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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과 ‘다오’[the Tao]를 양식으로 삼은 편력 기사,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1)

by 이승천(Lee Seung Chun) 2021. 4. 29.

상상력과 ‘다오’[the Tao]를 양식으로 삼은 편력 기사,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1)

 

문학 작품의 배경에는 그것이 배태된 시대 상황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우선은 판타지 소설이 아니라면 그 소설의 내용이 전개되는 역사적, 사회적 상황이나 문화적 환경이 마련됩니다. 주인공들이 태어나고 삶을 영위하는 가정환경과 성장 과정이 상세하게 묘사되는 경우도 잦습니다. 자기 작품의 개연성을 높이기 위한 소설가들의 노력인 셈입니다. 예컨대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은 스탈린의 전체주의 치하에 놓인 소련이라는 역사적 현실에 대한 비판과 풍자였습니다.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을 통해 산업혁명 이후에 전개된 영국 사회의 명암을 접하게 됩니다. 토마스 만의 “마의 산”은 제1차 세계대전 전의 병적인 유럽 사회상을 그 내밀한 부분까지 소개해 줍니다.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은 당시 프랑스의 퇴폐적이고도 속물주의적인 문화상을 사실적으로 보여줍니다. 토마스 하디의 “더버빌가의 테스”는 주인공의 인성과 삶을 결정짓는 가정환경의 영향력을 설득력 있게 제시해 줍니다.

 

이렇게 제시된 가정적, 사회적, 문화적 상황이라는 문맥은 특정 문학 작품을 독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특정 문장의 의미를 바로 이해하기 위해 그 문장의 전후 문장뿐 아니라 그것이 포함된 단락이라는 문맥이 필요하듯이, 특정 인물의 사상이나 행동의 의미를 바로 헤아리는 데 있어서도 이런 환경적 문맥이 갖는 영향력은 지대합니다. 이 세상의 어느 누구도 자기 스스로 태어나는 이가 없고 홀로 사는 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 속에서 ‘미치광이 살인마’로 불리는 주인공인 최현수를 이해하려면 ‘무면허, 음주운전, 사망사고’라는 상황 외에도 그의 심신 상태와 직업과 가정환경을 살피지 않으면 안 됩니다. 왼손 떨림과 교통사고로 20년 경력의 야구 선수(포수) 생활을 마감한 후 술에만 의존해 살던 무능한 가장이었던 그. 중산층 진입 기준인 33평 아파트 구입을 고집하며 닦달하는 아내의 성화를 이기지 못해 세령호 경비 근무를 지원해서 그곳 사택을 방문하러 가던 도중 발생한 교통사고. “백상아리처럼 크고 힘세고 사나운 그 왼손”이 순간적으로 통제력을 잃어버리면서 사고 피해자 아이의 목숨을 끊어 버린 상황. 나중에 자기 인생의 최대 가치인 외동아들 서원을 지키기 위해 세령댐의 수문을 연 상황.

 

이번에 독해할 세르반테스(1547-1616)의 “돈키호테”는 더욱 그러합니다. 이 작품은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문학 작품으로서 근대 소설의 효시로 꼽히는 소설입니다. 성서 다음으로 많은 나라와 다양한 언어로 번역된 이 소설은 세계 유명 작가 100인이 선정한 소설 중에서 1위를 차지했다고 하지요. 19세기 프랑스 비평가 생트 뵈브(1804-1869)가 이 작품을 “인류의 성경”이라고 칭하거나, 프랑스 사학자이자 문학평론가인 르네 지라르가 “‘돈키호테’ 이후에 쓰인 소설은 ‘돈키호테’를 다시 썼거나, 그 일부를 쓴 것이다.”라고 언급한 것은 빈 말이 아닙니다. 스코트 크리스찬슨과 콜린 살터에 의하면 이 작품은 지금까지 적어도 14편의 영화와 12개의 희곡 그리고 여러 오페라와 발레 공연으로 만들어졌을 뿐 아니라, 21세기 들어서도 벌써 새로운 영어 번역본이 4종이나 출간되었다고 하지요. “즉 돈키호테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그렇지만 세르반테스가 살았던 당시의 시대상을 이해하지 못하면 돈키호테라는 인물의 실체를 이해하는 일은 그야말로 오리무중에 빠져들고 맙니다. “문학에 뛰어든 세계사”에서 김영진 작가가 지적한 것처럼, 세르반테스 시대의 군왕들의 면모나 에스파냐의 상황이 세르반테스의 삶이나 돈키호테의 면모와 겹치는 부분이 많기 때문입니다. 우선 돈키호테는 세르반테스가 태어난 당시의 왕이었던 카를로스 1세(1516-1556)와 비슷한 면이 많습니다. 돈키호테가 시대착오적인 기사도를 추구하며 좌우충돌하던 끝에 쓸쓸한 최후를 맞았던 것처럼, 현실 속의 카를로스 1세도 그런 삶을 살다 갔습니다. 카를로스 1세는 카스티야의 이사벨라와 아라곤의 페르난도의 혼인으로 형성된 통일된 에스파냐를 실질적으로 통합하여 통치한 최초의 왕이었습니다. 이사벨라 여왕이 사망한 후 그녀의 딸로 카스티야의 왕위를 계승한 '광녀 후아나'의 위태로운 통치를 지켜보던 페르난도가 후아나의 장남인 그를 카스티야와 아라곤을 함께 다스리는 왕으로 세웠습니다. 더구나 그는 요절한 자기 아버지 펠리페가 합스부르크 가문이었고 할아버지가 신성 로마 황제 막시밀리안 1세(1486-1519)이었기 때문에 그 할아버지 뒤를 이을 후계자가 없는 상황에서 신성로마 황제까지 겸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에스파냐의 주도로 형성된 신대륙(콜럼버스가 신대륙 발견한 게 1492년)의 식민지에서 엄청난 규모의 부가 몰려들었으나, 그는 그 부를 전쟁과 사치라는 경로를 통해 합스부르크 가문의 위상을 관리하는 데 사용하는 엄청난 실수를 저지릅니다. 더구나 그는 종교개혁이 본격적으로 발흥하기 시작하는 시대적 변화의 시점[에라스뮈스가 “우신예찬”을 출간한 지 5년 후이자, 마르틴 루터가 ‘95개조 반박문’을 게재하기 1년 전인 1516년]에 왕좌에 올랐지만, 그 시대적 요구를 읽지 못한 채 타성적으로 중세적인 가톨릭의 수호자로 자처하면서 그 일에 일생을 바쳤습니다. 대외적으로는 오스만튀르크를 견제해야 했고 대내적으로는 개신교 세력을 약화시켜야 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재위 기간을 전쟁터에서 보내며 헌신했지만, 특정 민족들로 구성된 국민 국가들이 새롭게 발흥하는 시대적 변화에 역행하는 정책을 펼침으로써 그의 왕국은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그의 초상화는 주로 그가 갑옷을 입고 말을 탄 모습을 그리고 있다고 하지요. 마치 중세 기사를 연상케 하는 그의 면모 때문입니다. 말년에 가서야 자기의 노력이 헛수고로 판명 났다는 점을 그는 인정했지만, 결국 치명적으로 작용한 루터파의 오랜 분쟁을 “아우크스부르크 화의”(Augusburg Settlement, 1555)를 통해 마감할 수밖에 없었고, 그 이듬해 은퇴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가톨릭 수호라는 기치를 내 건 중세 기사로서 일생을 살아간 그는 돈키호테 못지않게 쓸쓸하게 이생을 마감합니다.

 

한편 세르반테스의 생애는 펠리페 2세(1556-1598)의 즉위 기간과 상당히 오랜 기간 겹칩니다. 그의 치세 기간 동안 세르반테스는 소년기, 청년기, 장년기를 보냈을 뿐 아니라, 세르반테스가 가장 자랑스러워했던 업적인 레판토 해전(1571)도 그의 지휘하에 이루어진 역사였습니다. 그 전투에서 세르반테스는 왼팔에 부상을 입게 되어 평생 ‘레판토의 외팔이’라는 별명을 얻게 되지요. 1575년에 제대하여 귀국하던 중 해적에게 납치되어 무려 5년 동안 포로로 잡히는 불운도 겪게 됩니다. 이 필리페 2세는 신성로마제국(합스부르크 왕가)과 에스파냐를 겸하여 통치한 카를로스 1세의 아들로서, 그에게서 찬란한 영광과 골칫거리를 한꺼번에 물려받은 왕이었습니다. 당시 그 왕국은 유럽 절반을 통치하는 유럽 최강대국의 위용을 뽐냈지만, 펠리페 2세가 파산 선언(1557)을 하면서 통치를 시작해야 할 만큼 엄청난 빚더미 위에 올라앉아 있었습니다. 비록 레판토 해전으로 깊은 절망감에 빠져 있던 기독교 세계를 위로해 주긴 했지만, 그 전쟁에 쏟아부은 천문학적 비용으로 한 번 더 휘청거려야 했습니다.

 

만성적인 재정 적자 외에도 그를 괴롭힌 것은 개신교 세력의 확산이었습니다. 카를로스 1세는 “아우크스부르크 화의”(Augusburg Settlement)에 도달함으로써 루터파와의 종교적 대립을 멈췄지만, 스위스에서 발원하여 유럽 각지로 확산된, 장 칼뱅(1509-1564)의 교리를 좇는 추종자들은 더 급진적인 기독교 세력으로 성장을 거듭했습니다. 그들은 잉글랜드에서는 청교도로, 프랑스에서는 위그노로, 네덜란드에서는 고이젠이라고 불리면서 그 지역들을 장악했습니다. 네덜란드가 자기 왕국 중 가장 부유한 지역이어서 그곳에 세금 인상이라는 카드를 내민 펠리페 2세에게 그곳 주민들은 반란으로 응답하여(1568), 그 후 무려 80년간이나 에스파냐의 국력을 소모시켰습니다. 잉글랜드도 만만찮은 골칫거리였습니다. 당시 자기 아내인 잉글랜드의 메리 1세(헨리 8세의 맏딸)가 일찍 죽고 난 후 즉위한 그녀의 이복동생인 엘리자베스 1세(1558-1603)가 국교회를 다시 세우고 가톨릭을 탄압하자, 펠리페 2세는 처제인 그녀에게 청혼했으나 거절당했지요. 잉글랜드가 계속 네덜란드 반란군을 돕는 것을 보고 참다못해, 그는 1588년에 무적함대(Armada)로 자랑하던 해상 전력으로 엘리자베스 1세가 통치하던 잉글랜드를 침공했다가 잉글랜드의 저항과 태풍의 영향으로 참패하고 맙니다. 무적함대의 재건을 위해 지출한 재정으로 인해 치명상을 입은 에스파냐는 한 번 더 파산 선언을 하게 되지요(1596). 그로부터 2년 뒤 그는 눈을 감게 됩니다. 그 이후로 에스파냐는 가파른 내리막길을 걷게 됩니다. 

 

이렇게 펠리페 2세가 죽고 그 아들 펠리페 3세가 즉위할 즈음에 세르반테스도 큰 고난 가운데 처해 있었습니다. 많은 노력을 들여 쓴 글들은 전혀 팔리지 않았고, 생계를 위해 온갖 일들을 해야 했으며, 1587년에는 횡령 혐의를 쓰고 석 달간 감옥에 갇히는 신세로 전락하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그 감옥 안에서 “돈키호테”를 구상하기 시작하여 출감한 이후에 그 작품의 집필에 전력하다가, 급기야 1605년에 기발한 이달고[=하급 귀족] 라만차의 돈키호테”라는 제목으로 “돈키호테 1권”을 출간하게 됩니다. 1605년에만 6쇄를 찍는 대성공을 거두었지만, 세르반테스에게 경제적으로 덕이 된 것은 별로 없었습니다. 워낙 궁색했던 처지라 일정한 원고료만 받고 판권을 출판사에 넘겼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그해 여름에는 살인 누명을 쓴 채 감옥에 갇히게 되기도 합니다. 갑자기 1609년에 수도원에 들어가 수도사가 된 후에도 계속 집필 활동을 하던 중, 그는 위작인 “돈키호테 2권”이 출판되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됩니다. 이 사태를 바로잡기로 결심한 그가 1615년에 출판한 것이 바로 기발한 기사 라만차의 돈키호테”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돈키호테 2권”입니다. 이 작품의 말미에 돈키호테의 죽음을 제시함으로써 다른 위작이 탄생하지 않도록 확실하게 못 박지요. 그 이듬해 4월 23일에 그는 숨을 거둡니다. 셰익스피어도 함께 하늘로 떠난 그 날짜를 기념하여 전 세계에서 “책의 날”로 기리고 있지요. 이렇게 작품의 시대 상황이 그것의 의미를 독해하는 데 유용한 단서를 제공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서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읽어 보겠습니다. (“열린책들”<안영옥 역> 번역 참조.)

 

-“돈키호테” 줄거리-

<1권: "기발한 이달고 라만차의 돈키호테">

(1부) 에스파냐 안달루시아 지방의 라만차라는 마을에 나이가 쉰에 가까운 키하노라는 노인이 살고 있었다. 매우 부유하지는 않았어도 전답을 넉넉히 가지고 여유 있게 홀로 사는 사람으로서, 조카딸과 가정부의 시중을 받고 있었다. 재산을 관리하거나 사냥하는 일도 까많게 잊은 채 하루 종일 기사 소설을 읽으며 지내던 어느 날, 그는 정신이 이상해져서 자기가 모험심 충만한 편력 기사가 되어 모든 모욕들을 무찌르는 일에 몸을 던져 명예를 드높이고 나라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망상에 빠진다. 스스로 ‘라만차의 돈키호테’라는 이름으로 자기를 부르며, 늙은 짐말에 불과한 종마에게는 로시난테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그리고 옆 동네인 엘 토보소의 알돈사 로렌소라는 처녀를 둘시네아로 명명한 뒤 자기가 평생 충성을 바쳐야 할 공주로 여긴다. 자기가 아직 기사 서품을 받지 못한 사정으로 고민하던 중 자기 눈에 들어온 멋진 성[=객줏집]에서 그 성주[=그곳 주인]에게 사정하여 기사로 임명된다.

 

객줏집에서 한바탕 난동을 피우고 쫓겨난 돈키호테는 기사 서품을 받고 첫 사역에 직면한다. 양치기 소년 안드레스의 급료를 주지 않고 일만 시키고 체벌을 가하는, 킨타나르에 사는 부자 후안 알두도의 비열한 행동을 바로 잡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그 부자는 돈키호테에게는 안드레스의 밀린 급료를 지불해주겠다고 했지만, 그가 사라지자 자기가 그 소년을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에 그에게 더 많은 돈을 주기 위해서라도 빚을 늘리고 싶다고 말하면서 그를 다시 떡갈나무에 묶고 죽도록 두들겨 팬다. 그래서 그 소년이 자기를 저주한 사실을 돈키호테는 몰랐다. 의기양양하게 길을 가던 돈키호테는 무르시아로 비단을 사러 가던 톨레도 상인들에게 시비를 걸어 공격하려 했다가, 로시난테가 넘어지는 통에 자기도 넘어지게 되어 그 상인들의 하인에게 죽도록 맞는다. 그의 “온몸이 맷돌에 갈린 밀처럼 되어” 버렸지만, 나중에 보니 몸에는 상처가 나지 않았다. 그는 이 사건도 가장 지독하고 무모한 거인 열 명과 싸우다가 로시난테와 함께 심하게 넘어졌다는 망상으로 이해한다.

 

그곳을 지나가던 동향 출신 농부의 도움으로 집으로 돌아온 돈키호테가 15일간 몸조리하면서 쉬는 동안, 그 마을의 신부와 이발사가 그의 집에서 기사 스토리가 담겨 있는 대부분의 책을 가정부와 조카딸이 다 불태워 버리도록 조치한다. 그를 미치게 한 원인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하지만 돈키호테에게는 마술사가 해코지를 한 것이라고 변명한다. 한편 돈키호테는 이웃에 사는, 착하지만 머리가 약간 모자라는 한 농부에게 간청하여 자기 시종이 되게 한다. 그가 바로 산초 판사였다. 자기가 모험 중에 어떤 섬을 얻게 되면 그 섬을 다스리게 해 주겠다는 돈키호테의 약속에 혹한 그는 마누라와 자식을 버리고 그의 종자가 될 것을 승낙한다.

 

여비를 마련하고 필요한 물품들을 구입하게 되자, 돈키호테와 산초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그곳을 떠나 버린다. 그의 두 번째 여정이 시작된 것이다. 이 여정에서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이 바로 풍차와 대결을 벌인 사건이다. 30-40개나 되는 풍차를 발견한 돈키호테는 그것들을 거인들로 여기고 풍차로 돌진하다가, 돌아가는 풍차의 날개에 부딪혀 창은 박살 나고 말은 등을 반이나 다치고 자기는 들판으로 내동댕이쳐진다. 다시 일어나 전진하면서 식사도 하지 않고 잠도 자지 않은 채, 그는 달콤한 추억으로 배를 채우고자 한다. 그런 후에 그는 성 베네딕트 교단 사제 두 명과 비스키야 지방의 한 부인이 탄 마차와 하인들 무리를 보고 공주를 유괴해 가는 마법사 일행이라고 보고 공격을 개시하여, 사제들은 쫓아 보내고 하인들과 싸우게 된다.

 

(2부) 그 경호원과 하인들을 혼쭐내어서 보낸 후에, 그 부인에게서 엘 토보소 마을로 가서 둘네시아를 찾아가 그녀의 처분을 기다리겠노라는 약속을 받는다. 그렇지만 그 다툼으로 인해 돈키호테도 갑옷 왼쪽이 다 잘려 나가고 투구의 상당 부분과 귀 반쪽이 떨어져 나가는 상처를 입는다. 산초는 돈키호테에게 귀에서 피가 철철 흐른다는 말을 하면서 치료하라는 말만 해댈 뿐 그의 실제적인 필요를 섬기지 않는다. 산초는 돈키호테가 약속한 섬을 얻는 일에만 관심을 두고 있을 뿐, 혼자 잘 먹고 짐을 나르는 일만 수행하면서 호시탐탐 이익 얻을 일에만 눈독을 들이고 있었을 따름이다. 먹는 일에 별 관심이 없는 돈키호테를 위해서는 이런저런 종류의 과일을 말려 놓도록 하겠지만, 자기를 위해서는 새고기 같은 좀 더 영양가 있는 것을 마련해 두겠다고 고백한다.

 

그러던 중 돈키호테와 산초에게 6명의 산양치기들의 배려로 저녁 식사 대접을 잘 받는 기회가 온다. 산양치기 중 하나가 돈키호테의 귀의 상처를 보더니 자기에게 금방 낫게 할 처방이 있다면서 걱정할 것 없다고 하더니, 주변에 널려 있는 로즈메리 잎 몇 개를 뜯어 씹은 뒤 소금과 섞어 그의 귀에 붙이고 붕대로 잘 감아 준다. 다른 약이 필요 없다고 장담했는데 사실이었다. 길을 떠난 그들은 여자 목동 마르셀라를 연모하다 죽은 그리소스토모라는 학생의 장례식을 목격하게 된다. 그의 친구들은 그의 사랑을 받아 주지 않은 마르셀라를 원망했지만, 나중에 그녀가 그의 무덤을 파고 있던 바위 꼭대기에 나타나 일장 연설을 하고 돌아간다. 요컨대 자기의 미모는 하늘이 내려 주신 것인데, 자기 미모 때문에 사랑을 받는 것으로 인해 자기도 그 사랑하는 상대를 사랑해야만 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한 것이다. 자기 뜻은 혼자 사는 것일뿐만 아니라 어느 누구에게도 희망을 준 적이 없기 때문에, 그를 죽인 것은 그녀의 무정함이 아니라 그의 집념이었다고 지적한다. 자기는 재산이 있기에 남의 것을 욕심내지 않으며 자기는 자유로워 남에게 속박되는 것이 싫다고 하면서, 아무도 사랑하지 않고 아무도 증오하지 않는다는 점도 덧붙인다. 그러면서 자기가 원하는 것은 그저 “하늘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것, 즉 태초의 거주지로 향하는 영혼의 발걸음뿐”이라고 고백하고 그 자리를 떠난다. 그녀의 해명에 동의한 돈키호테는 그의 친구들이 마르셀라에게 해를 입히려 하자, 그녀의 보호자로 자처하면서 그들을 저지한다.

 

길 가던 사람들이 돈키호테에게 세비야로 가지 않겠느냐고 돈키호테에게 제안했지만, 그는 그곳 산악 지대에 득실거리기로 유명한 사악한 산적들의 손아귀로부터 이곳을 탈환할 때까지는 세비야로 가지 않겠다며 머문다. 그런데 로시난테가 갈리시아 암말들에게 집적거리던 중에 갈리시아인들에게 호되게 당하는 것을 보자, 돈키호테와 산초는 그들에게 보복하려고 한다. 하지만 산초가 머뭇거리면서 그들은 20명이나 되는데 자기들은 둘 혹은 한 사람 반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하자, 돈키호테는 혼자 100명이라도 당해낼 수 있다고 응답한다. 돈키호테가 먼저 공격하자 산초가 용기를 얻어 그와 같이 보조를 맞추었으나, 그들에게 된통 얻어맞는 결과만 낳는다.

 

(3부) 다시 몸과 마음을 추스른 그들이 들른 객주집에서, 산초는 돈키호테를 치료해 주는 여인들에게 그를 “모험을 찾는 기사”로 소개한다. 그 집에 있던 마리토르네스라는 하녀가 마부 한 사람과 정을 통하려 하는 과정에서 그 마부, 돈키호테, 산초, 객줏집 주인 및 그 하녀 사이에 난장판의 싸움이 벌어져, 돈키호테는 거의 죽을 정도로 맞아 실신해 버린다. 이튿날 객줏집을 나오면서 돈키호테는 “편력 기사는 어떤 객줏집에서 자든 숙박비는 물론이고 그 외 어떤 비용도 지불하지 않소.”라고 주인에게 말하고는 그곳을 뜬다. 기사들이 견디기 어려운 고행을 하는 대가로 어떠한 환대도 받을 수 있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가 떠나기 시작한 다음 숙박비를 내지 않은 것에 대해, 산초가 담요로 헹가래 쳐지는 봉변을 당한다. 이때 당한 봉변이 충격적이었는지 산초는 이 사건을 두고두고 이야기해댄다. 객줏집 주인은 그들의 숙박비 대신 그들의 자루를 챙겨 버린다.

 

돈키호테는 페스트에 걸려 죽은 사람을 싣고 가는 장례 행렬과 마주치자, 부상 입거나 살해 당한 기사들을 싣고 가는 것이라며 오해한다. 그들을 위해 복수를 하겠다며 그 장례를 돕고 있던 12명의 사제 일행을 공격한다. 자기 주인이 애꿎은 사제들을 공격하는 동안, 산초는 그들의 식량을 챙기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런 후에 그는 자기 주인을 “슬픈 몰골의 기사”로 소개하기 시작하고, 돈키호테는 이 별명에 마음 들어한다. 그 이후에 돈키호테는 물통에 있는 빨래의 기름때를 돌아가며 두들겨서 빼는 여섯 개의 방망이가 내는 굉장한 소리를 듣고 대전을 불사할 채비를 한다. 그리고 겁 많은 이발사가 쓰고 있던 놋대야를 탈취하고 쓰고 다니자, 죄수를 끌고 가는 관리가 그것을 보고 “머리에 얹어 놓은 그 요강”이라고 칭했지만, 돈키호테는 ‘맘브리노의 투구’로 여긴다.

 

그 이후에 시에라 모레나에서 돈키호테가 관리에 의해 끌려가는 죄수들 행렬과 마주치자 그들을 구해 주었으나, 그들은 도리어 돈키호테와 산초와 로시난테를 공격해서 뻗게 만든다. 돈키호테가 그들에게 엘 토보소로 가서 둘시네아 공주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라고 요구한 것이 화근이 된 것이다. 그들이 거부하자 돈키호테가 화를 내는 바람에, 죄수들이 돈키호테에게 돌팔매질을 해서 그를 망신창이로 만들었을 뿐 아니라 산초까지도 공격해서 그의 옷을 다 털어가 버렸다. 그렇지만 죄수들을 풀어 준 것으로 인해 악명 높은 종교 경찰인 형제단에게 붙잡힐 것을 염려해서 산으로 도주하던 중 주머니 하나를 줍게 된다.

 

그 주머니의 주인공은 안달루시아 출신이며 부유한 귀족 가문 혈통인 카르데니오라는 청년이었다. 그에게서 그녀의 애인인 루스신다와의 사랑 이야기를 접하게 된다. 카르데니오가 섬기게 된 리카르도 공작의 아들 돈 페르난도는 난봉꾼 기질을 가진 자로서, 자기가 사랑한다고 고백한, 아버지 신하의 딸을 농락한 뒤에 카르데니오의 집으로 도망가는 신세에 처한다. 그런데 그곳에서 루스신다를 보고 반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자기 이야기를 듣던 돈키호테가 자기가 경멸하는 마디사마 여왕을 옹호하자, 카르데니오는 화가 나 돌을 던져 돈키호테를 쓰러뜨렸고 산초와 산양치기도 녹초로 만든 다음 산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그러자 돈키호테는 산초에게 둘시네아에게 보내는 편지를 맡겨 그녀를 만나 전해 주라고 보내고, 자기는 시에라 모레나 산속에서 혼자 남아 이전 다른 기사들을 본받아 사흘 후 산초가 돌아올 때까지 성모송을 1백만 번이나 올리며 고뇌하고 몸부림치는 시기를 겪는다. 한편 길을 떠난 산초는 돈키호테의 집에서 그의 책을 처분한 신부와 이발사를 객줏집에서 만나서, 함께 더불어 돈키호테를 쓸데없는 그 고행에서 구해 낼 묘책을 고안한다. 신부가 편력하는 처녀의 옷차림을 하고 이발사는 종자로 보이도록 하여 돈키호테를 찾아가, 처녀가 사는 곳으로 함께 가서 나쁜 기사로부터 받은 모욕을 복수해 달라고 부탁하자고 한 것이다. 그런데 신부와 이발사가 돈키호테를 만나러 가는 도중에 카르데니오를 만나 그의 이야기 전모를 듣게 된다. 즉 돈 페르난도가 카르데니오에게서 루스신다에 대한 이야기를 다 듣고 난 후 카르데니오를 자기 아버지 집으로 심부름을 보낸 후에 자기가 그 대신 루스신다의 아버지에게 청혼하여 그녀와 결혼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루스신다도 그렇게 되면 자결할 것을 약속했지만, 결국 결혼에 동의한 후 기절하고 만다. 이런 장면을 목격한 카르데니오는 복수를 하거나 자기도 자결할 것을 결행하지 못한 채 상심한 채로 외딴곳에 위치한 산으로 나아간다. 정신이 오락가락하기 시작하여 그녀가 변심함으로써 자기의 파멸을 확실히 할 생각이었으니, 자기도 스스로를 망쳐 그녀의 뜻을 만족시켜 줄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앞으로 올 사람들에게 본보기가 되겠다고 여긴 것이다.

 

(4부) 카르데니오 이야기가 끝나갈 즈음에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 주목해 보니, 그 주인공은 돈 페르난도에게 먼저 당한, 안달루시아 공작 클레나르도의 딸인 도로테아였다. 그녀는 어떻게 돈 페르난도가 자기 방안까지 침입해 들어와 자기를 달콤한 말로 속이고 겁탈한 후에 종적을 감추었다가, 그 가까운 도시에서 아주 지체 높은 집안의 딸인 루스신다와 결혼한 소식을 듣게 되었는지를 설명해 주었다. 그런데 도로테아가 자기 하인과 함께 루스신다가 사는 지역에 와서 보니, 그녀와 돈 페르난도는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시 결혼이 성사되는 시점에 루스신다가 기절한 후 그녀 옷 안에서 글과 칼이 발견되었고, 정신을 차린 루스신다는 부모 집에서 나와 잠적해 버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도로테아와 함께 나온 하인이 자기에게 흑심을 품고 달려들었다가 그녀가 그를 밀쳐 벼랑으로 밀어 버리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 후에 만난 목장 주인도 자기가 여자인 것을 알고 나쁜 마음을 품고 있어, 험악한 산속으로 숨어 들어왔다가 그들을 만난 것이었다.

 

신부와 이발사에게서 돈키호테의 사연을 들은 도로테아는 돈키호테를 그 산속에서 끌어내는 일을 돕기 위해 힘을 보태겠다고 한다. 대(大) 미코미콘 왕국의 직속 여성 후계자인 미코미코나 공주로 변장하여 도움을 청할 일이 있는 것으로 설정하여 돈키호테에게 나아가겠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돈키호테를 만난 그들 간에 이야기가 무르익어가면서 그들이 잠시 쉬고 물을 마시고 있는 중에, 그곳을 지나가던 양치기 소년 안드레스를 다시 만나게 된다. 그 주인이 돈키호테가 떠난 후에 저지른 못된 짓을 안 돈키호테가 그곳으로 돌아가 응징하려고 하자, 도로테아가 만류하면서 그 일을 나중에 가서 처리하겠다고 설득한다. 그렇지만 안드레스는 먹을 걸 좀 달라고 해서 받아 들고는 “이 세상에 태어난 모든 편력 기사들과 당신께 하느님의 저주가 있기를 바랍니다요.”라고 말하고는 빨리 달려가 버린다.

 

그들은 이전에 돈키호테 일행이 묵었던 그 객줏집에 도착하게 되지만, 신부와 식당 주인 사이에 기사 소설의 가치에 대해 논쟁이 벌어진다. 그러다가 나중에 발견된, “당치 않은 호기심을 가진 자에 대한 이야기”를 모두 함께 읽게 된다. 이탈리아의 프렌체에 사는 안셀모와 로타리오라는 두 신사 이야기로서, 의처증과 연관된 이야기였다. 안셀모는 아름다운 카밀라와 결혼한다. 자기 부인이 얼마나 정조가 굳은 여인인지 알아볼 양으로 절친 로타리오에게 자기 아내를 유혹해 달라는 부탁을 한다. 로타리오가 그러한 제안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지 누누이 설명했으나, 그의 고집을 꺾지 못하여 로타리오는 그 유혹 작전에 임한다. 처음에는 유혹을 시도하지도 않다가 나중에는 정식으로 유혹하기 시작했는데, 그만 카밀라가 그것에 굴복하고 만다. 그래도 그런 상황을 카밀라와 로타리오 둘 만의 비밀로 두기로 했으나, 그런 사실을 옆에서 목격한 카밀라의 하녀 레오넬라로 인해 난감한 상황이 전개된다. 그녀는 자기 애인을 집안으로 끌어들여 정을 통하는 것이 안셀모에게 들켜 난감해 지자, 그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을 털어놓겠다며 시간을 좀 달라고 청한다. 이런 사정을 안셀모에게 전해 들은 카밀라는 자기 보석과 돈을 챙긴 후 로타리오를 찾아가 함께 도망치자고 한다. 사정이 급박해진 로타리오는 카밀라를 자기 누이가 원장으로 있는 수도원에 숨겨 두고 자기는 종적을 감춘다. 레오넬라 뿐 아니라 카밀라와 로타리오까지 다 사라진 것을 안 후에 자기의 실책을 깨달은 안셀모는 죽을 지경이 되어 다른 친구 집을 찾아간다. 그곳에서 자기 머릿속이 불행이 가득 차고 자기 목숨이 끝나가는 것을 깨달은 그는 “한 어리석고 당치 않은 욕망이 나의 목숨을 빼앗았습니다.”라고 고백하며 카밀라를 용서한다고 전해 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숨을 거둔다. 종적을 감춘 로타리오는 뒤늦게 후회한 후에 전쟁에 참여했다가 유명을 달리했고, 그 소식을 들은 카밀라는 수녀가 되었다가, 며칠 지나지 않아 슬픔과 우울증에 혹독하게 시달리다가 죽고 만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나누는 어간에 그 객줏집으로 찾아온 사람들이 있었다. 당시 여자들은 가리개를 하고 있어서 그 정체를 알 수 없었으나, 가리개를 내리게 되자 서로가 누구인지 모두 다 알게 된다. 돈 페르난도와 루스신다 일행이었던 것이다. 먼저 도로테아가 돈 페르난도 앞에 무릎을 꿇고 그가 마음을 돌리기를 애원하자 그의 마음이 움직여 그녀와 다시 결합하고, 루스신다와 카르데니오와의 결합도 축복해 준다. 그리고 루스신다가 수녀원으로 갔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돈 페르난도가 기사 세 명을 이끌고 가서 그녀를 납치해서 가던 중이었다는 것도 전해 준다. 그러면서 자기로서는 이 객줏집에 도착한 것이 마치 하늘에 온 것 같다고 고백한다. 이 땅의 모든 불행이 해결되어 마침표를 찍는 곳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 객줏집에 남자 포로 한 사람과 무어인 여성이 한 사람 또 등장한다. 렐라 소라이다 혹은 마리아라는 이름을 가진 여성이었다. 그들은 모두 그 포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루이 페레스라는 그 포로는 레온 지방의 산악 마을 주민의 장남으로 태어나 군인의 길로 나서 에스파냐 보병대 대위의 직급으로 복무하던 중에, 레판토 해전에서 싸우다가 전쟁 포로가 된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자유를 되찾은 레판토 해전이라는 그 행복하기 그지없는 여정에서, 유독 그만 자유를 잃는 신세가 된 것이다. 그런데 무어인의 땅인 알제에 잡혀 있던 중에 거부인 아히 모라토의 딸인 소라이다와 연결이 되는 행운을 붙잡게 된다. 그녀는 자기 여종으로 있던 기독교인에게 렐라 마리엔[=성모 마리아]에 대해 듣고 기독교인들의 땅으로 갈 소망을 품게 된 것이다. 자기 집 창문으로 숱한 기독교인들을 보았지만, 대위 외에는 누구도 신사로 보이지 않아 그와 연결되도록 애를 쓴다. 그녀가 몰래 전해 준 편지를 통해 그녀의 실상과 의도를 알게 된 대위는, 그녀가 공급해 준 돈으로 무어인 기독교 개종자를 통해 자기와 동료 포로들을 사도록 한 후 그녀를 탈출시킬 계획을 실행한다. 그녀가 아버지의 장원에 있는 동안 그가 그곳 근처에 있는 배를 하나 탈취하여 그녀를 데리고 나올 때, 그녀의 아버지가 소리를 지르며 난리를 피우는 통에 그의 입에 재갈 물려 함께 모셔 온다. 그렇지만 나중에 소라이다의 요청에 의해 함께 원래 배에서 붙잡은 무어인들과 아버지를 다시 풀어 준다. 풀려난 후에 딸을 향해 저주했다가 자기에게로 돌아오라고 사정하는 그녀의 아버지를 뒤로 한 채 항해해 가던 중에, 프랑스 해적들을 만나 소라이다가 가지고 온 온갖 금은보화를 다 빼앗겼으나, 모두 목숨을 부지한 채 에스파냐로 입국한다. 그리하여 대위가 소라이다와 함께 자기 집으로 가던 도중에 객줏집에 도착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날 밤 객줏집으로 찾아온 판관 한 사람이 나중에 대위의 막내 동생임이 밝혀진다. 대위가 그 동생이 그런 처지에 놓인 자기를 어떻게 생각할까 의구심이 들어 망설이고 있을 때, 신부가 대신하여 대위의 소식을 전한다. 그때 바로 대위와 소라이다가 나타나 형제가 다시 상봉하여 기쁨을 한껏 누린다. 이튿날 아침에는 또 다른 사건이 발생한다. 동생의 딸인 도냐 클라라[막 14세가 될 아이]를 사랑하는 돈 루이스[아라곤 왕국 출신인 기사의 아들이자 클라라와 동갑내기]가 그녀가 살던 곳에서 떠난 것을 알고, 그녀를 뒤쫓아 와서는 자기의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다닌다. 클라라도 그를 좋아하긴 하지만 아버지의 반응이 두려워 아직 이야기를 꺼내지도 못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그 돈 루이스를 찾기 위해 하인들이 객줏집으로 왔다가 돈 루이스를 발견해서 집으로 데려가려 하나, 그는 막무가내로 돌아가지 않으려 한다. 결국 돈 페르난도가 돈 루이스를 데리고 그의 집으로 가겠다고 자청한다.

 

돈키호테가 빼앗은 가짜 투구[=대야]의 주인공인 이발사가 객줏집에 나타나 자기 물품을 내놓으라며 한바탕 난리를 피웠으나, 신부와 돈 페르난도의 배려로 문제가 다 해결된다. 돈키호테를 집으로 데려가기 위해 온 일행이 힘을 합쳐 그의 두 손을 묶어 우리 속에 넣고 소달구지에 실어 데리고 고향으로 가려한다. 그들은 변장하여 유령 행세를 한다. 그리고 신부와 이발사는 돈 페르난도와 그의 친구들, 대위와 그의 동생, 행복을 찾은 여인들, 특히 도로테아와 루스신다와 작별 인사를 나눈다. 그들이 돌아가는 도중에 풀밭에서 식사를 하는 중에 도망치는 산양을 잡고는 그것과 다정하게 대화하는 산양치기 한 사람을 만난다. 그에게 무슨 신비로운 사연이 있을 것으로 여긴 일행들에게 그 산양치기 에우헤니오는 자기 이야기를 소개해 준다. 아름답고 보기 드물 만큼 총명하고 싹싹하며 덕스러운 외동딸 레안드라를 둔 어진 농부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 농부가 딸을 위한 신랑감으로 이미 좋은 조건을 갖춘 에우헤니오와 안셀모를 두고 저울질만 할 뿐 결정을 하지 않은 채 가지고 논다. 그 사이에 전장에서 돌아온 가난한 농부의 아들 비센테가 화려하게 보이는 옷과 과장된 이야기와 시로 레안드라의 마음을 매혹시킨다. 그러자 그녀는 많은 돈과 값진 보석들을 챙긴 채 아버지 몰래 그 군인과 함께 마을에서 사라져 버린다. 많은 사람들이 동원되어 그녀를 찾던 중 동굴 속에서 가진 것 다 빼앗긴 채 속옷 바람으로 있는 그녀를 발견하게 된다. 자초지종을 들은 아버지는 딸을 수도원에 가두어 버린다. 그 덕에 실망한 에우헤니오와 안셀모는 골짜기로 들어와 살면서 양들을 키우며 살게 된다. 그녀에게 구혼한 다른 많은 젊은이들도 그녀를 찬양하거나 비난하면서 그들처럼 살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리하여 돈키호테는 집을 떠난 지 17일 만에 다시 자기 집으로 돌아온다. 그가 돌아오자 조카딸과 가정부는 그를 탈선시킨 기사 소설들을 저주한다. 그렇지만 산초는 자기를 만나러 온 아내에게 “정직한 사내로서 모험을 찾아 헤매는 편력 기사의 종자가 되는 것보다 세상에 더 즐거운 일은 없다”는 점을 역설한다. 신부와 이발사는 조카딸과 가정부에게 돈키호테가 집을 떠나지 못하도록 잘 감시하라고 신신당부하지만, 그는 고향 집에서 편안히 머물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2권: 기발한 기사 라만차의 돈키호테>

집으로 돌아온 돈키호테는 한 달간 푹 쉰다. 그가 정상적으로 정신이 회복되었는지 알아보기 위해 신부와 이발사가 방문했다가, 그가 여전히 편력 기사의 꿈을 품고 있는 것을 확인한다. 그즈음에 살라망카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학사 삼손 카라스코가 돈키호테를 찾아와 토론을 하게 된다. 그가 시데 아메테 베넹헬리가 쓴 돈키호테 이야기, 즉 기발한 이달고[=하급 귀족] 라만차의 돈키호테를 소개해 준 것이다. 얼마 후 산초가 찾아와 입은 다물고 서류가 말하게 하라는 테레사의 제안에 따라, 우리는 모두 죽게 되어 있으니 자기가 돈키호테를 섬기는 동안 월별로 줄 봉급을 정해달라고 부탁한다. 돈키호테가 그것을 거절하고 난 후 삼손이 와서는 그를 찬양하면서 기사로서의 위대한 일을 행하기 위해 지체하지 말고 세 번째 출발을 당장 하라면서, ‘신부와 이발사의 제안에 따라’ 자기가 기꺼이 종자가 되어 주겠다고 제안한다. 그러자 경쟁자가 생긴 것을 깨달은 산초는 자기 제안을 거둬들이고는, 처음에 돈키호테가 약속해 준 ‘유언장과 부속으로 들어가는 내용’만 확실하다면 함께 떠나겠다고 한다.

 

그로부터 사흘 후에 그들은 둘시네아가 사는 그 위대한 도시 엘 토보소를 향해 떠난다. 그들은 엘 토보소에 밤 12시에 도착해서 그녀의 집을 찾는다. 그러던 중에 길에서 ‘숲의 기사’[거울의 기사’]와 그의 종자를 만난 후에, ‘숲의 기사’와 돈키호테가 싸움을 벌이기 시작한다. 그 기사가 섬기는 공주가 둘시네아보다 더 아름다울 뿐 아니라 자기가 돈키호테와 싸워 이긴 적도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싸움의 결과, ‘숲의 기사’ 가 땅바닥에 나뒹굴고 말았는데 꼭 죽은 것 같았다. 그런데 그의 투구의 매듭을 풀자, 그의 모습이 삼손 카라스코와 같은 얼굴이었다. 그리고 그 기사의 종자도 산초 판사의 대부이자 친구인 토메 세시알이었다. 돈키호테가 출가하기 전에 삼손이 먼저 신부와 이발사를 만나 논의한 내용 때문에 삼손이 나선 것이었다. 돈키호테를 일단 출가하도록 해 두고 자기가 편력 기사로 나서 그를 만나 결투를 벌인 후 이겨서, 패자는 승자의 처분에 따르도록 약속한 것을 따라 돈키호테를 집으로 다시 보내도록 할 계획이었다. 그렇지만 아주 쉬운 일이라고 여긴 그 결투에서 그는 졌던 것이다.

 

돈키호테는 이 ‘숲의 기사’와의 사건도 사악한 마법사들의 속임수며 계획이라고 확신한다. 그다음으로 그는 녹색 외투를 입은 점잖고 학식 높은 라만차 신사, 돈 디에고 데 미란다를 만나 독서에 관한 토론을 하게 된다. 그는 그 신사에게 자기는 이미 죽어 버린 편력 기사도를 다시 살리고자 운명의 팔에 맡긴 편력 기사로서 그 본연의 의무를 다하고 있다고 이야기하자, 그 ‘녹색 외투 신사’에게는 돈키호테가 제정신을 가진 미치광이이거나 제정신이 돌아오려고 하는 미치광이로 보였다. 그가 정확하고 품위 있게 구사하는 옳은 말과는 대조적으로 터무니없고 무모하며 멍청하기만 한 행동을 해댔기 때문이다. 그들이 서로 대화를 하던 중에 국왕에게 상신할 사자 두 마리를 싣고 가는 행렬과 마주친다. 그 상황에서 돈키호테는 그 두 마리와 맞짱 뜨려는 기행을 보인다. 그런데 수사자 우리의 문을 열어 두었으나 그 사자는 몸을 한 번 뒤척이고 온몸으로 기지개를 켜더니, 천천히 하품을 한 후 혀로 눈의 먼지를 떨어내고는 얼굴을 닦았다. 그 후에 머리를 우리 밖으로 내밀고 불같은 눈빛으로 사방을 둘러보다가 이리저리 둘러본 끝에 등을 돌리더니 돈키호테에게 엉덩이를 보인 채 아주 느리고도 굼뜨게 우리 안에 다시 누워 버렸다. 사자에게 먹힐 뻔 상황을 모면한 돈키호테는 이때부터 자기를 ‘사자의 기사’로 부르겠다고 한다.

 

‘녹색 외투의 기사’의 집에 머물게 된 돈키호테는 그의 아들인 돈 로렌소가 자기가 공부한 학문이 무엇이냐고 묻자, “편력 기사도학”으로서 “이 세상에 있는 거의 모든 학문을 그 안에 담고 있는 학문”이라고 답한다. 목숨을 걸고 진리를 지킬 뿐 아니라, 순결한 생각과 정직한 말, 관대한 행동과 용기, 역경을 극복하는 용기와 관대함을 발휘하는 위대함을 갖춘 자가 편력 기사가 될 수 있다고 언급한다. 대부분의 세상 사람들이 이전 시대에 편력 기사가 없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자기가 여러 차례 경험한 바로는 편력 기사들이 존재했고 지금도 존재하고 있다고 덧붙인다. 그러면서 하늘이 이 엄연한 사실을 기적적으로 일깨워주시지 않는다면 아무리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 노력한들 소용이 없어 보인다고 역설한다. 돈키호테가 이 세상 최고의 미치광이 짓을 하는 걸 보았지만 그런 짓을 모두 지워 버릴 정도로 가장 분별 있는 이야기를 하더라는 것을 이미 아들에게 일러 준 돈 디에고는,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의사와 법원 서기들이 몰려와도 그의 광기를 처치할 수 없을 것이라고 체념한다. 돈키호테가 제정신이 드는 때가 많은, 일관되지 못한 미치광이로 보였기 때문이다.

 

돈 디에고의 마을을 떠나서 가는 도중에 만난 일행에게 미인 키테리아와 부자 카마초와의 결혼식에 대한 소식을 듣고, 돈키호테 일행은 그 결혼식장으로 향한다. 엄청난 규모로 진행되는 그 결혼식이 거행되는 시점에 난데없는 고함과 함께 바실리오라는 청년이 나타난다. 자기가 큰 재산을 마련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부유한 카마초와 결혼하려는 키테리아를 원망하면서, 그는 신랑, 신부 앞에서 땅에 꽃은 칼에 엎어져 자결한다. 그곳에 배석해 있던 사제가 죽기 전에 고해하라고 하자, 바실리오는 키테리아가 자기 아내가 되겠다고 말하지 않는 한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한다. 그러자 주위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키테리아에게 그렇게 해 주라고 졸라 댄다. 그녀가 그에게 다가가 단순한 마음의 동요가 아니라 자유 의지로 청혼한 것이냐고 묻자, 그는 하늘이 자기에게 주시고자 했던 분명한 지혜로 그녀의 남편이 되고자 한다고 답한다. 그 말을 들은 키테리아는 자기를 그의 아내로 바치겠다고 응답한다. 그때 사제는 두 사람에게 축복을 내리고 신랑의 영혼에 안식이 임하길 빈다. 그런데 축복을 받은 바실리오는 가뿐하게 일어나더니 유쾌하게 자기 몸에서 칼을 뽑아 들었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죄다 기적이라고 외치지만, 바실리오는 사기였다고 대답한다. 칼이 그의 살과 갈비뼈 대신 정교하게 꾸민 철로 만든 관을 통과한 것이었다. 그런데 신부는 억울하다는 표정이 없었고 도리어 자기가 다시 그 결혼을 확인한다고 공언한다. 결국 두 사람이 동의해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난처해진 카마초와 그의 친구들과 바실리오와 그 친구들 간에 큰 패싸움이 벌어질 상황이 전개되지만, 바로 그때 돈키호테가 그 상황을 평정해 버린다. 그리하여 돈키호테는 사흘 동안 신혼부부와 함께 지내며 왕이나 받을 수 있는 시중과 환대를 받는다.

 

그곳에서 머무는 동안 돈키호테는 그곳 검술가인 석사의 사촌의 도움을 받아 몬테시노스의 동굴 여행을 시작한다. 그곳으로 가서 돈키호테 혼자만 밧줄에 매인 채 그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가 30분 만에 나오게 되지만, 그는 그곳에서 사흘을 지내다 온 것으로 여긴다. 그 후에 돈키호테와 산초는 객줏집에 들렀다가 그곳에서 무기를 나르고 가던 사람에게서 당나귀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언젠가 당나귀를 잃어버린 동네 의원이 그놈을 발견했다는 다른 의원과 산속에 들어가 당나귀 소리를 내며 그놈을 찾았으나, 늑대에게 잡혀 먹은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이후로부터 이 동네 사람들은 당나귀 소리를 내는 사람들로 알려져, 자기들을 조롱하는 주위 마을 사람들과 계속 서로 싸우게 된다.

 

그 객줏집에서 함께 유숙하게 된 페드로 선생이라는 손님은 왼쪽 눈을 가리고 있으면서 원숭이를 이용해서 점을 치기도 하고 인형극을 진행하기도 한다. 사람들의 미래가 아니라 그들의 과거와 현재를 맞히는 원숭이 점치기 이후에 진행된 인형극은, 돈 가이페로스가 자기 아내 멜리센드라를 구출해 내는 이야기를 다루는 내용이었다. 그가 그녀를 무어인의 왕궁에서 구출해 나오자, 그 사실을 안 마르실리오 왕이 전투를 명하여 찬란한 기마대가 그 가톨릭 연인들을 쫓아 몰려나오게 된다. 그런데 갑자기 돈키호테가 일어나더니 그 무대로 돌진하여 모든 인형들을 작살내고 인형극 무대를 바닥에 몽땅 쓰러뜨리고 만다. 그러면서 “오늘날 이 땅에 살고 있는 그 무엇보다도 편력 기사도요, 영원하라!”라고 외친다. 자기가 악의로 한 일은 아니었지만, 돈키호테는 자기가 실수한 것을 인정하고 보상을 해 준다. 돈키호테를 잘 몰랐던 객줏집 주인은 그의 관대함과 광기에 무척 놀란다. 그 인형극을 주관한 페드로 선생의 정체가 나중에 밝혀지는데, 그의 이름은 히네스 데 파사몬터로서 돈키호테가 시에라 모레나에서 풀어 준 갤리선으로 가는 죄수들 중 한 사람이었다. 이 죄수는 산초가 당나귀 위에서 잠자고 있을 때 당나귀 잿빛을 훔친 이기도 했다. 자기가 저지른 숱한 범죄 때문에 왼쪽 눈을 가린 채 꼭두각시를 놀리는 직업, 즉 ‘괴뢰사 일’을 택하게 되었던 것이다. 원숭이를 이용해서 하는 짓도 미리 정보를 수집한 이후에 하는 수작이었다. 객줏집에서 돈키호테와 산초를 바로 알아본 탓에 그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돈키호테가 매년 무술 경연 대회가 열리는 사라고사에 들어가기 전에 에브로 강변과 주변을 구경하는 여정에서, 북과 트럼펫, 화승총 소리가 크게 울려 퍼지는 소리를 듣는다. 2백 명이 넘는 무장 군인들이 온갖 무기를 들고 한 판 벌이려고 준비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돈키호테가 그들이 들고 있는 깃발을 보고 그들이 당나귀 마을 군인들인 것을 간파한다. 돈키호테는 그 무리 앞에서 정당한 복수라는 게 존재할 수 없는 이유와 무기 들고 싸워야 할 이유와 예수님 말씀 순종이 가능한 이유들을 역설한다. 그 연설을 듣고 산초가 끼어들어 ‘사자의 기사’인 자기 주인 말씀만 듣고 따르면 된다면서, 그 말이 틀리다면 자기가 책임을 지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당나귀 울음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지나치게 반응한다면 다들 바보라고 한다면서, 자기가 어릴 때 탁월하게 흉내 냈던 당나귀 소리를 선보인다. 그러자 주위에 있던 사람들로부터 산초와 돈키호테를 향해 몽둥이가 우박처럼 쏟아져 그들은 그곳을 빠져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 사건 이후에 산초는 자기 집으로 돌아가겠다면서 지난 20년[사실상 두 달도 채 되지 않음] 동안 돈키호테를 섬긴 대가를 요구한다. 그렇지만 돈키호테의 권계를 듣고는 이내 용서해 달라며 마음을 돌린다. 그들이 다음에 도달한 곳은 에브로 강가였다. 돈키호테는 강변의 나무둥치에 묶여 있던 배를 보고는 자기가 타고 갈 배라고 여긴다. 로시난테와 잿빛을 강가에 묶어둔 채 그 배를 타고 가다 물레방아를 발견하고는 그것이 성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곳에서 자기 배가 물레방아로 빠져 들어가는 것을 도우려는 사람들과 싸우려고 하다가 물에 빠지게 된다. 간신히 건짐 받은 후에 그는 이미 부서진 배 값으로 50 레알을 지불한다.

 

그들이 드넓은 초원을 지나다가 매사냥을 하던 일행과 마주치는데, 그 무리 중에 있던 공작부인이 “돈키호테” 1권의 애독자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그녀는 즉시 돈키호테와 산초를 자기 성으로 초대한다. 그녀의 남편인 공작도 돈키호테의 팬이었으므로 열렬한 환영을 받는다. 그곳에서 대접을 받던 중에 함께 배석한 성직자가 무례한 말로 돈키호테를 인신공격하자, 돈키호테는 별다른 경험도 없이 살아온 성직자가 “숙명에 따라 편력 기사도의 좁을 길”을 가는 자기를 폄하한 데 대해 모욕감을 느끼고 자신을 변호한다. 자기는 기사이며, 만일 하느님께서 허락하신다면 기사로 죽을 것이라고 고백하기까지 한다. 그런데 돈키호테에 대해 잘 알고 있던 이 공작 부부는 며칠간 그들을 환대했지만 그들을 골려 주기 위해 골탕 먹일 계책을 여러 가지 품고는 그대로 실행에 옮긴다.

 

그리하여 우선 공작 부부가 그들을 데리고 사냥에 나섰을 때 숲 속에서 이상한 일들이 연달아 발생한다. 공작의 집사 한 사람이 몬테시노스 동굴에 있는 현자 메를린의 모습으로 변장하여 자기 시동에게 둘시네아 역을 맡겨 그런 일들을 진행한 것이었다. 메를린은 괴상한 여인 모습으로 분장한 시동이 마법에 걸린 둘시네아라고 둘러댄다. 그때 공작부인은 둘시네아가 마법에 걸려 그런 모습을 하고 있다면서 산초를 설득한다. 그때 메를린은 산초를 향해 명령한다. 둘시네아를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하기 위해서는 산초가 자기 엉덩이 양쪽을 밖으로 드러내어 3,300대를 때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화가 날 정도로 쓰라리고 고통스럽게 스스로 매질해야 한다고 일러준다. 도저히 감당하지 못하겠다고 펄쩍 뛰는 산초를 돈키호테가 협박하고 공작 부부가 감언이설로 회유한다.

 

다음으로 돈키호테와 산초가 공작 부부와 함께 정원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슬픔에 잠긴 시녀’라고 불리는 트리팔디 백작 부인의 종자가 나타나 공작에게 그녀의 사정을 들어주기를 청한다. 연이어 등장한 그 부인이 자기 사정을 아뢴다. 칸다야 왕국의 노 시녀였던 그녀는 아르치피엘라 왕이 죽은 후 미망인이 된 도냐 마군시아 여왕의 딸인 안토노마시아 공주를 보호하고 가르치고 있었다. 이제 열네 살이 된 그 공주는 완벽할 정도로 아름답게 자라 뭇 남성들의 사랑을 받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는 돈 클라비호라는 방랑 기사의 시에 넋이 나간 덕에 그만, 그와 공주가 만날 수 있도록 연결 지워준다. 그 결과 그 공주는 임신을 하게 되고 결혼 서약까지 하게 된다. 이 사실을 안 여왕은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죽음에 이르게 된다. 그 여왕의 사촌인 거인이자 마법사인 말람브루노가 목마 클라빌레뇨를 타고 여왕의 무덤 위에 나타나, 공주는 암 원숭이로, 돈 클라비호는 악어로 둔갑시켜 두고는 무덤 위에 내버려 둔다. 그러고는 비문이 적힌 기둥을 세워 두었다. “이 무모했던 두 연인은 용감한 라만차 사람이 와서 나와 일대일 결투를 벌이기 전까진 원래의 모습을 회복하지 못하리라. 운명의 신들은 오직 그의 위대한 용기를 위해 한 번도 보지 못한 이 모험을 보존하노라.” 그리고 그곳에 있던 시녀들의 얼굴에 엄청난 상처를 내어 온갖 수염이 얼굴을 뒤덮어, 그들은 베일을 쓰고 다녀야만 했다. 그래서 이 시녀가 돈키호테를 찾아 그곳까지 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 마법사와 결투를 벌이겠다고 자원한 돈키호테에게 그 마법사는 목마 클라빌레뇨를 돈키호테가 있는 곳으로 보내준다. 그 목마는 돈키호테와 산초를 태우고는 3, 227레과[1레과=5.572 킬로미터]나 되는 거리를 단숨에 돌파하여 마법사가 있는 곳으로 보내 준다. 가는 길이 너무 높고 장엄하기 때문에 그들이 눈을 감고 있어야 한다는 지시를 듣고, 그들은 눈가리개로 눈을 가린다. 한참 지나자 목마가 공중으로 날아올랐고, 돈키호테와 산초는 땅바닥에 나뒹굴게 된다. 바로 그때 돌아보니 정원 한쪽 땅에 꽂혀 있는 커다란 창에 양피지 한 장이 매달려 있었는데 그 안에 금빛 글자로 글이 쓰여 있었다. “돈키호테가 ‘슬픔에 잠긴 과부 시녀’와 그 동반자들의 모험을 단지 시도한 것만으로 끝마치고 완수하였도다.” 그리하여 마법사 말람브루노가 진심으로 만족하여 과부 시녀들의 수염이 다 깎여지고, 돈 클라비호 왕과 안토노마시아 여왕도 원래 상태로 돌아가게 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대마법사인 현자 메를린의 명에 따라 진행된 것임을 밝히고 있었다.

 

그다음으로 공작은 산초에게 섬을 다스릴 수 있도록 배려해 준다. 돈키호테는 통치자가 될 산초에게 먼저 하느님을 경외하고 스스로가 어떤 인간인지를 깨닫는 일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그것들 외에 산초의 몸을 가꾸는 데 필요한 가르침을 비롯하여 통치하는 데 절실한 조언들을 다각도로 일러준다. 이런 권면을 읽지 못하는 산초를 위해 글로 써서 전달했으나, 산초가 그 종이를 받자마자 떨어뜨렸기 때문에 그것이 공작에게 전달된다. 공작과 부인은 이 글을 읽으며 “새삼 돈키호테의 기지와 광기에 놀랐다.” 공작의 영지 중 가장 훌륭한 마을인 ‘바라타리아’ 섬에 도착한 산초는 그곳의 통치자로 선언된 이후에 그야말로 솔로몬과 같은 지혜로 그곳 주민들이 갖고 오는 송사를 해결해 간다. 그는 또한 그 섬에서 대단히 훌륭한 법들을 제정했는데, 그 법들은 오늘날까지 그곳에서 지켜지고 있을 정도이며 그것들은 ‘위대한 통치자 산초 판사의 법령’이라 일컫고 있다.

 

산초가 통치하러 간 동안 집에 남은 돈키호테는 자기에게 사랑에 빠진 시녀 알티시도라의 음악으로 유혹을 받는다. 그녀에게 말한다. “나를 보고 사랑에 빠지지 않는 처자가 없으니 난 얼마나 불행한 편력 기사인가! (...) 나는 오직 둘시네아만을 위한 밀가루 반죽이자 꽈배기 과자이지, 다른 모든 여성들에게는 단단한 돌 같은 자라는 걸 알아주시오. 그녀에게 난 벌꿀이지만 그대들에게는 쓰디쓴 알로에라오.” 그 후에 돈키호테에게는 고양이에게 코가 뜯겨 수일간 앓아눕는 불상사가 발생한다. 몸조리하는 중 어느 날 밤에는 공작 집 우두머리 과부 시녀인 도냐 로드리게스가 찾아와 하나뿐인 자기 딸이 부유한 농부 아들에게 혼인빙자 우롱을 당해 그 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호소한다.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가 방으로 들어오더니, 그 시녀에게 혼쭐을 내었을 뿐 아니라 돈키호테에게도 달려들어 마구 꼬집기를 반시간이나 하고 달아나 버린다.

 

이윽고 돈키호테가 사라고사로 떠나려고 마음먹고 있는 시점에, 공작 부부와 그가 함께 앉아 있는 상황에서 자기 앞에 엎드린 두 여인이 있었다. 우두머리 시녀인 도냐 로드리게스와 돈 많은 농부의 아들에게 우롱당했다는 그녀의 딸이었다. 두 여인은 돈키호테와만 독대하여 그 모욕을 바로잡아 그 아들이 자기 딸과 결혼하도록 해달라고 간청했다. 돈키호테는 공작의 윤허를 얻어 그렇게 처리해 줄 것을 약속한다. 자기 직업의 주요한 임무가 겸허한 자를 용서하고 오만한 무리를 처벌하는 것, 즉 불쌍한 자를 구하고 가혹한 자를 쳐부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아깝게도 산초 판사는 자기 통치의 결말에 도달한다. 통치 이레째 되는 날 밤 산초가 누워 있는데 갑자기 요란한 종소리와 고함 소리가 들리며 섬으로 수많은 적들이 침입해왔다. 가까스로 무장한 산초는 그 섬 주민들을 인도하고 모두에게 용기를 북돋워 주어야 할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자기를 무장시킨 것으로 인해 꼼짝달싹할 수 없는 처지가 되어 땅에 넘어지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우롱당하는 신세가 되었다. 횃불을 끈 채 가련한 산초의 몸 위로 지나다니고, 그의 방패 위로 수수한 칼질을 해대고, 여러 명이 그의 몸에 부딪치거나 그의 몸 위에 넘어지거나 그의 몸에 올라서 있기도 하더니, 갑자기 이겼다며 적들로부터 획득한 전리품을 나누어 달라고 요구했다. 장난으로 벌인 이 난장판 끝에 산초는 공포와 피로로 인해 기절해 버리고 만다. 곧 정신을 차린 산초는 동이 튼 것을 알고는 “한마디 말도 없니 절대적인 침묵 속에서 잠자코 옷을 입기 시작했다.” 그러고 난 후 주위 사람들에게 자기는 통치자가 되려고 태어난 사람이 아니니 자기가 옛날의 자유로운 몸으로 돌아가도록 놔달라고 요청한다. “손에 통치자의 권위를 나타내는 표상인 왕홀보다 낫 한 자루 쥐고 있는 게 내게는 더 잘 어울린다오.”라며, 공작에게는 자기가 벌거숭이로 태어나 벌거숭이로 남았다고 전해 달라고 부탁한다.

 

산초가 섬에서 돌아오는 길에 이전에 자기 동네에 살던 모리스코[=가톨릭으로 개종하여 에스파냐에 남은 무어인들] 리코테를 만나 해후한다. 리코테는 산초에게 자기가 사례할 테니, 자기가 묻어둔 보물을 캐내는 일을 도와 달라고 부탁한다. 그렇지만 산초는 자기가 욕심이 없기도 하지만, 폐하의 적을 돕는 일이 그에게 반역하는 일이 되므로 함께 가지 않겠다고 응답한다. 산초가 섬에서 통치하고 돌아간다는 말을 듣고 리코테가 그 일 해서 번 게 무엇인가고 물었다. 산초의 답변은 이러했다. “내가 번 건 말일세... 나는 목축 떼가 아니고서는 뭘 통치하기에 적절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는 걸세. 그런 직책으로 벌어들이는 재산은 쉬지도 못하고, 잠도 못 자고, 심지어 제대로 먹지도 못하는 것에 대한 보상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 말이야. (...) 옳은 일로 번 것은 잃는 일도 있긴 하지만, 나쁘게 번 것은 번 것뿐만 아니라 그 당사자마저 망하게 할 수 있다는 걸 나는 알고 있거든.” 그들은 서로 포옹한 다음 헤어진다.

 

그 이후에 산초는 공작 집으로 돌아가다가 암굴로 통하는 웅덩이에 빠져 곤경에 처한다. 그런데 그때 무술 훈련하러 나왔던 돈키호테가 그를 발견하고는 공작에게 연락하여 구해 준다. 구원받은 산초가 “지은 죄와 불운으로 인해 바라타리아 섬의 통치자 되었으며”라고 한 고백은, 나중에 드디어 공작의 집에서 빠져 나와 들판에 선 돈키호테의 말과 일맥상통한다. “하늘로부터 빵 한 조각을 받은 자는 복되도다! 그 하늘 이외에는 다른 것에 감사할 의무가 없으니 말일세.” 그런데 매년 무술 경연 대회가 열리는 사라고사로 가는 길목에 있는 푸른 초장 앞에서 돈키호테가 그곳 초원과 숲 속 요정을 찬양하면서 자기 뜻과 다른 의견을 가진 자는 자기에게로 오라고 큰소리치고 있다가, 그곳을 지나치는 투우 떼에 창피스럽게 농락당한다.

 

쉬기 위해 들른 객줏집에서 돈키호테가 위작인 “돈키호테 2권”을 들고 있던 돈 후안에게 둘시네아 공주와 다른 이야기들을 나누자 그와 친구는 아주 기뻐했다. 그 책의 주인공인 돈키호테에게 직접 그런 이상한 사건들에 대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그 이야기를 해주는 그의 우아함에 놀랐고, 터무니없는 그 내용에 또한 놀랐다. 그는 돈키호테를 사리 분별 있는 자와 미친 자 사이 어디쯤에 두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 위작이 사라고사에서 일어난 일을 다루고 있었기 때문에, 돈키호테는 그 내용이 거짓임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그곳으로 가지 않고 바르셀로나로 향하기로 한다. 그 여정을 함께 하면서도 산초는 둘시네아를 위해서 자기에게 매질하려는 돈키호테에게 거듭 반항한다. “저는 왕을 제거하지도, 왕을 세우지도 않습니다요. 다만 저는 저를 도울 뿐이죠. 제가 저의 주인이니까요.”

 

바르셀로나로 가는 길 숲 속에서 그들은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린 도적들의 시체들을 접하게 된다. 갑자기 마흔 명이 넘는 도적 떼가 그들을 둘러싸고 있었다. 로케 기나르트의 수하에 있는 자들이었다. 로케는 나중에 나타나 돈키호테의 광기와 분별력, 그리고 산초의 구수하고 그럴싸한 말에 감동받는다. 그런데 그들 앞에 기이한 사건이 발생한다. 로케의 친구인 시몬 포르테의 딸인 클라우디아 헤로니마가 찾아와서는, 자기를 유혹해서 자기의 남편이 되겠다던 돈 비센테 토레야스가 자기와의 약속을 잊고 다른 여자와 결혼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질투심에 사로 잡혀 그를 따라잡아 총으로 쏜 후 달아나 왔다고 한 것이다. 로케 일행과 함께 그에게로 가서 보니 그는 죽기 직전이었지만, 의식이 있어 그녀를 알아보고는 그녀가 알고 있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고 나서 자기를 그녀의 남편으로 받아 달라고 요청하고는 목숨을 거둔다. 자신의 경솔함을 후회한 클라우디아는 자기 이모가 원장으로 있는 수녀원에 들어가 죽을 때까지 더 영원한 또 다른 남편을 섬기며 살고 싶다고 로케에게 말한다. 이 사건 이후에 로케는 지나가는 여행객 일행을 붙잡았으나 그들이 가진 것이 얼마나 되는지를 묻고는 자기 부하들에게 나눠줄 수 있을 소량만 내어 줄 것을 요청한다. 그 일행들은 로케의 관대함에 감사의 뜻을 표했으나, 이런 처사에 불만을 표출하는 부하의 목소리를 듣고는 자기 칼을 들어 그자의 머리를 두 쪽 내어 버린다.

 

돈키호테와 산초가 바르셀로나 해변가에 도착했을 때 그곳에 있는 사람들로부터 성대한 환영을 받는다. 미리 이렇게 배려한 로케 때문이었다. 그런데 돈키호테와 산초가 갤리선을 타는 기회를 얻었을 때, 그 배를 피해 도망치는 다른 한 해적선을 그 갤리선의 기함이 포획하게 된다. 그 외중에 해적선 선원 중 터키인 두 명이 갤리선 군인 두 명을 살해한 것으로 인해 그 해적선 선장이 죽임을 당할 운명에 놓인다. 스무 살도 안 되어 보이는 젊은 청년 선장은 자기가 여자 기독교인임을 밝히고 자기 이야기를 들어 달라고 부탁한다. 모리스코 부모 슬하에서 자란 그녀는 진정한 기독교인이었지만, 자기 뜻에 반하여 삼촌들에 이끌려 베르베리아로 가게 된다. 첫 번째 추방령이 떨어지자마자 그녀의 아버지는 먼저 자기들을 받아 줄 곳을 찾고 있었기 때문이다. 떠나기 전에 아버지는 그녀만 알고 있는 장소에 값비싼 보석들과 금화들을 묻어 둔다. 그런데 그녀에게 마음을 두고 있던 돈 가스파르 그레고리오라는 청년도 그때 그녀와 함께 길을 떠난다. 지옥과 같은 알제에서 정착하는 동안 그곳 왕은 그녀의 미모와 재산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가 나중에는 그녀 애인인 돈 그레고리오까지 얻고 싶어 한다. 야만스러운 터키인들 사이에서는 미모의 여자보다 미모의 청년이 훨씬 더 높이 평가되기 때문이었다. 그를 보호하기 위해서 그녀는 그를 여자로 변장시켜서 지제 높은 무어 여인들 집에 두고는, 왕의 명령에 따라 숨겨 놓은 보석들과 금화를 찾으러 그곳으로 오다 욕심 많은 터키인 두 명의 분탕질 덕에 이렇게 잡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기독교인으로 죽도록 선처해 달라고 부탁한다. 그때 그 상황을 관장하던 부왕이 그녀를 풀어주자, 그곳에 있던 한 늙은 순례자가 그녀의 발아래 몸을 던지며 말한다. “오, 나의 불행한 딸 안나 펠릭스! 네 아비 리코테다. 내 영혼인 너 없이는 도저히 살아갈 수가 없어 너를 찾으러 돌아왔단다.” 그때 산초는 그가 자기 이웃에 살던 바로 그 리코테임을 알아보았다. 리코테가 부왕과 갤리선 장군에게 자기들의 무죄함을 근거로 자비를 베풀어 줄 것을 호소하자 장군도 허락한다. 나중에 리코테가 알제에 있는 돈 그레고리오를 구출하러 떠나기로 한다. 우선은 돈 안토니오의 집에서 그 부녀가 머물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돈키호테가 완전 무장을 하고 바닷가로 나섰을 때 완전 무장을 한 ‘하얀 달의 기사’를 만나 둘시네아의 미모와 돈키호테의 1년간의 귀가를 담보로 결투를 벌이게 된다. 불행하게도 돈키호테가 패배하였으나 그 기사는 돈키호테의 목숨을 빼앗지는 않고, 그가 고향으로 물러가는 것만을 요구하고 사라진다. 나중에 돈 안토니오 모레노가 그를 좇아가 보니 그의 정체는 학사 삼손 카라스코였다. 이전에는 돈키호테에게 패배하여 그를 귀가시키는 데 실패했지만 이번에는 성공하게 되었으나, 자기 정체를 알리지 말 것을 부탁한다. 이윽고 리코테 일행이 돈 그레고리오를 구출하고 돌아와, 그와 안나 펠릭스가 재회한다. 리코테와 안나가 에스파냐에 계속 머물 길을 모색하기 위해 돈 안토니오가 궁정으로 떠나고, 돈 그레고리오는 자기를 염려하고 있을 부모님을 만나기 위해 떠나며, 돈키호테와 산초도 귀가하기 위해 그곳을 나선다.

 

귀가하다가 노숙하던 중에 돈키호테와 산초는 6백 마리가 넘는 돼지들의 짓밟힘을 당한다. 그 이튿날에는 영문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말 타고 무장한 이들의 인도를 따라 이전의 공작 집에 도달하게 된다. 그곳에서 알티시도라가 죽어 있는 것과 그녀가 산초의 고행을 통해 다시 살아나는 것을 보게 된다. 그렇지만 이 모든 것이 공작 부부의 장난임이 드러난다. 이런 상황에 대해 “돈키호테” 작가인 시데 아메테는 이렇게 논평한다. “장난을 친 사람이나 우롱을 당한 사람이나 자기가 보기에는 다들 미치광이들이며, 두 바보를 놀리기 위해 그토록 열심을 다하는 공작 부부 또한 바보로 보이는 자들과 두 손가락밖에는 차이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돈키호테가 공작의 집을 떠나 귀가하다가 어느 마을의 여인숙 앞에 멈추었는데, 그는 그곳을 그냥 여인숙으로 알아보았다. 더 이상 이전처럼 “깊은 연못과 탑과 올렸다 내렸다 하는 쇠창살과 개폐교를 갖춘 성”으로 인식하지 않았다. 그는 “결투에서 진 이후로 모든 일에 걸쳐 좀 더 나은 판단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이 작품에서 참으로 중요한 이 대목이 가리키는 바는, 돈키호테가 기사로서의 임무 수행을 그만두자 그의 생각도 기사도 세계가 아닌 현실 세계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이리하여 다시 집에 도착한 돈키호테는 엿새 동안 앓다가 정신이 든다. 그 증오할만한 기사도 책들로 인해 흐려진 자기 이성이 이제 맑고도 자유롭게 되어 그 책들의 터무니없는 속임수를 깨닫게 되었다고 고백하면서, 자기는 더 이상 돈키호테 데 라만차가 아니라 알론소 키하노라고 말한다. 자기 유산을 처리하면서 산초에게 자기가 진 빚을 다 갚고도 남는 돈이 있다면 그에게 주라고 한다. 그의 순박한 마음과 충성심을 높이 사서 자기가 정신을 되찾은 지금도 줄 수만 있다면 왕국을 주고 싶다면서, 그를 끌어들여 자기처럼 미친 사람으로 보이게 만든 것에 대해 용서를 빈다. 그가 죽은 후에 삼손 카라스코는 그를 위해 묘비명을 짓는다. “그 용기가 하늘을 찌른 / 강인한 이달고 이곳에 잠드노라. / 죽음이 죽음으로도 / 그의 목숨을 이기지 못했음을 / 깨닫노라. / 그는 온 세상을 하찮게 여겼으니, / 세상은 그가 무서워 / 떨었노라. 그런 시절 그의 운명은 / 그가 미쳐 살다가 / 정신 들어 죽었음을 보증하노라.”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