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식민주의의 단면을 통해 어두운 인간 내부의 심연을 조명하는, 조지프 콘래드의 “어둠의 속”(1)
-전 세계 국지적 분쟁의 장기화-
지난해(2022년)에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낳은 전쟁은 어디에서 벌어졌을까요? 전 세계의 이목을 독차지하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아닙니다. 에티오피아입니다. 2020년과 2022년 사이에 그곳에서 희생된 사망자 수는 60만 명으로 추산됩니다. 에티오피아 정부군이 티그레이 지역과 분쟁 중인 동안 에티오피아의 가장 큰 민족인 오로모족이 오래된 반란을 되살리면서 다른 민족을 고향에서 몰아내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은 그 나라에 거주하는 90개 이상이나 되는 민족 집단의 지도자들이 11개 민족 기반 지역 중 한 곳을 장악하기 위해 증오를 부추기는 경향의 한 단면일 뿐입니다. 여기에다 격동을 겪고 있는 이웃 4개국(에리트레아, 소말리아, 남수단, 수단)에서 피난 온 수십만 명의 난민이 그곳에 둥지를 틀고 있는 와중에 에리트레아는 에티오피아 정부와 맞서 싸우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 보세요.
에티오피아만 이런 상황에 놓인 것이 아닙니다. 전 세계적으로 2001년부터 2010년까지 매년 약 5개 국가에서 두 번 이상의 전쟁 또는 반란이 동시에 발생했지만, 현재는 15개 국가가 그런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더구나 이들 국가 중에는 전 세계적인 문제인 분쟁의 지속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아프리카에서 세 번째로 큰 수단은 현재 국가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 군 최고 책임자가 민병대 두목과 격렬하게 싸우는 장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사실상 1956년 독립 이후 기간 대부분을 내전으로 고통받았습니다. 현재 이 나라에서는 동쪽, 서쪽, 남쪽에서 분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4월 중에 일어난 전투와 혼란상은 잘 알려지지 않은 지구적인 재앙(underreported global calamity), 즉 전쟁의 장기화를 보여줍니다. 예컨대 전 세계적으로 1980년대 중반에는 평균 13년 동안 분쟁이 지속되었지만, 2021년에는 그 기간이 20년으로 증가했으니까요.
왜 이렇게 분쟁 지역의 전쟁이 장기화될까요? 시사주간지 “The Economist”는 네 가지 이유를 제시합니다. 첫째는, 복잡성(complexity)입니다. 주로 가난한 지역에서 내전의 양상을 띠고 발생하는 전쟁은 수많은 호전적인 집단이 만족해야 하는 필요조건에다 외국군까지 개입하는 현실로 인해 여간 복잡한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둘째로, 범죄성(criminality)입니다. 거의 모든 내전이 권력을 통해 부도덕한 자들이 부를 획득하려는 부패한 국가에서 발생할 뿐 아니라, 범죄 네트워크가 세계화됨에 따라 반군 세력들이 마약이나 다이아몬드를 세탁하는 것이 더 수월해졌기 때문입니다. 셋째는 기후변화(climate change)입니다. 내전은 덥고 가난한 나라에 집중되어 있고, 가뭄이나 홍수로 인해 농부들이 이재민이 되어 다른 민족이 사는 땅으로 이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면책 분위기(a new atmosphere of impunity)입니다. 강대국들이 반인도적 범죄를 범하고도 면책받는 분위기로 인해, 군소 강대국들이 국제법을 무시해도 된다는 결론을 내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리하여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새로운 전쟁의 물결이 일기 시작되어, 전투로 인한 사망자가 증가함에 따라 그 정확한 숫자를 측정하기 어려운 정도입니다. 그 희생자 대부분이 전투 자체가 아니라 배고픔과 질병으로 인한 것이라는 점도 뼈아픈 대목이지만, 전 세계적으로 고향을 떠나야만 했던 난민의 수가 10년 만에 두 배로 증가하여 약 1억 명에 달한다는 통계는 믿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콩고민주공화국의 경우-
이 많은 분쟁 지역 가운데 콩고민주공화국(Democratic Republic of Congo)의 사례를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이 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현저하게 방치된 대규모 전쟁의 현장입니다. 1940년대 이후 그 어느 분쟁보다 유혈 사태가 더 많이 발생했지만, 이것보다 더 완전히 무시된 분쟁은 거의 없었으니까요. 아프리카 8개국이 관여된 콩고 내전(1차: 1996-1997년 / 2차: 1998-2003년)은 아프리카의 세계대전으로 불릴 정도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많은 사상자를 냈습니다. 2차 분쟁으로만 약 100만~5백만 명이 사망했으며, 대부분 분쟁으로 인한 굶주림과 질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에 덧붙여 시리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약 550만 명의 콩고 주민이 고향을 떠나야 했습니다. 집을 떠나지 않은 주민들조차도 강도, 강간, 살인을 서슴지 않는 무장 괴한들의 출현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약 120개의 무장 단체가 금과 다른 천연자원을 차지하기 위해 지역 주민들을 위협하고 서로 싸우며 군대와도 싸우고 있으니까요. 이 무수한 단체들은 토지, 자원 및 근접한 무장 단체에 대항하여 자신들을 보호하려는 욕구와 연관된 장기적이고 분열된 갈등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작가인 제이슨 스턴스(Jason Stearns)가 "아프리카 전쟁의 새로운 얼굴"(new face of African warfare)이라고 부르는 양상이지요. 국가 대 국가의 전쟁, 혹은 분리주의자나 정부를 전복하려는 반군이 개입된 전쟁도 아닌 독특한 분쟁 양상을 띤 투쟁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에 덧붙여 현재에도 콩고의 광물 자원을 차지하기 위해 개입한 이웃 국가들의 간섭이 여전합니다. 이러한 콩고의 무법 상태는 약 3억 명의 인구로 구성된 동아프리카 공동체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콩고 분쟁을 멈출 주된 책임은 콩고 정부에 있고 그 치료책도 동아프리카 국가들을 비롯한 국제 사회의 참여에 달려 있다는 점이 분명하지만, 그 병폐의 시발점은 식민지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전 세계의 숱한 유럽 식민지역 중에 콩고만큼 심한 억압을 받은 식민지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작은 옥좌에 앉은 큰손 투기꾼”으로 불리던 벨기에 왕 레오폴드 2세(1835-1909)는 영국인 헨리 모턴 스탠리(Henry Morton Stanley, 1841-1904)를 후원한 것을 빌미로 콩고로 들어가 “콩고 자유국”(Congo Free State)을 설립했습니다. 그는 1885년부터 1908년(사망하기 1년 전)까지 벨기에보다 거의 80배나 큰 콩고 분지를 자기 사유지로 통치하는 중에, 원주민들을 노예로 부리고 그들에게 엄청난 학대를 가하면서 고무와 상아를 비롯한 소중한 자원들을 수탈해갔습니다. 그 기간 중에 콩고 인구의 절반인 약 1천만 명이 형벌과 영양실조로 사망했습니다. 특히 온 나라를 거대한 고무 농장으로 만들어 두고, 주민들에게 야생고무나무의 액 할당량을 정해 준 후에 그것을 달성하지 못하면 처형하거나 손, 발, 코를 잘라 처벌한 결과였습니다. 별다른 이유 없이 두들겨 맞아 죽은 사람도 부지기수였습니다. 당시 벨기에인 감독관은 군인들이 처형과 상관없이 총알을 낭비하지 않도록 죽인 사람 수만큼의 손을 제출하게 했다고 하지요. 결국 잘린 손을 담은 바구니가 화폐로 통용되어, 군인들은 이 화폐를 죽은 자 혹은 산 자에게서까지 마음대로 거두어갔습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이러한 만행이 공식적인 자선 명목으로 진행되었다는 점입니다. 소위 ‘콩고 자유국’을 소유한 것은 레오폴드가 설립한 “국제 아프리카 협회”라는 자선 단체였고 그 자선의 내용은 콩고 주민들의 “문명화”였습니다. (톰 필립스, "인간의 흑역사") 그곳의 참혹한 현실과 주민들의 반항에 대한 레오폴드의 무자비한 진압이 널리 알려지면서, 많은 유럽인이 이러한 학대에 반대하면서 레오폴드가 자행한 인권 유린의 중단을 계속 요구했습니다. 이런 국제적인 압력으로 인해 1908년, 레오폴드는 그 나라를 벨기에에 넘겨주어야 했습니다. 그때 ‘콩고 자유국’은 "벨기에령 콩고"(Belgian Congo)로 개명되었다가, 1960년 “콩고민주공화국”으로 독립할 때까지 식민지로 남아있었습니다.
이러한 배경 지식에 주목하면서 이번엔 조지프 콘래드(Joseph Conrad, 1857-1924)의 “어둠의 속”(Heart of Darkness, 1899)을 독해하겠습니다. 이 소설은 유럽 무역회사에 고용된 한 증기선 선장이 콩고에서 그 회사의 가장 성공적인 상아 무역상을 찾아 배를 타고 가면서 겪는 기이하고 참혹한 경험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 선장과 함께 “어둠의 속”으로 향하는 그 여정 속에서 역설적이게도 언필칭 유럽이 외친 ‘문명’(civilization)과 ‘자제력’(restraint)에 대한 관념을 뒤집는 현실과 영적 세계를 발견하게 됩니다.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Francis Ford Coppola) 감독이 만든 “지옥의 묵시록”(Apocalypse Now, 1979)에 영감을 준 것이 바로 이 책이었습니다. (번역은 문예출판사<이덕형 역> 것 활용함.)
-줄거리-
“지상에서 가장 크고 가장 위대한 도시”(the biggest, and the greatest, town on earth)이자 “지상에서 가장 어두운 곳 중 하나"(one of the dark places of the earth)인 런던의 템스강에 유람 요트 넬리 호(THE NELLIE, A cruising yawl)가 닻을 내려 정박해 있다. 그곳에 탑승한 승객 중 한 명인 찰리 말로(Charlie Marlow)는 친구들에게 상아 무역 회사의 강을 운항하는 증기선 선장이 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6년 동안 동양의 이곳저곳을 여행하고 돌아온 후에 빈둥거리며 지내다가 자기가 꼭 가 보고 싶었던 곳을 갈 기회를 탐색하던 때의 이야기다. 어렸을 때 말로는 지도, 특히 아프리카의 “공백의 땅”(a blank space)에 매혹되었다. 특히 지도에서 “똬리를 푼 커다란 구렁이”(an immense snake uncoiled) 같은 아프리카의 콩고강(Congo River) 이미지가 말로를 매료시켰다. 숙모의 연줄이 닿아 그곳에서 무역하던 유럽 회사(the company)와 연결이 되어, 콩고강을 운항하는 “1페니짜리 기적이 달린 보잘것없는 하천 증기선”(a two-penny-halfpenny river steamboat with a penny whistle)을 맡게 된다. “해외에 거대한 제국을 운영하고 무역으로 끝없는 돈을 벌어들인다고들”(to run an oversea empire, and make no end of coin by trade) 하는 그 회사는 말로 선장이 살아서 유럽으로 귀환할 것을 예상하지 않는다.
말로는 프랑스 증기선을 타고 아프리카로 향한다. 항해 도중 승객 몇 명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채 죽고, 선원들은 정글을 향해 맹목적으로 포를 쏘는 프랑스 군함에 편지를 전달하며, 선원들은 열병으로 죽어간다는 소식을 듣는다. 바다에서 한 달을 보낸 말로는 콩고강 하구에 도착한다. 경사진 곳을 걸어 내려가다 그늘진 곳을 산책하려던 말로는 그 근처에서 진행 중인 철도 공사에서 일하다 중상을 입고 죽어가는 아프리카인들로 가득한 곳을 발견하고 경악을 금치 못한다. 말로는 폐허가 된 회사의 출장소에서 열흘을 기다려야 했다. 말로는 흠잡을 데 없이 단정하게 차려입은 회사의 회계 주임을 만나 커츠 씨에 대해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는 존경받는 일급 대리인으로서 매우 중요한 출장소를 책임지고 있으며 아프리카 대륙 내부에서 상아를 조달하는 데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인물이라는 것이었다. 회계사는 커츠가 장차 크게 출세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출장소에 도착한 지 열흘 후, 말로는 60명의 대상을 따라 자신이 지휘할 증기선이 있는 중앙 출장소(Central Station)로 출발한다. 2백 마일(약 320킬로미터)을 걸어서 이동하는 험난한 여정이 시작된 지 2주만에 출장소에 도착한다. 출장소에서 그는 자신의 증기선이 사고로 난파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총지배인이 커츠의 출장소가 위험에 처했고 커츠 소장이 병들었다는 소문을 듣고 불안감을 느껴, 말로가 올 때까지 기다릴 수 없어 그의 배를 타고 강을 거슬러 올라가다가 출발한 지 3시간 만에 좌초된 것이다. 말로는 강에서 배를 건져내고 배를 수리하기 시작하지만, 도구와 교체할 부품이 부족해 수리가 지연되자 말로는 그 지연 시간 때문에 좌절한다. 중앙 출장소에 머무는 3개월 동안 말로는 그곳에서 벽돌 제조업자 행세를 하는 야심찬 젊은 귀족을 만나게 되는데, 그는 말로가 유럽에서 자기 경력을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인맥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말로는 그의 방에서 천을 휘감고 눈을 가리고 타오르는 횃불을 들고 가는 여인을 그린 유화 한 점을 발견한다. 귀족은 커츠가 이 중앙 출장소에서 내륙 출장소로 보내지기 위해 기다리는 동안 그렸다고 설명한다. 그는 커츠가 “연민과 학문과 발전과 그 밖에 셀 수 없이 많은 여러 가지를 전파하는 사도”(an emissary of pity, and science, and progress, and devil knows what else)라고 묘사하면서, 장차 승승장구할 것이라고 예견한다. 총지배인과 그 귀족이 커츠에게 위협을 느낀다는 점이 분명해진다. 어느 날 총지배인의 삼촌이 대상을 몰고 도착한다. 자기들을 “엘도라도 탐험대”(Eldorado Exploring Expedition)라고 부르지만, 중앙 출장소의 다른 요원들과 마찬가지로 오로지 “대지의 창자에서 금은보화를 찢어내는 일이 그들 욕망의 전부였다.”(To tear treasure out of the bowels of the land was their desire) 그 무리의 우두머리가 바로 그 총지배인의 삼촌이었다. 자기 증기선에 누워 있던 말로는 총지배인과 삼촌이 커츠에 대해 나누는 대화를 엿듣게 된다. 커츠의 도덕적 비전과 그가 보낸 엄청난 양의 상아가 두 사람을 괴롭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지난 9개월 동안 커츠의 소식은 없었고, 그가 아프고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는 소문만 돌았다. 삼촌과 그의 조카는 이것이 기후와 결합되어 커츠의 종말이 되기를 희망한다.
증기선 수리를 마친 말로는 커츠 출장소로 향하는 여정을 떠난다. 이 배에는 지배인과 다른 요원 몇 명, 그리고 내륙에서 온 식인종들(cannibals)이 승선하고 있었는데, 이들은 수적으로 열세인 말로와 다른 백인들을 공격하지 않는다. 말로는 유속이 느린 강에서의 위험한 항해 때문에 증기선이 고장날까 봐 늘 두려움에 떨며 나아간다. 울창한 정글과 잔인한 정적은 배에 탄 모든 사람을 소름 끼치게 만든다. 가끔씩 보이는 원주민 마을의 모습이나 북소리는 배에 탄 사람들을 미치게 만든다. 때때로 강변에서 원주민을 만나면 말로는 그들과 ‘우월한’ 백인들의 차이점과 유사점을 떠올리며 생각에 잠긴다. 말로와 선원들은 연료용 장작더미가 쌓여 있는 오두막에 도착해 그 장작이 자신들을 위한 것이고 조심스럽게 접근하라는 메모가 적힌 판자를 발견한다. 오두막에서 말로는 항해술에 관한 낡은 책 한 권도 발견하는데 암호로 보이는 메모가 여백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 책을 갖고 간다. 여정은 내륙 출장소에서 약 8마일(약 13km) 떨어진 곳에서 하룻밤 동안 멈춘다. 아침이 되자 배는 짙은 안개에 휩싸인다. 갑자기 큰 외침이 들리자 백인들은 총을 준비했지만, 증기선은 화살의 공격을 받고 조타수가 사망한다. 말로가 기적을 반복해서 울려 공격을 멈추게 한다. 조타수의 시신을 난간 너머로 던진 말로는 백인들뿐 아니라 식인종들의 비난을 산다. 말로는 너무 늦게 와서 커츠를 만나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을 느끼면서 조심스럽게 증기선을 조종해 통로를 통과한다.
커츠의 내륙 출장소에 가까워오자 한 커츠의 열렬한 팬이 말로 일행을 맞이하면서 증기선에 승선한다. 그는 길을 잃은 상태에서 우연히 커츠의 출장소를 발견한 러시아 젊은이였다. 알고 보니 이전 오두막에서 말로가 발견한 항해술에 관한 책 주인이었다. 그 후로 그는 커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가 겪은 두 번의 병을 간호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쉽지 않았다. 처음에 커츠가 자기에게 소량의 상아를 넘겨주고 떠나지 않으면 그를 쏴 죽이겠다고 협박했기 때문이다. 그는 상아를 커츠에게 넘겼지만 그곳에 남기로 결정한다. 말로는 커츠가 매우 아프다는 사실뿐 아니라, 원주민들이 커츠를 숭배한다는 점을 알게 된다. 커츠가 협박과 무력을 사용해서 원주민들이 자기를 두려워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를 신과 같은 존재로 여긴다. 내륙 출장소에 가까워지자 말로는 원주민의 두개골이 울타리 기둥의 장식품으로 줄지어 놓인 것을 본다. 원주민 한 무리가 덩치가 컸지만 병으로 인해 유령처럼 보이는 커츠를 들것에 실어 해안가로 다가온다. 원주민들이 자기를 증기선에 태우지 못하게 하자, 그는 자기 목소리만으로 원주민들을 막는다.
그의 측근들이 커츠를 증기선으로 옮겨 선실에 눕힌다. 원주민들은 해안에 모여들었는데, 그중에 보석과 부적으로 장식된 아름다운 여성 한 사람이 있었다. 그녀는 팔을 하늘로 들어 올린 다음 몸을 돌려 정글 속으로 사라진다. 말로는 러시아 청년을 통해 그녀가 커츠의 집을 정기적으로 방문했으며 그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또한 그는 자기가 납치될까봐 커츠가 증기선 공격을 명령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러시아 청년은 커츠의 사업을 방조한 혐의로 회사가 자기를 죽이려 한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고, 말로는 그에 관해 교수형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확인해준다. 그래서 그 청년은 그들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그는 말로에게 커츠의 명성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출장소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조용히 해달라고 부탁한다. 자정이 지나자 말로는 커츠가 사라진 것을 발견한다. 말로는 원주민 캠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커츠가 기어가는 것을 발견한다. 자기가 품고 있던 “엄청난 계획”(immense plans)을 이루기 위해 돌아가고 깊다는 커츠를 말로가 설득해서 증기선으로 데리고 온다. 다음 날 말로는 다시 강을 따라 내려갈 준비를 한다. 다음날 배가 출항할 시간이 되자 원주민들이 해안에 모인다. 그 아름다운 여인이 다시 나타나 소리를 지르자 다른 원주민들도 동참한다. 그들의 말을 알아들은 커츠는 그리움과 증오의 표정을 지으며 침대에 누워 있다. 말로가 기적을 몇 번 울리자 원주민들은 두려움에 떨며 뿔뿔이 흩어졌지만, 그 여자만 흔들림 없이 해안에 남아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커츠는 말로에게 자신의 업적과 부의 계획을 이야기하며 몇 시간 동안 시간을 보낸다. 여행 도중 커츠의 건강이 악화된다. 증기선이 고장나 수리를 위해 정박해 있는 동안 커츠는 말로에게 서류 뭉치와 사진 한 장을 건네며 잘 보관해 주고 관리자에게는 비밀로 하라고 부탁한다. 말로가 커츠와 대화를 나눌 때 거의 죽어가는 그가 약하게 속삭이는 소리를 듣는다. "어떤 영상, 어떤 환영을 향해 속삭임으로 외치던"(cried in a whisper at some image, at some vision) 울부짖음이었다. "무서워! 무서워!"(The horror! The horror!) 잠시 후 지배인의 아들이 승무원들에게 커츠가 죽었다고 발표한다. 다음날 말로는 커츠의 순례자들이 진흙 구덩이에 “무언가”(something)를 묻을 때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유럽의 “무덤 같은 도시”(the sepulchral city)로 돌아온 말로는 문명화된 세상에 대해 비통함과 경멸을 느낀다. 그 무역 회사의 한 직원이 커츠가 맡긴 서류를 찾으러 왔지만, 말로는 거부하면서도 ‘야만적 풍습의 폐지’(the ‘Suppression of Savage Customs’)에 대한 커츠의 보고서를 내어준다. 유럽으로 돌아온 지 1년 후 말로가 커츠의 약혼녀를 찾아갔을 때, 그녀는 커츠가 사망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깊은 슬픔에 빠져 있었다. 말로는 그녀에게 커츠의 개인적인 편지와 사진 한 장을 남긴다. 그녀는 말로에게 커츠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말에 대해 묻는다. 자기에게는 간직하고 살아갈 무엇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면서. 말로가 이렇게 응답한다. “그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말은-당신의 이름이었습니다.”(The last word he pronounced was—your name.) 커츠는 공정함(justice)만을 원한다고 말했지만, 말로는 사실대로 말해 줄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너무나 어두운(too dark) 일이 되었을 거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말로의 이야기를 다 들은 일행 앞에는 “지구 맨 끝까지 뻗어가는 (템스강의) 수로가 잔뜩 찌푸린 하늘 아래에서 음산하게 흐르고 있었는데, 거대한 어둠의 속(the heart of an immense darkness)으로 흘러드는 것 같았다.” (끝)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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