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R. R. 톨킨의 “반지의 제왕”이 선사하는 일상의 원동력(1)
일상생활의 동력은 여러 군데에서 비롯됩니다. 그것들 중 가장 중요한 것으로 저는 일상의 의미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신선한 안목을 꼽겠습니다. 우리가 처한 환경이 아무리 좋고 우리에게 우호적인 것이라고 해도, 그것들을 그렇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이 없다면 무용지물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돈이나 권력이나 명성을 쌓고 사는 사람들 중에는 범인(凡人)들만큼 혹은 그들보다 더 한 불안과 두려움에 사로 잡혀 사는 이들이 많다고 하지요.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오는 그들의 기행과 갑질 소식을 접할 때마다 그들에게는 그 돈이나 권력이나 명성이 복이 아닌 화가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경우와 정도의 차가 나긴 하지만, 금번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와 연관된 예도 한 가지 떠오릅니다.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나라의 국민의료보험, 지하철, 옥외 화장실, 고속도로 휴게소 등을 신선한 시각으로 다시 주목하게 된 것이 저뿐만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금번에 방역 선방한 것을 계기로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두루 소개되는 과정에서 이런 것들이 언급되기도 했지만, 다른 나라의 열악한 사회적 환경이 적나라하게 보도되고 소개되면서 그 나라 속에 존재하지 않는 그것들을 저나 다른 국민들이 주목하게 된 것이지요. 사실은 이번 사태 이전부터도 우리나라를 방문했거나 우리나라로 이주해 살고 있는 많은 외국인들이, 이구동성으로 찬양하는 항목들 중에 이미 그러한 것들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이런 일상생활 환경들이 소위 선진국이라는 나라들도 누리지 못하는 최고의 사회 기반 환경이었다는 것을 이번에야 새롭게 깨닫게 된 셈이지요. 그것들은 단순히 ‘약간’ 편리한 제도나 시설이 아니었습니다. 소위 선진국이라는 다른 나라에서도 도무지 체험해볼 수 없는 진귀한 사회복지 혜택이었고, 감동을 자아내는 국보급 명품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이 우리에겐 없었던 것입니다.
우리의 일상을 신선한 시각으로 바로 볼 수 있도록 해 주는 게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와 같은 급변 사태가 될 수도 있겠지만, 독서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생각됩니다. 독서 가운데서도 특히 창의적인 이야기와 매력적인 인물들과 설득력 있는 묘사로 빚은 소설이나 희곡을 읽는 과정은 신비로운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독자들의 심령에 감동을 선사하면서, 독자들이 새로운 안목을 갖도록 인도해 줍니다. “‘이차적’ 세계를 창조하는 능력으로 (...), 좋은 소설과 시(詩)는 일상 경험이라는 우리의 ‘일차적’ 세계에 창을 내준다.”(By their power to create a 'secondary' world <...>, they [great novels and great poems] provide for us windows on the 'primary' world of everyday experience.)라는 제임스 사이어의 말이 옳습니다. 독서를 통해 우리는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은 바 된 인간이 창조한 세상(이차적 세계)을 경험한 후에,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세상(일차적 세계)으로 돌아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은 바 된 인간으로 다시 서게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더 이상 그 이전과 같은 존재가 아닙니다. 일상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안목을 품고 돌아와 서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세상에 존재하는 자연물과 사람들은 단순한 “사실”(facts)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것들과 그 사람들은 하나님의 섭리 하에 창조된 유일성을 품고 있는 존재들로서, 그것들과 그 사람들의 충만하고도 온전한 의미는 다른 사물, 사람 및 사건들과의 관계, 궁극적으로는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드러납니다. 그 의미를 밝혀주는 것이 바로 소설(fiction)이요, 시요, 희곡이 아닐까요? 타성에 젖은 눈으로 보면 보이지 않는 충만한 의미, “익숙함의 베일”(the veil of familiarity)에 가려진 온전한 의미를, 의미 기관(organ of meaning)이라고 불리는 상상력(imagination)으로 내적 일관성과 통일성(internal consistency and coherence)을 갖춘 세계를 창조함으로써 밝히 드러내는 작업이요, 도구인 것이지요. 이런 측면을 염두에 두면서 판타지 소설 짓는 일을 “하위 창조”(Sub-creation)라고 부르던 J. R. R. 톨킨의 “반지의 제왕”(The Lord of the Rings)을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반지의 제왕” 줄거리-
(이 줄거리는 린 카터의 "Tolkien: Look Behind The Lord of the Rings"<1969>와 콜린 듀리에즈의 “Tolkien and C. S. Lewis" <2003>를 주로 참조함. 작품의 한글 번역문은 '씨앗을뿌리는사람'<한기찬 역>의 것을 주로 인용함.)
“반지의 제왕”은 영웅적 로망스로서 "모든 힘의 반지를 지배하는 절대반지"(the One Ring, which in turn ruled all the Rings of Power)가 그것을 만든 암흑의 군주(the dark lord=“The Lord of the Rings”)인 사우론(Sauron)의 손에 떨어지기 전에 파괴되는 여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일관성 있고 통합된 이야기인 “반지의 제왕”은 독자가 “실마릴리온”(The Silmarillion: 가운데땅의 세 시대를 포괄하는 끝나지 않은 글감의 방대한 총체를 가리킴)에 기록된 가운데땅(Middle-earth: 'the world'의 구식 영어 표현이자 자연법칙의 지배를 받는 ‘Mortal Lands'<죽을 운명의 땅>를 일컬음)의 신화와 역사적 연대기를 몰라도 그 자체로 잘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이지요. 과거의 사건들은 이야기에 방대한 규모의 배경을 제공합니다.
“반지의 제왕”은 삼부작(trilogy)입니다. “반지 원정대”(The Fellowship of the Ring), "두 탑"(The Two Towers) 및 “왕의 귀환”(The Return of the King) 순서입니다. 먼저 첫 번째 책인 “반지 원정대”의 내용부터 살펴보겠습니다. 호빗 빌보(hobbit Bilbo)가 발견한 반지가 제2시대 에레기온(Eregion)에서 만들어진 스무 개나 되는 힘의 반지들을 지배하는 절대반지라는 것을 마법사 간달프(Gandalf, the wizard)가 알게 됩니다. 이 반지를 노리고 있는 악의 세력들에 대한 이야기를 접한 후, 이미 삼촌 빌보로부터 절대반지를 물려받은 프로도(Frodo)는 안락한 샤이어(The Shire)를 뒤로 하고, 동료 호빗들(샘<Sam>, 메리<Merry>, 피핀<Pippin>)과 함께 요정 엘론드(Elrond) 가문이 거주하는 리븐델(Rivendell)로 도주합니다. 그러자 악의 영역 모르도르(Mordor)에서 사우론이 보낸 흑기사들(Black Riders=반지유령<Ringwraiths>=나즈굴)이 그의 뒤를 쫓습니다.
도중에 악한 나무 때문에 위험에 처하기도 하지만, 전적인 선의 화신(the embodiment of utter goodness)인 톰 봄바딜(Tom Bombadil)의 도움으로 그들은 곤경에서 벗어납니다. 결국 프로도 일행은 방랑자 아라고른(Aragorn, the Ranger)의 도움으로 안전한 리븐델(Rivendell)에 도착하는 데 성공합니다. 리븐델은 가운데땅에 남은 몇 안 되는 요정 왕국(Elven kingdoms) 중 하나입니다. 그곳에서 리븐델의 엘론드(Elrond)가 회의를 엽니다. 회의 결과 반지는 파괴되어야 하고 프로도가 반지 운반자(Ring-bearer)가 되어야 한다는 결정이 내려집니다. 그 절박한 여정을 떠나는 프로도를 돕기 위해 반지원정대(Company of the Ring)가 선발되지요. 간달프를 지도자로 해서 네 명의 호빗(프로도, 샘, 메리, 피핀)과 두 명의 인간(아라고른과 보로미르<Boromir>), 그리고 요정 레골라스(elf Legolas)와 난쟁이 김리(dwarf Gimli)가 그들입니다. 절대반지는 그것이 만들어진 모르도르의 불의 산, 운명의 산(Mount Doom)에서만 파괴될 수 있습니다.
원정대는 눈 속에서 안개산맥을 넘으려다 사정이 여의치 않자, 간달프의 인도를 받아 한때 난쟁이들의 일터였던 모리아(Moria)의 지하 광산으로 들어갑니다. 그곳에는 지하 세계의 정령, 무시무시한 발로그(Balrog)가 창조의 새벽 때부터 살고 있습니다. 간달프가 자신을 희생해 목숨 바쳐 그 악령과 싸운 덕분에, 다른 사람들은 무사히 빠져나가게 됩니다. 그렇지만 원정대 내부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보로미르가 이제 북부 왕국 두네다인(Dunedain) 왕인 이실두르(Isildur)의 은밀한 상속자임이 드러난 아라고른의 리더십에 반기를 들었을 뿐 아니라, 프로도가 혼자 있는 틈을 타서 처음에는 간교한 말로, 다음에는 완력을 사용해서 반지를 탈취하려고 합니다. 친구로 알았던 사람의 얼굴에 비친 탐욕에 경악한 나머지, 프로도는 오직 샘과 함께 황야로 도주하는 중에 흑암의 땅(the Dark Land)의 경계에 도달합니다.
두 번째 책인 "두 탑"(The Two Towers)은 반지 원정대가 프로도와 샘을 찾는 장면부터 시작합니다. 이때부터 원정대는 둘로 나눠지게 됩니다. 자신의 잘못된 행위를 회개한 보로미르는 다른 원정대원들과 분리되어 숲속에서 헤매고 있던 호빗 메리와 피핀을 도우러 갑니다. 그때 한 무리의 오르크들(orcs)이 공격해 오자, 보르미르는 메리와 피핀을 지키기 위해 용맹스럽게 싸우다, 화살로 벌집이 된 채 비참하게 죽습니다. 그가 죽기 전에 분 뿔 나팔 소리를 듣고 그곳으로 찾아온 원정대원들은, 보르미르가 죽은 것과 메리와 피핀이 사라진 것을 발견합니다. 오르크들에게 사로잡혀 갔을 것이라고 짐작한 그들(아라고른, 요정 레골라스, 그리고 난쟁이 김리)은, 메리와 피핀의 흔적을 추적하며 전진합니다. 로히림(Rohirrim) 땅에 들어갔을 때 로한(Rohan)의 장수들을 만나게 되어, 그들로부터 말을 대여받아 팡고른 숲(Forest of Fangorn)으로 들어갑니다. 한편 오르크들에게 사로잡혔던 두 호빗 메리와 피핀은 그들에게서 벗어난 후에 그 숲 속에 숨어 있습니다. 팡고른 숲에서 호빗들은 삼림의 수호자 나무수염(Treebeard)을 만나는데, 그는 거의 망각된 나무종족인 엔트족(an Ent, a tree creature)의 나무입니다.
자기들을 집으로 데려가 먹여 주던 나무수염에게, 메리와 피핀은 오르크들에게 잡혀 있을 때 그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전해 줍니다. 간달프와 같은 마술사 집단(order)에 속해 있던 사루만(Saruman the White)이 사악한 자로 변했다고 이야기하자, 나무수염도 그 점을 의심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사루만은 모르도르의 사우론 편에 합류하려들지도 않은 채, 자기만의 새로운 세력을 형성하기 위해 시도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나무수염은 노하기를 더디 했지만, 결국 사루만에 대해 진정으로 격분하게 됩니다. 이미 사루만이 팡고른 숲 가장자리에서 나무들을 베기 시작해서 오르크들을 그 숲 속으로 데리고 들어오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팡고른 숲이 나무수염의 사유지이고 그 나무들은 자기 보호 하에 있는 상태이므로, 자기가 가만히 있을 수 없었습니다. 그는 동료 엔트족을 설득해서 사루만의 탑이 있는 이센가드(Isengard)로 행진해 갑니다.
한편 행방불명된 두 호빗을 찾으러 나선 원정대도 팡고른 숲에 도달하게 됩니다. 그곳에서 놀랍게도 죽었다가 부활한 간달프를 만나게 됩니다. 그는 발로그와 투쟁하는 도중에 끝없는 계단을 통해 모리아의 깊은 곳까지 갔다가 가장 높은 산 정상까지 도달해서 발로그를 처단한 후, 갑자기 어둠이 몰려와 헤매던 중 다시 가운데땅으로 돌아오게 되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 이전보다 더 강력하고 더 정화된 존재가 되어, 자기에게 맡겨진 소임을 마치기 위해 다시 돌아온 것이라고 그는 덧붙입니다. 간달프와 원정대는 먼저 로한(Rohan)으로 달려가 연로한 왕 세오덴(Theoden)을 접견해서 그 땅의 위급한 상태를 알립니다. 당시 온갖 의심과 비난과 간계로 왕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던 시종이자 사루만의 첩자인 그리마 웜텅(Grima Wormtongue)을 내동댕이친 후에, 간달프는 왕의 마음속에 새로운 힘과 활력을 불어넣습니다. 소집한 왕의 전사들이 달려 나가던 중 헬름즈 딥(Helm's Deep)에서 오르크들의 함정에 빠지게 되었을 때, 레골라스와 길미의 혁혁한 공으로 간달프는 대승을 거둡니다. 그 후 바로 이센가드로 가서 사루만과 일전을 벌이게 되지요. 그렇지만 그 배반자 마술사 사루만의 성채인 오르상크(Orthanc)에 도달하자 그곳은 난공불락의 요새임을 발견합니다.
바로 이때 혁혁한 공을 세우는 것이 바로 나무수염과 엔트족 나무들입니다. 그들이 사루만의 힘을 파괴하고 그의 모든 졸개들을 처단하거나 쫓아버립니다. 사루만과 그리마 웜텅이 요새 안에 포위되어 있습니다. 사루만과 직면한 간달프는 그를 제압하고는, 자기가 이제 사루만보다 더 높은 지위로 올라가 있다는 점을 드러내면서 그의 요술 지팡이를 부서뜨린 후, 그를 자기 마술사 집단에서 면직시킵니다. 숨어 있던 그리마가 매복해 있던 뱀처럼 간달프에게 돌을 하나 던졌으나, 그것은 그에게 아무런 타격을 주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팔란티르(palantir)라는 그 돌은 거대한 힘을 지난 크리스털 마술 용품으로서, 미래를 예견하는 능력이 있고 오르상크와 바랏두르(Barad-dur)라는 검은 탑[“반지의 제왕” 2편 제목인 “두 탑”이 가리키는 대상들]이 서로 연결되도록 매개하는 도구이기도 했습니다. 사루만을 처단한 후에 간달프는 전속력을 다해 곤도르의 주요 도시 미나스 티리스(Minas Tirith)로 향합니다.
한편 프로도와 그의 충성스러운 동행 샘은, 이제 나머지 원정대와 헤어져 자신들의 목적지인 모르도르를 향해 동쪽으로 떠납니다. 그들이 모르도드 경계 지역의 산길을 걷고 있을 때 살금살금 숨어 엿보는 골룸(Gollum)을 만나게 됩니다. 그 가엾은 작은 피조물이 너무 불쌍해서, 프로도는 그 간악한 놈을 신뢰해선 안 된다는 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긍휼을 베풉니다. 이미 그 반지가 압도적으로 자기를 짓누르는 부담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프로도는 그 오랜 세월 내내 그 반지로 인한 고뇌와 타락의 희생자였던 스메아골(Smeagol)을 불쌍히 여길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 누구에게도 그런 대우를 받아 보지 못한 골룸은 프로도의 친절에 아양을 떨며 반응하면서 그 호빗 두 명의 길을 인도해줍니다.
모르도르로 들어가는 블랙 게이트(the Black Gate) 근처에서 두 호빗은, 곤도르의 장군인 파라미르(Faramir)가 이끄는 미나스 티리스 군대와 마주치게 됩니다. 서로 뉴스를 교환한 후 그들은 산속으로 나 있는 어두운 터널을 통해 암흑의 땅(the Black Land)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렇지만 빛이 없는 그 동굴은 거대한 거미 셸롭(Shelob)의 거처인 악취 나는 진창이었습니다. 셸롭이 그들을 공격해올 때, 샘은 요정 여왕의 산에서 받은 물병과 당시에 갈라드리엘이 한 말을 기억해냅니다. “모든 다른 빛이 사라질 때의 빛!”(A light when all other lights go out!) 그가 그 물병을 집어 들자 그 순수한 광휘로 인해 셸롭이 자기 거처 뒤쪽으로 몰려갑니다. 그 둘은 더욱 돌진해서 길을 가로막고 있는 그 굵고 엉겨 붙은 거미줄을 잘라 내고 길을 만들어냅니다. 그러다가 다시 셸롭이 달려들어 어둠 속의 결투가 이어지는 중에 골룸마저 샘에게 달려듭니다. 얻어맞은 골룸이 도망친 후 샘이 프로도를 돌아보니, 그는 이미 셸롭의 독에 쏘여 죽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바로 그때 샘은 울면서도 영웅적으로 셸롭에게 몸을 던졌고, 갈라드리엘의 물병이 엄청나게 불타올라 당황하는 새에 샘에게 일격을 당해 불구가 된 셸롭은 숨겨진 자기 처소 속으로 기어 도망칩니다.
프로도가 죽은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 지를 고뇌하던 샘은, 자기가 원정대원 중 마지막으로 남은 자라는 것을 인식한 후에 프로도가 이루지 못한 과업을 이루어야 한다고 결단합니다. 프로도의 몸에서 반지를 떼어낸 후에 동굴 끝으로 나아갑니다. 그런데 그때 그곳을 지나치던 오르크 순찰대가 있어 샘은 반지로 몸을 숨겼으나, 그들은 프로도의 시체를 보게 됩니다. 그 시체를 가지고 가면서 그들이 나눈 대화를 통해, 샘은 프로도가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게 됩니다. 샘은 어떻게 해야 할지 갈등하게 됩니다. 반지를 품고 전진해서 그것을 파괴하는 여정을 마무리해야 하지만, 자기가 섬기는 주인인 프로도가 말도 못하고 움직이지도 못하는 무력한 상태로, 잔인한 적들의 손에 포로로 남아 있는 것을 두고 어떻게 홀로 갈 수 있겠습니까? 샘이 지켜보는 가운데 프로도의 몸이 음산한 오르크 요새 안으로 옮겨지고 그 문은 닫혀 버립니다.
세 번째 책인 “왕의 귀환”(The Return of the King)은 간달프와 피핀이 곤도르 왕국을 향해 바람 같이 날아가는 장면에서 시작됩니다. 그 주요 도시인 미나스 티리스에 도착해서 그곳을 책임 맡고 있는 섭정(Steward of Gondor) 데네소르(Denethor)를 접견합니다. 그는 반지 원정대원에 속해 있던 보로미르의 아버지로서, 곤도르의 죽은 왕들을 대신해서 그들의 영토를 관리하는 자라는 직함(Steward)을 갖고 그곳을 통치하고 있습니다. 장차 곤도르의 왕권을 주장하게 될 아라고른이 도착할 것이라는 점을 그에게 통보하는 게 지혜롭지 않다고 여긴 간달프는, 아라고른 이야기는 하지 않고 곧 발발하게 될 전투에 대해 논의합니다. 일촉즉발의 위기상황 속에서 곤도르의 방어벽을 강화하기 위해 다른 지역의 장수들도 자기 부하들을 이끌고 속속 입성하지만, 그 수가 너무 적습니다. 로한이 합류해주지 않으면 승산은 없는 상태입니다.
한편 아라고른, 김리, 레골라스는 폐허가 되어 버린 사루만의 성채에 있다가 로한의 병력을 소집하기 위해 떠납니다. 이들 무리에 북부에서 온 아라고른의 사람들(Rangers)도 앞으로 벌어지게 될 대전에 참여하기 위해 합류합니다. 그들은 엘론드의 딸인 아르웬(Arwen)이 보낸 소중한 선물인, “재현된 곤도르왕의 국왕기”(the royal standard, of Gondor's King recreated)도 함께 가지고 옵니다. 흥미로운 점은 그동안 피핀과 메리가 각각 곤도르의 섭정과 로한의 왕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각 궁정에서 섬기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로한의 병력을 소집한 후 아라고른은 곤도르로 가는 길을 재촉합니다. 플란티르를 통해 전쟁의 기운이 곤도르의 성문에서 배회하는 것을 보고, 전쟁이 발발할 때 자기가 그곳에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로한의 병력과 헤어진 아라고른, 레골라스, 김리가 사자의 길(Paths of the Dead)을 통과해 가는 도중에, 아라고른은 무서운 맹세에 매인, 오래전에 죽은 용사들의 영혼을 해방시켜 그들을 소집하여 전투장으로 출두하게 합니다. 그래서 그들도 이제 아라고른 일행과 합류하여 대적들을 공격하기 위해 남쪽으로 향합니다.
드디어 곤도르에서 갑자기 전쟁이 시작됩니다. 흑마술사들이 암흑의 장막을 드리우자, 아침 해가 빛나지 않고, 이름 모를 두려움이 곤도르의 병사들의 힘을 서서히 약화시킵니다. 적군이 미나스 티리스 성벽을 에워싸고 그 섬뜩한 어둠 가운데서 전쟁이 진행되는 중에, 공교롭게도 곤도르 지도부 내에 균열이 발생합니다. 데네소르가 간달프와 자기 아들인 파라미르와도 언쟁을 벌입니다. 파라미르가 이전에 흑암의 땅 경계 지역에서 프로도를 만난 것을 안 데네소르는, 그가 그 절대반지를 품고 있다는 점을 눈치 채고는 그것을 곤도르로 가져와 이 위기를 극복하는데 그 반지의 힘을 사용하도록 하지 못했다고 한탄하면서, 아들 파라미르와 척지게 됩니다.
전투는 계속 진전되어, 이제는 날아다니는 나즈굴(Nazgul)의 유령기수(ghost rider)인 바랏두르(Barad-dur)의 영주가 어둠의 세력을 이끕니다. 간달프는 그를 “사우론 수중에 있는 공포의 창”(a spear of terror in the hand of Sauron)이라고 부르지요. 전쟁이 대혼란 중에 진행되고 암흑이 계속 드리워져 있는 가운데, 사람들은 의기소침해집니다. 그러나 돌 암로스(Dol Amroth)의 백조 기사들(swan knights)이 양쪽 측면에 있는 적진을 파괴하고, 힘센 섀도우팩스(Shadowfax)를 탄 간달프는 폭풍 같이 내뿜는 빛으로 무시무시한 나즈굴을 공격해 격퇴합니다. 모르도르의 병력이 제압되어 흩어졌으나, 곤도르의 방어 병력도 큰 손상을 입어 희망은 거의 남아 있지 않습니다. 전투 중 쓰러진 이들 중에는 데네소르의 마지막 아들인 파라미르가 있습니다. 용맹스럽게 싸웠지만 쓰러지게 된 것입니다. 심각하게 중상을 입은 그를 성안의 안전한 곳으로 데려옵니다.
여전히 유일한 희망인 로한의 병력은 도착하지 않고 있지요. 로한은 곤도르와는 오래된 혈맹입니다. 많은 전투에서 두 지역의 주민들이 힘을 합쳐 싸웠습니다. 만일 로한이 속히 오지 않으면 이내 전투는 패하게 될 상황입니다. 이제 모르도르는 엄청난 병기를 동원해서 성의 방호벽을 공격해 댑니다. 불붙은 유도탄이 발사되어 곤도르 성 내에 비 같이 쏟아집니다. 끝없는 무리를 이룬 흑암의 전사들이 연이어 갈라진 성벽으로 돌진해 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에, 이젠 전적인 절망의 상태가 되고 맙니다.
엄청난 힘으로 연속되는 강타를 맞은 곤도르의 문이 굉음을 내며 무너집니다. 그 틈을 통해 나즈굴 대장이 날아 들어옵니다. 모든 사람들이 도망치지만, 간달프는 그가 날아가는 길목을 막아서서 그와 직면하면서 물러서라고 명령합니다. 나즈굴 대장은 웃으며, 간달프를 어리석은 노인네(Old fool!)로 부르고 비웃습니다. “이젠 내 시간이 되었어. 죽음이 보이는데 죽음을 모르나? 지금 죽어. 저주해도 허사야!”(This is my hour. Do you not know Death when you see it? Die now and curse in vain!) 간달프는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에 성 안뜰 뒤쪽 너머에서 날카롭고도 선명한 목소리로 우는 수탉 소리가 들립니다. “마술과 전쟁 따위는 무엇이라도 개의치 않고, 오로지 죽음의 그림자가 도무지 미치지 못하는 하늘에서 새벽과 함께 도래하는 아침을 환영할 뿐인”(recking nothing of wizardry or war, welcoming only the morning that in the sky far above the shadows of death was coming with the dawn) 소리였지요. 이것에 대한 응답이라고 하듯이 머나먼 곳에서 다른 소리가 들립니다. “부웅, 부웅, 부웅”(Horns, horns, horns). 거대한 북부의 뿔 나팔들을 맹렬하게 불어대는 소리가 주위에 울려 퍼집니다. 드디어 로한이 도착했습니다.
펠레노르(Pelennor) 평야에서 로한의 군사가 모르도르 병력을 향해 돌진해 들어오고, 그 선두에는 시오덴왕이 서 있습니다. 곤도르의 성문에서 간달프와 대적하던 나즈굴 대장은 괴성을 지르면서 달아납니다. 그러고 난 뒤 그 섬뜩한 나즈굴의 날개 사이에 앉아 로한 군에게 테러를 가합니다. 안타깝게도 시오덴왕이 그 분노의 희생자가 되어 쓰러집니다. 그렇지만 그 왕 옆에 서 있던 기사 한 사람[변장하고 따라온 시오덴왕의 딸인 에오윈(Eowyn)]이 가차 없는 나즈굴 대장의 공격에 대항하여 싸웁니다. 그녀의 칼이 그 나즈굴을 제거하자, 모르도르 군의 장수인 나즈굴 대장은 그녀를 쓰러뜨리고, 그녀의 팔에 가해진 일격이 그녀의 방패를 박살 냅니다. 바로 그때 그는 예기치 않은 일격을 맞고 비틀거립니다. 로한에서부터 그녀의 말을 타고 내내 따라온 메리가 나즈굴 대장의 승리의 순간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지요. 나즈굴 대장이 휘청거리는 순간에, 에오윈이 땅에서 그를 강타하여 그녀의 칼이 그의 몸을 쪼개 버립니다. 그의 칼이 떨어져 산산조각이 나고 그는 땅에 쿵하고 쓰러졌으나, 그의 투구와 쇠사슬 갑옷만 남아 있고 그의 흔적은 남아 있지 않습니다. 이런 것들로 무장했던 그가 이전에 ‘반지의 제왕’이 자기를 불러 출두를 명한 죽음의 땅으로 이제 되돌아 간 것입니다.
그런 중에도 모르도르의 부관인 고스모그(Gothmog)가 어둠의 제왕의 전열을 정비해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어 전투는 계속됩니다. 길고도 치열한 전투였기 때문에 끝에 도달할 즈음에는, 시오덴을 이어 왕으로 등극한 젊은 에오메르(Eomer)도 낙담할 지경입니다. 바로 그때 강 아래쪽에서 거대한 함대가 다가오는 것이 보입니다. 곤도르의 주요 대적인 움바르의 해적선들(Corsairs of Umbar)이 모르도르의 병력에 합세하기 위해 왔다고 울부짖으며 기사들이 갈팡질팡합니다. 모든 게 끝난 듯합니다. 에오메르가 언덕 꼭대기까지 달려가 그 수많은 음산한 배들을 바라보며 씁쓸한 패배감을 느낍니다. 그때 대반전이 이루어집니다. 주 함선에서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거대한 깃발에 흰 나무 한 그루(a White Tree), 일곱 개의 별 및 인장이 문장(紋章)으로 장식되어 있는 것을 그가 본 것입니다. 이 문장은 셀 수 없는 세월 동안 가운데땅의 어떤 영주도 전장에서 내걸지 못한 것입니다. 즉 이실두르(Isildur)의 상속자이자 아나손(Anathorn)의 아들인 아라고른이 도착한 것입니다. 이제 곤도르 수비 병력에 아라고른과 길미 및 레골라스가 합류하게 되었고, 그들을 따라온 북부의 정찰대인 두네다인족(the Dunedain)이 큰 떼를 이루어 전세를 역전시킵니다.
모르도르 세력을 물리치고 승리했지만, 마지막 아들을 잃었다고 상심한 데네소르는 깊은 악몽 속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장례용 장작에 불이 붙어 있고 그의 아들이 그 위에 놓여 있습니다. 간달프가 그 미친 섭정을 밀어내고, 파라미르를 잡아당겨 화염이 닿지 않게 합니다. 열병 때문에 횡설수설하고 있지만, 파라미르는 아직 살아 있던 것입니다. 그런데 데네소르는 자기를 그 장작더미 속으로 던져 자기의 운명을 맞이합니다. 간달프는 데네소르의 정신 착란의 원인을 발견합니다. 오르상크에 있던 것과 같이 예견할 수 있는 돌들(the stones-of-seeing) 중 하나인 또 다른 팔란티르를 그가 갖고 있던 것입니다. 그 암흑의 제왕이 곤도르를 약화시키기 위해 그 마술 크리스털을 통해 데네소르의 이성을 마비시켰던 것이지요.
간달프는 파라미르를 치유의 집으로 옮겨다 놓았는데 그곳에는 메리와 부상당한 에오윈이 누워있습니다. 그들은 그 젊은 섭정 파라미르를 구원하는 일을 단념하게 됩니다. 이제는 오직 왕의 손길(the King's Touch)만이 그를 살릴 수 있습니다. 간달프의 요청으로 아라고른은 비밀리에 그곳으로 들어가 자신의 손과 어떤 약초를 파라미르 위에 놓습니다. 바로 그 후로부터 파라미르는 회복되고 그의 열도 약화됩니다. 이제 온 도시에 왕께서 다시 오셨다는 소문이 퍼집니다.
모두가 쉬고 무기를 점검하고 갑옷을 수리한 후에 서부의 모든 병력이 플레노르 평야에 한데 모여 모르도르를 공격하기 위해 블랙 게이트로 달려갑니다. 그들의 도전에 응대하여, 사우론의 사절단이 나타나 프로도가 사로잡혀 있다는 말로 그들을 비웃습니다. 간달프는 프로도와 샘을 구출하기 위해서라도 굴복하지 않습니다.
한편 모르도르의 경계 지역에 있는 오르크 요새 안으로 프로도의 몸이 옮겨진 후, 샘은 남의 눈에 띄지 않게 하는 효력을 지닌 반지를 활용하여, 거미의 독에 마비된 후 살아난 프로도를 구출해냅니다. 그 후에 그들은 가혹한 환경이 기다리는 황량한 땅을 통과하게 됩니다. 다른 무엇에도 방해받지는 않았지만, 목마름과 기진맥진한 신체 상황에서 비롯된 갖가지 고난을 통과한 후에, 마침내 반지가 원래 만들어진 운명의 산(Mount Doom)에 도착합니다. 그 운명의 산에서 프로도는 마지막 순간에, 피곤함과 반지의 사악한 유혹에 물들어 절대반지를 운명의 산의 틈으로 던져 넣지 못합니다. 샘이 그에게 소리치며 앞으로 나아가 그것을 불 속으로 던져 넣으라고 합니다. 그렇지만 프로도는 날카롭고 선명한 목소리로, “이제 난 내가 이곳까지 와서 하려고 한 일을 하지 않을 거야. 나는 이 일을 하지 않을 테야. 그 반지는 내 거야!” (I do not choose now to do what I came to do. I will not do this deed. The Ring is mine!) 그러자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골룸이 프로도의 반지 낀 손가락을 깨물어 떼어 냅니다. 그러나 골룸은 반지와 함께 떨어져 죽고, 반지도 운명의 산의 불 속에서 사라지고 맙니다. 샘이 상처 입고 떨고 있는 프로도를 들쳐 세워 불이 닿지 않는 곳으로 데려다 놓습니다. 그때 모르도르가 그들 주위에서 천둥소리와 함께 진동하고 떱니다. 탑들이 파괴되고 산들이 산산이 부서집니다. 절대반지가 파괴됨으로써 사우론 권력 중 거대한 부분이 무력화된 것입니다.
모르도르가 붕괴되고 사우론의 악령이 사라져 갈 때, 프로도와 샘은 간달프가 타고 간 거대한 독수리(Gwaihir)에 의해 구출됩니다. 절대반지가 파괴되지 않았다면, 모르도르의 암흑 세력들에 맞선 연합군은 실패하고 말았을 것입니다. 프로도와 샘의 원정이 확실히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었지만, 곤도르와 로한의 사람들, 그리고 다른 연합군들은 무서운 적에 맞서 죽기까지 싸울 각오로 임했습니다.
이실리엔(Ithilien) 숲속의 신선한 향기를 맡으며 깨어난 프로도와 샘은, 그동안의 여정 기간 내내 입고 있던 너덜너덜한 옷을 입은 채로, 많은 백성들 앞으로 안내됩니다. 번쩍거리는 갑옷을 입은 키 큰 기사들이 겸허하게 그들 앞에 절을 할 때, 그들은 압도되어 눈만 껌뻑거리고 있습니다. 이윽고 트럼펫이 울리자 그들은 엄청난 군중들 가운데 마련된 높은 왕좌로 나아가게 되는데, 바로 거기에서 아라고른 왕(Aragorn the King)이 최고의 경의를 표하며 그들에게 절을 하고, 곤도르의 음유시인이 그들의 행적을 서정시로 읊어줍니다. 그 이후에 곤도르의 섭정 파라미르와 로한의 공주 에오윈이 결합하게 되고, 급기야 곤도르의 왕 아라고른과 엘론드의 딸 아르웬도 결혼하게 됩니다. 아르웬은 요정이었으나 아라고른과의 사랑을 위해 가운데땅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존재가 될 것을 선택하는 결단을 내립니다.
이야기는 땅이 서서히 치유되어 이제 노예 신세가 될 위협에서 벗어난 인류가 다스리는 시대를 준비하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마지막 배들이 바다 건너 서쪽 불사의 땅(Undying Lands of the West)으로 건너가면서 가운데땅에서 이제 요정들(elves)은 찾아볼 수 없게 됩니다. 반지 운반자 빌보와 프로도는 요정들과 함께 떠납니다. 샘은 샤이어에서 사랑하는 로지(Rosie)와 함께 행복한 삶을 산 후 나중에 따라갑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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