 문제적 인물을 다시 자신들의 지도자로 뽑은 미국인들을 이해하기 힘들다. 민주주의와는 그 대척점에 서 있는 인물이라는 점이 이미 확인되지 않았는가. 그래도 그들은 그를 자신들의 지도자로 선택했다. 이제부터 그 선택의 결과가 하루하루 눈 앞에 펼쳐질 것이다. 미국인들을 심판할 자격이 내게는 없다. 우선은 그들의 선택을 존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두 사람 중 한 사람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 중에 이런저런 사안들을 재어 보며 자신들의 인격을 건 결과가 아닌가. 그 각 사안이 자신들의 삶 가운데 얼마나 중대한 지는 그들이 잘 알 것이다. 다음으로 그들의 선택과 그 대안에 대한 정.. 2024. 11. 7.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