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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우고 글 쓰고 나누는 제 마음에 사랑이 흘러넘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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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과 하양은 한 뿌리다 검정과 하양은 한 뿌리다우리나라 정치, 경제 지형의 혼동을 야기한 주범은 개념의 혼동이다. 아니, 그 개념의 혼동을 이용한 자들이다. 민주주의의 반대어가 사회주의라고 인식하는 이들이 많다. 과연 그럴까? 사실상 민주주의(democracy)는 정치적 용어로서, 그 반대어는 독재(autocracy)나 권위주의[authoritarianism, 군사 정권처럼 강력한 중앙 집권과 제한된 정치적 자유, 반대 의견의 억압이 특징인 정부 형태]다. 사회주의(socialism)는 경제적 용어로서, 그 반대어는 자본주의(capitalism)다. 즉 민주주의와 사회주의는 서로 범주가 다른 개념이라는 말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그동안 우리나라 사회에서는 마치 민주주의의 반대어가 사회주의인 것처럼 주장되고 수용되었다. 특히 .. 2024. 11. 23.
운전자를 버리고 달리는 기차 운전자를 버리고 달리는 기차사람은 이성으로만 사는 게 아니다. “사람은 빵으로만 살 것이 아니다”라는 신약성경 한 구절(마태복음 4:4)을 패러디한 것이다. 빵이 삶의 기본 양식이지만 사람에게는 그 이상의 것이 필요하듯이, 이성이 인격의 주된 골격을 이루긴 하지만 사람에게는 그 외의 것들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 이성과 합리적 사고를 절대시한 시절이 있었다. 그 이전의 역사와 전통을 구태의연하고 아무 쓸모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이성과 과학적 논리를 신격화한 시대였다. 그 시대가 인류사의 근대를 열었고, 지금까지 그 시대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그 근대를 탈피해서 새로운 시대를 열자는 열망이 세계 곳곳에서 분출하는 듯하지만, 근대의 존재감은 여전히 압도적이다. 아직도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들이 이 .. 2024. 11. 22.
‘내 능력치의 최대한’으로 자족하자 ‘내 능력치의 최대한’으로 자족하자누구에게나 자신이 가야 할 길이 있다. 운명이 아닌 소명의 길이다. 시간이란 테스트를 통과한 자기 인식이 가리키는, 자기만 가야 하는 진로 말이다. 흔히 자기 능력이나 은사를 통해 그런 소명이 드러나기도 하지만, 대개는 자기 마음속에 오랫동안 자리 잡은 소원이나 열망을 통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만일 자기 직업이 그런 소명과 직결된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그야말로 ‘vocation’(직업)이 ‘calling’(소명)이 되는 경우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피아니스트 임윤찬처럼, 평생 피아노나 바이올린 연주하는 것이 꿈인 음악가들은 얼마나 행운아들인가. 일전에 그 책을 읽은 정지우 작가와 같이, 글쓰기 직업을 갖고 있으면서 글쓰기를 좋아하는 문필가들도 얼마나 복.. 2024. 11. 21.
성서인문학은 비빔밥이다 성서인문학은 비빔밥이다성서인문학은 ‘퓨전요리’(fusion cuisine)가 아니다. 퓨전요리란 “서로 다른 문화권의 음식 재료, 조리 방법 따위를 조합하여 만들어 낸 새로운 음식”(“우리말샘”)을 말한다. 그 과정에서 재료들이 합쳐져 원래의 출처가 흐려질 정도로 완전히 새로운 것이 창조된다. 요리 전통 간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조화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우리나라 김치찌개를 보라. 발효된 김치의 독특한 매운맛이 돼지고기, 두부, 육수와 어우러져 완전히 변형된 요리가 된다. 찌개 안에서 각 재료가 하나로 녹아들어 김치조차 독립적인 재료로 인식되지 않고 통합된 전체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라면도 퓨전요리다. 원래 중국식 밀면에서 영감을 받아 일본에서 발전한 요리지만, 일본식 다시, 간장, 된장, 고.. 2024. 11. 20.
겨울이 온다 겨울이 온다아침, 저녁으로 바깥바람이 매섭다. 겨울이 오고 있다는 징조다. 9월 예보는 이번 겨울이 이전 해보다 더 춥겠다고 했지만, 최근 예보는 평년과 같거나 약간 높을 것이라고 한다. 그래도 겨울은 겨울일 테다. 한 가지 거는 기대는 이곳 거제도가 윗지방보다 최소한 몇 도는 더 높다는 점이다. 춥되 즐거운 마음으로 견딜 수 있을 만큼이면 족하다. 추위보다 더 염려스러운 것은, 경기가 진작에 얼어붙어 많은 분들이 격심한 고통에 처해 있는 현실이다. 대기업도 어려운 터널을 통과하고 있다고 하니, 서민들의 생활이야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간 어렵게 버텨온 자영업자들의 곡소리가 전국 각지에서 요란하다. 돈이 여유가 있다면, 밖에서 외식도 많이 하고 다양한 곳에서 소비도 많이 하고 싶지만, 그저 마음뿐인 현.. 2024. 11. 19.
법대로 경기하자 법대로 경기하자자기 객관화란 힘들다. 성숙의 시금석이라고 하는데, 자기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수월하지 않다. 자기를 과소평가하거나 과대평가하기 쉽다는 뜻이 아니다. 그 말들은 그 평가 기준이 없을 때가 많고 상대적이어서 공허한 평가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내가 영어를 못한다, 잘한다라고 말할 때가 그렇다. 무슨 기준으로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설령 TOEFL이나 IELTS나 TOEIC 점수를 기준으로 한다고 하더라도, 특정 점수가 절대적인 기준이 되지는 못한다. 다른 예를 하나 더 들어 보자. 미국에서 일하는 동양계 직원들이 백인들보다 진급이 느리거나, 오래 근무하지 못하는 이유 중에, 이 자기 평가 문제가 개입된다고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동양계 직원들은 자기를 과소.. 2024. 11. 18.
‘사탄의 맷돌’에 갈리는 젊은이들 ‘사탄의 맷돌’에 갈리는 젊은이들여행 유튜버 한 사람이 미국 뉴욕 시에 갔다. 그곳 물가를 소개해 주는데, 장난이 아니었다. 몸살 걸려 클리닉에 가서 진료를 10분간 받고 150불[=20만 원]을 지불하고, 약값은 따로 40불[=55,000원]을 냈다. 미용실에 파마를 하러 갔더니 그 비용 209불에다 팁을 41불 덧붙여 주어야 했다[=총 33만 원]. 커트 한 번에 300불을 받는 곳도 있다고 하니, 비싼 편이 아니라고 한다. 빵집에 들러 베이글 샌드위치 하나에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23.81불[=33,000원]을 냈다. 간단한 아침 식사 한끼 가격이 이 정도다. 그곳에서 최근에 입사한, 펜실베이니아 대학 출신 한국 직원의 원룸 아파트를 방문했더니, 월세가 3,125불[=433만 원]이었다. 그 직원의.. 2024. 11. 17.
나무 읽기와 성경 읽기 나무 읽기와 성경 읽기장승포 해안도로를 걷다 보면, 이름을 모르는 꽃과 나무들이 많다. 이럴 때 누가 옆에서 하나하나 이름을 가르쳐 주면 참 좋겠다. 이름을 알게 되면, 꽃 한 포기, 나무 한 그루가 이전보다 새롭게 다가온다. 얼마 전에 유튜브에서 숲해설가 한 분의 영상을 보게 되었다. ‘나무 이름 알아맞히기’에 대한 지식을 전수해 주는 영상이었다. 그분은 4가지를 강조했다. 첫째, 지역에 대한 배경지식을 확보하라. 즉 나무가 심어진 곳의 위치[중부 혹은 남부 지방]와 고도를 알라는 것이다. 둘째, 전체적으로 그 나무를 관찰하면서 특징을 파악하라. 즉 그 수형이나 꽃이나 열매에 주목하라는 것이다. 셋째, 나무의 잎을 보라. 즉 잎이 둥근지, 뾰족한지 구분하고, 잎의 거치[=가장가리에 나 있는 톱니 모양 .. 2024. 11. 16.
분에 넘치는 행복 분에 넘치는 행복귀국한 지 6년이 지났다. 거제도에 산 지도 6개월이 지났다. 귀국해서 어떻게 먹고 살지? 거제도에 가면 부족한 생활비를 어떻게 마련하지? 이런 질문들이 가장인 내게 닥친 숙제였다. 귀국하는 게 적절한 선택이고, 거제도로 이주하는 게 최선의 선택이라는 확신이 생계를 꾸려야 하는 과제 앞에 흔들렸다. 흔들려도 귀국했고, 요동해도 이주했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면, 필요한 것들이 제때에 공급될 거라고 믿으며. 우리만이 해야 할 일감이 있다면, 그 일이 우리를 책임져 줄 거라고 기대하며. 이런 믿음과 기대는 과거의 경험에 빚지고 있다. 인생의 소명을 깨닫고 실행하기 전에도, 밥을 굶은 적이 없는 경험 말이다. 나는 그저 어느 날 태어났고, 부모님의 희생 어린 돌봄으로 컸다. 내가 기여한 거라.. 2024. 11.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