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배우고 글 쓰고 나누는 제 마음에 사랑이 흘러넘치게 하소서

아(我)-나를 알라54

최고가 아니라도 괜찮아 최고가 아니라도 괜찮아소수의 유대인으로 시작된 그리스도교가 로마 제국을 정복했다. 역사적 신비 중 한 가지다. 그 과정의 선두 주자는 사도 베드로였다. 그렇지만 예루살렘을 넘어 로마 제국 각지로 복음을 나른 이 중에는 사도 바울이 으뜸이다. 이방인을 위한 사도의 대표 격으로 펼친 사역 여정이 사도행전에 고스란히 실려 있기 때문이다. 사도행전의 열린 결말을 고려해 보자면, 그의 배턴을 이어받아 선교의 장을 더욱 널리 확대한 이들이 존재했을 것이다. 그런데 기록상으로는 그 이후에 혁혁한 선교 여정을 시도한 이들이 거의 없었다. 역사학자 바트 어만에 의하면, 그 이후부터 첫 4세기까지 단 한 가지 선교 활동과 연관된 일화라도 알려진 선교사는 거의 없었다고 한다. 겨우 세 명정도 언급되어 있을 뿐이다. 즉 현재.. 2024. 11. 27.
‘내 능력치의 최대한’으로 자족하자 ‘내 능력치의 최대한’으로 자족하자누구에게나 자신이 가야 할 길이 있다. 운명이 아닌 소명의 길이다. 시간이란 테스트를 통과한 자기 인식이 가리키는, 자기만 가야 하는 진로 말이다. 흔히 자기 능력이나 은사를 통해 그런 소명이 드러나기도 하지만, 대개는 자기 마음속에 오랫동안 자리 잡은 소원이나 열망을 통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만일 자기 직업이 그런 소명과 직결된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그야말로 ‘vocation’(직업)이 ‘calling’(소명)이 되는 경우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피아니스트 임윤찬처럼, 평생 피아노나 바이올린 연주하는 것이 꿈인 음악가들은 얼마나 행운아들인가. 일전에 그 책을 읽은 정지우 작가와 같이, 글쓰기 직업을 갖고 있으면서 글쓰기를 좋아하는 문필가들도 얼마나 복.. 2024. 11. 21.
우연과 섭리 우연과 섭리 언젠가 영어 성경으로 빌레몬서를 읽다가 깜짝 놀란 적이 있다. 19절 때문이었다. “나 바울이 친필로 쓰노니 내가 갚으려니와 네가 이 외에 네 자신이 내게 빚진 것은 내가 말하지 아니하노라."(I, Paul, am writing this with my own hand, I will repay it (not to mention to you that you owe to me even your own self as well).) 빌레몬의 집에서 도망쳐 나온 오네시모를 다시 돌려보내면서, 사도 바울이 빌레몬에게 부탁하는 문맥이다. 오네시모가 그에게 빚진 것이 있으면 자기가 갚겠다면서 한 말이다. 그러면서 슬쩍 한 마디 덧붙인다. "빌레몬, 너도 내게 빚졌다는 걸 알고 있지?"라고 말이다. 빌레몬이 .. 2024. 11. 8.
다이너마이트 같은 부적응자들의 서사로 자기만족을 깨뜨리는 플래너리 오코너(4) 다이너마이트 같은 부적응자들의 서사로 자기만족을 깨뜨리는 플래너리 오코너(4) -부적응자의 섬뜩한 진리 선언: “그 사람이 모든 것을 흔들었어요.”-오코너의 작품 속에서 폭력적 행위나 충격적인 발언을 매개로 우리 안에 잠복해 있는 자기만족과 독선을 무너뜨리는 주인공들은 뜻밖의 인물들입니다. 아마도 그들을 포괄할 수 있는 영어 단어가 바로 “좋은 사람은 드물다”에 등장하는 ‘부적응자’(The Misfit)를 가리키는 ‘misfit’과 “성령의 성전”(A Temple of the Holy Ghost)에 나오는 ‘freak’(기인 혹은 미치광이로 번역됨)일 것입니다. 전자의 의미는 ‘다른 모든 사람과 행동이 매우 달라서 다른 사람들에게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사람’이고, 후자의 의미는 ‘행동이나 태도가 대다수.. 2024. 11. 1.
다이너마이트 같은 부적응자들의 서사로 자기만족을 깨뜨리는 플래너리 오코너(3) 다이너마이트 같은 부적응자들의 서사로 자기만족을 깨뜨리는 플래너리 오코너(3)-자기만족과 자기의(自己義)가 빚은 비극: “당신이 대체 뭔데요?”-앞에서 토마스 머튼이 언급한 ’타락과 불명예‘는 인간의 ’오만과 독선‘과 직결됩니다. 인간의 타락은 근원적으로 자신을 창조한 하나님께 반항하고 불순종하면서, 자기 생각에 옳은 대로 행동에 옮긴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인간의 분수를 벗어난 주제넘은 행위요, 흙으로 빚어진 자신의 본성에 반하는 불명예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오코너가 폭력을 동반한 서사로 열어 밝히려 했던 것이 바로 이러한 인간의 근원적인 자기만족(self-sufficiency)과 자기의(自己義, self-righteousness)였습니다. 이미 논의한 내용을 통해서도 어느 정도 드러나 있지만, 두드.. 2024. 10. 26.
다이너마이트 같은 부적응자들의 서사로 자기만족을 깨뜨리는 플래너리 오코너(2) 다이너마이트 같은 부적응자들의 서사로 자기만족을 깨뜨리는 플래너리 오코너(2) -폭력을 매개로 하는 은혜와 진리의 계시: “내 다리 내놔!”-폭력적인 인간의 죄성에 대한 계시>플래너리 오코너의 단편 소설 31편에는 거의 항상 폭력이 등장합니다. 작가가 이렇게 자주 폭력을 매개로 한 소설을 쓴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째 이유는, 인간의 내부에 폭력적인 경향성이 있다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서입니다. 오코너의 단편 소설에 등장하는 폭력의 주체들과 폭력의 내용들을 한번 주목해 보세요. 성가시게 구는 사람에게 핸드백을 휘두르거나(“오르는 것은 모두 한데 모인다”), 듣기 싫은 소리를 남발하는 사람의 얼굴을 책으로 가격하고 목을 조르거나(“계시”), 논쟁하던 타인을 손으로 치거나(“이발사”), 아버지가 자기 말을 듣지.. 2024. 10.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