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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우고 글 쓰고 나누는 제 마음에 사랑이 흘러넘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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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속의 광야를 걷는 평범한 몽상가 교수의 비범한 패배와 승리,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4) 세속의 광야를 걷는 평범한 몽상가 교수의 비범한 패배와 승리,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4)-문학을 사랑한 고독한 스승, 윌리엄 스토너-스토너는 자신을 오랫동안 ‘그저 그런 교사’(an indifferent one)였다고 자평하기도 했지만, 그의 삶의 여정 속에는 진정한 교육자의 모습이라 할 만한 빛나는 순간들과 자질들이 분명히 드러납니다. (1) 학문(문학)에 대한 깊은 사랑과 순수한 열정. 먼저 그가 교육자의 길을 걷게 된 근원적 동기를 살펴보겠습니다. 그것은 아처 슬론 교수가 간파했듯이 '문학에 대한 사랑' 때문이었습니다. 슬론 교수와의 상담을 통해, 스토너는 대학 졸업 이후에도 학교에 남아 계속 공부해 간다면 교수직을 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접하게 됩니다. 슬론 교수가 스토너 속에서 가르침.. 2025. 5. 1.
세속의 광야를 걷는 평범한 몽상가 교수의 비범한 패배와 승리,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3) 세속의 광야를 걷는 평범한 몽상가 교수의 비범한 패배와 승리,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3)-문학이 빚어내는 감동의 세계-문학은 개인의 삶을 변화시킵니다. 스토너가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73번”(Sonnet 73)은 스토너의 삶을 바꾸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습니다. 소설 초반, 스토너가 필수 교양과목으로 듣게 된 영문학 개론 수업에서 그 소네트를 처음 접하는 장면은 그의 인생 궤도를 완전히 바꾸는 핵심적 계기가 됩니다. 원래 농학을 공부하던 스토너는 문학에 대해 특별한 열정을 가진 학생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수업 도중 슬론 교수가 낭독한 이 소네트를 듣고, 스토너는 즉각적이고도 심오한 내적 변화와 정서적 반응을 겪습니다. 갑작스러운 자기 인식과 감각의 예민화. 슬론 교수가 이 소.. 2025. 4. 24.
세속의 광야를 걷는 평범한 몽상가 교수의 비범한 패배와 승리,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2) 세속의 광야를 걷는 평범한 몽상가 교수의 비범한 패배와 승리,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2) -책장을 덮는 순간 묵직한 여운이 남는 이유- 이현우 작가에 따르면, “스토너”는 독자의 성향에 따라 독후감이 달라지는 소설입니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대학의 평범한 문학교수로 생을 마친 윌리엄 스토너의 일대기’가 왜 출간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수십 년 후 재발견되어 입소문을 타면서 ‘숨겨진 걸작’으로 평가받았을까요? 이현우 작가는 스토너가 영문학 교수라는 사실에서 착안하여, 대개 비슷한 지적 배경과 관심을 가진 독자나 비평가들이 열광적인 지지를 보냈다고 봅니다. 즉 스토너와 독자들이 나눈 공통적인 경험으로 인해 ‘책이 인생을 바꾸어놓았다는 것’이지요. 반대로 그런 경험이 없는 독자라면 이 작품.. 2025. 4. 17.
세속의 광야를 걷는 평범한 몽상가 교수의 비범한 패배와 승리,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1) 세속의 광야를 걷는 평범한 몽상가 교수의 비범한 패배와 승리,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1)-‘모든 빛깔을 하나로 품은 무지개’: 홍세화 선생 (1947-2024)-김민섭 사회문화평론가의 글에 보면,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그를 알게 되고부터 나의 삶도 조금씩 달라져 갔다. 사람이 물려줄 수 있는 것은 돈이나 명예보다도, 한생을 일구어온 태도일 것이다.”(경향신문, 2025년 4월 3일) 이 대목에 등장하는 그는 작년 이맘때(4월 18일) 작고한 홍세화 선생(1947-2024)입니다. 고인은 1947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나 충청남도 아산군 염치면에서 유년기를 보내던 중, 세 살이던 1950년 9월에 발생한 ‘황골 새지기 민간인 학살사건’[사적인 원한이나 가문 간의 알력이 이데올로기 대립과 전쟁이라는 기회.. 2025. 4. 11.
하강하는 욕정의 삶과 상승하는 성찰의 삶이 연주하는 이중주, 레프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5) 하강하는 욕정의 삶과 상승하는 성찰의 삶이 연주하는 이중주, 레프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5)-인간 이해의 장-이 작품을 계속 읽어갈수록, 등장인물들의 심정을 섬세하고도 적확하게 묘사하는 작가의 탁월함에 감탄하게 됩니다. 각자가 품고 있는 그 미묘하고 세밀한 감정을 이렇게 글로 표현해낼 수 있다는 점이 경이롭기만 합니다. 특히 다양한 상황에서 제시되는 은유에는 오랫동안 다양한 삶의 면모를 객관적으로 관조하고, 자신의 삶을 진실하게 성찰한 작가의 역량이 묻어납니다. 특히 제 눈에 띈 세 가지 은유는 이 작품에 등장하는 숱한 사람의 심리적, 사회직, 영적 면모를 묘사하는 데 아주 유효합니다. ‘그림자 없는 사람’이란 표현은 안나에 대한 뻬쩨르부르끄 사교계의 평가였습니다. 모스끄바 여행에서 돌아온 안나가.. 2025. 3. 22.
하강하는 욕정의 삶과 상승하는 성찰의 삶이 연주하는 이중주, 레프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4) 하강하는 욕정의 삶과 상승하는 성찰의 삶이 연주하는 이중주, 레프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4)-인생의 의미 탐구-이 작품이 안나의 결혼 생활과 불륜 행각만 주를 이루었다면, 러시아식 ‘막장 드라마’라는 평판에서 자유롭지 않았을 것입니다.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이 묘사하는 프랑스식 퇴폐상과 별반 차이가 없었을 테니까요(이현우, ”문학에 빠져 죽지 않기“). 그 대신 이 작품은 안나의 이야기와 거의 대등한 분량으로 레빈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안나가 맺은 인간관계를 통해 부부간에 발생하는 사랑과 배신의 역학 관계와 불륜이 초래한 깊은 고뇌와 죄책감의 현실이 드러났다면, 레빈이 겪은 삶의 궤적을 통해 한 인간이 겪는 도덕적 갈등과 존재론적 탐색 과정이 완연히 계시됩니다. 한편으로 레빈은 자신의 과.. 2025. 3. 15.
하강하는 욕정의 삶과 상승하는 성찰의 삶이 연주하는 이중주, 레프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3) 하강하는 욕정의 삶과 상승하는 성찰의 삶이 연주하는 이중주, 레프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3)-결혼 지침서-행복한 가정의 일관된 면모와 불행한 가정의 다양한 양상을 소개해 주는 이 작품은 마치 결혼의 지침서 같습니다. 요즘처럼 결혼 이후 이혼이 성행하고 심지어 결혼 자체가 기피되는 현실에서 결혼의 의미와 목적, 그리고 결혼의 실상을 이 작품을 통해 다시 한번 상고해 보는 것도 의미 있으리라 봅니다.   결혼은 단순한 법적 계약이나 사회적 제도가 아니라, 두 사람의 삶이 서로 얽히고 연결되는 깊은 관계입니다. 이는 두 사람이 형성한 가정을 통해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함께 성장하며, 서로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입니다. 이 작품은 결혼을 통해 개인이 서로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그로 인해 새로운.. 2025. 3. 1.
하강하는 욕정의 삶과 상승하는 성찰의 삶이 빚어내는 이중주, 레프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2) 하강하는 욕정의 삶과 상승하는 성찰의 삶이 연주하는 이중주, 레프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2)-19세기 러시아 사회와 인물들의 갈등-19세기 러시아 사회는 급변하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전통적인 가치관과 새로운 사상이 충돌하며 혼란스러운 시기였습니다. 이 시기의 특징은 귀족 사회의 도덕적 해이와 전통적 가치관의 붕괴, 그리고 새로운 사상의 유입과 사회적 변화에 대한 열망이 공존했다는 점입니다. “안나 카레니나”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그들의 삶의 방식은 이러한 혼란을 반영하는 다양한 사례를 보여줍니다.  귀족 사회의 외도와 불륜. 스쩨빤 아르까지치와 안나 까레니나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19세기 러시아 귀족 사회에서는 외도와 불륜이 만연했습니다. 스쩨빤은 자신의 불륜을 당연하게 여기고 못생긴 아내는 .. 2025. 2. 6.
주님의 기쁨이 우리의 자랑 주님의 기쁨이 우리의 자랑-오늘의 혼돈과 어제의 혼란-나라가 여전히 혼돈하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탐하던 암군(暗君)이 구속된 후에도 그 수하들이 곳곳에서 암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위헌적이고 무법한 행태로 국가 안보가 위태롭고 국내 경기가 바닥을 치는 것 따위는 아예 그들의 안중에 없다. 오로지 자기 기득권만 지킬 수 있다면, 무슨 무도하고 무리한 일이라도 불사할 태세다. 혼군(昏君)의 아바타에 불과한 현 권한 대행이 드러낸 위헌적 행위를 보라. 그 주군의 체포·수색 영장 집행 건, 내란특검 도입 건,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 임명 건 등에서 그는 국민과 헌법의 편 대신 주군과 위헌의 편에 섰다. 이로써 자신이 내란 동조자라는 점을 부죄(負罪)한다는 사실조차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영장 집행 시엔 .. 2025. 2.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