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時)-장기적 시간 관점을 품으라27 원행(遠行)과 근거리 여행 원행(遠行)과 근거리 여행지난달 말에 가족과 함께 순천을 다녀왔다. 열흘 전에는 강의차 대구를 방문했다. 순천까지는 1시간 40분이 걸렸고, 대구까지는 2시간 반이 걸렸다. 자가용 여행일 경우에 2시간이 넘으면 한번은 쉬어가야 한다. 2시간이 넘지 않으면 별로 멀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런데 이 2시간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여겨지는 때가 있다. 너댓 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달릴 때이다. 거제도에 살면서 가장 멀리 간 것은 양평까지였다. 5시간 반이었다. 그곳을 가다 보면, 2시간 반쯤은 가뿐히 넘어간다. 대구까지의 물리적 거리가 달라진 것은 없지만, 심리적 거리가 그만큼 짧아진 덕이다. 장거리 여행을 할 때, 단거리 경유지까지 가는 게 별로 힘들지 않게 느껴지는 것이 다른 영역에도 적용된다. 긴 기간.. 2024. 12. 16. 겨울이 온다 겨울이 온다아침, 저녁으로 바깥바람이 매섭다. 겨울이 오고 있다는 징조다. 9월 예보는 이번 겨울이 이전 해보다 더 춥겠다고 했지만, 최근 예보는 평년과 같거나 약간 높을 것이라고 한다. 그래도 겨울은 겨울일 테다. 한 가지 거는 기대는 이곳 거제도가 윗지방보다 최소한 몇 도는 더 높다는 점이다. 춥되 즐거운 마음으로 견딜 수 있을 만큼이면 족하다. 추위보다 더 염려스러운 것은, 경기가 진작에 얼어붙어 많은 분들이 격심한 고통에 처해 있는 현실이다. 대기업도 어려운 터널을 통과하고 있다고 하니, 서민들의 생활이야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간 어렵게 버텨온 자영업자들의 곡소리가 전국 각지에서 요란하다. 돈이 여유가 있다면, 밖에서 외식도 많이 하고 다양한 곳에서 소비도 많이 하고 싶지만, 그저 마음뿐인 현.. 2024. 11. 19. ‘사탄의 맷돌’에 갈리는 젊은이들 ‘사탄의 맷돌’에 갈리는 젊은이들여행 유튜버 한 사람이 미국 뉴욕 시에 갔다. 그곳 물가를 소개해 주는데, 장난이 아니었다. 몸살 걸려 클리닉에 가서 진료를 10분간 받고 150불[=20만 원]을 지불하고, 약값은 따로 40불[=55,000원]을 냈다. 미용실에 파마를 하러 갔더니 그 비용 209불에다 팁을 41불 덧붙여 주어야 했다[=총 33만 원]. 커트 한 번에 300불을 받는 곳도 있다고 하니, 비싼 편이 아니라고 한다. 빵집에 들러 베이글 샌드위치 하나에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23.81불[=33,000원]을 냈다. 간단한 아침 식사 한끼 가격이 이 정도다. 그곳에서 최근에 입사한, 펜실베이니아 대학 출신 한국 직원의 원룸 아파트를 방문했더니, 월세가 3,125불[=433만 원]이었다. 그 직원의.. 2024. 11. 17. 내 인생에 불행이란 없다 내 인생에 불행이란 없다불행하다고 말하고 싶을 때, 잠시만 생각해 보라. 무엇 때문에 불행한지, 그것이 정말 불행한 것인지 말이다. 부자가 아니라서? 권력이 없어서? 인기가 없어서? 혹은 건강이 좋지 않아서? 부자가 아니라는 게 문제라면, 얼마가 없어서 불행한가를 따져 보라. 권력이 없다는 게 원인이라면, 무슨 권력을 원하는지 물어보라. 인기가 없는 게 문제라면, 어느 정도의 인기를 끌어야 만족할지를 자문해 보라. 혹은 건강 문제라면, 어느 정도 건강해야 하는지도 질문해 보라. 그다음으로 한 가지만 더 생각해 보라. “그대에게 지금 남아 있는 행운 중에서 아주 작은 일부라도 가질 수 있다면, 하늘에라도 오르기라도 한 듯이 기뻐할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 것인지를 한 번 생각해 보라.” 서울 강남 부자들만큼 .. 2024. 11. 14. 그리움은 갈망이다 그리움은 갈망이다지난날이 그리울 때가 많다. 아니, 선의가 넘치는 배려와 오래 묵은 신뢰가 한데 녹아든 지난날의 장면들이 그립다. 나이가 많이 들어서일까? 특히 지난 두세 주간 그런 그리움이 진하게 밀려왔다. 외국에서 살던 때 이런 기분이 들면, 고향에 대한 향수나 가족과 절친들에 대한 그리움인 줄 알았다. 잠시 귀국해서 고향도 방문해보고, 가족과 절친들을 자주 만나게 되면서, 이 그리움이 많이 해소된 게 사실이다. 그 만남에서 얻은 위로와 격려가 다시 외국으로 돌아가서 살아갈 수 있는 동력이 되었다. 이제는 외국 생활을 접고 귀국한 상태여서, 고향이나 그분들을 더 자주 접할 수 있는 처지가 되었다. 적어도 1년에 두 번은 정기적으로 만나고, 전화를 통해서나 그 외의 일로 만나 회포를 풀 기회가 여러 차.. 2024. 11. 12. 일상의 성화에 자양분을 공급하는 ‘천사의 빵’, 단테 알리기에리의 “신곡”(4) 일상의 성화에 자양분을 공급하는 ‘천사의 빵’, 단테 알리기에리의 “신곡”(4)-내가 단테다-“신곡”을 읽으며 제가 접한 최대의 반전은 단테가 베아트리체를 만나는 장면입니다. 그토록 사모하던 그녀를 만나게 되면, 얼마나 애틋한 사랑의 교감이 이루어질까 궁금해하던 차였습니다. 그 호기심과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그를 만난 베아트리체는 여왕처럼 의젓한 자태로 근엄하게 한 마디 던집니다. 그것은 결코 오랫동안 헤어졌다가 다시 만난 애인의 말투나 고백이 아니었습니다. “나를 잘 보아요. 나는 진정 베아트리체요. / 그대는 어떻게 이 산에 오르게 되었지요? / 여기 행복한 사람이 있다는 걸 몰랐어요?”(연옥-30곡) 즉 인생의 길을 잃은 단테가 어떻게 감히 죄가 설 자리가 없는 축복의 영역, 이 성스러운.. 2024. 9. 13.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