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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우고 글 쓰고 나누는 제 마음에 사랑이 흘러넘치게 하소서
학(學)-평생에 걸쳐 학습하라

깊은 산속 옹달샘

by 이승천(Lee Seung Chun) 2021. 2. 24.

깊은 산속 옹달샘

 

지난번 블로그 글의 댓글에 대한 답글을 달면서 제 블로그가 “깊은 산속 옹달샘”과 같다는 표현을 쓴 적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아무도 방문하지 않은 날은 없었으나, 하루 방문자 수가 열 명을 넘지 않을 때도 잦기 때문입니다. 페이스북과 네이버 블로그 한 곳과 카카오스토리에 새로운 글들을 연결해 두었어도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처음에는 제 글이 내용상 길기도 하고 읽기가 복잡하다고 느끼는 독자들이 많기 때문이 아닌가 했습니다. 한편으로 생각해 보니 이 블로그 제목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아예 방문하기를 꺼리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가장 근원적인 문제는 이 블로그의 존재를 알지 못하는 이들이 대부분일 것이라는 점입니다. “깊은 산속 옹달샘”이 직면한 상황인 것이지요.​

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일까요? 그 근원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트래픽을 증가할 수 있는 온갖 방안들을 활용하는 게 일차적인 해결책일 것입니다. 예컨대 각 블로그를 운영하는 포털의 알고리즘이나 상위 노출 비결을 잘 파악하여 그것에 맞추어 날마다 글을 작성해 가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그러한 방안들을 다 시도하려면 날마다 상당히 많은 시간을 블로깅 하는 일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 규칙적으로 쓰는 것이 글쓰기의 좋은 전략이라고 볼 수는 있지만, 단지 블로그 방문자 수를 늘이기 위해 날마다 쓰는 것은 블로그를 쓰는 목적에 대한 배반입니다. 무슨 일이든 목적을 잃어버리는 것보다 더 비극적인 상황은 없습니다.

제 블로그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습니다. 제 블로그의 특성상 주안점을 두는 영역이 분명히 드러나 있고, 그 중점에 끌리는 사람들만 방문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제 글 중에 너무 길고 내용상 이해하기가 어려울 수 있는 것들이 적지 않다는 점만은 염두에 두면서 앞으로 지속적으로 보완해 가고자 합니다. 가능하다면 글을 나누어 소개하거나, 단문을 많이 활용하고, 어려운 용어도 풀어쓰며, 효과적인 은유와 비유들을 많이 활용할 계획입니다. 이 일에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면서 앞으로 개선해 갈 생각입니다.

궁극적으로는 블로그 방문자의 숫자에 연연하는 것이 지혜가 아님을 깨닫습니다. 더구나 그 숫자를 늘리기 위해서 부적절한 운영자들의 방침이나 블로그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독자들의 기대에 영합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염두에 두고자 합니다. 이 블로그의 근본적인 목적이 "위인지학"(爲人之學)이 아니라 "위기지학"(爲己之學)에 있기 때문입니다. 이 블로그는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한 공부가 아니라, 스스로 배우는 과정을 지속함으로써 날마다 성숙해 가는 공부의 도정을 기록한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하나님 앞에서 성숙한 인격으로 빚어지는 도상의 기록이면 족할 뿐입니다. 다만 이 기록이 도움될 이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떡을 물 위에 던지는”(전도서 11:1) 심정으로 블로그 상에 기록해두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제 블로그를 찾는 이가 전혀 없거나 극소수라도 상관없습니다. 무슨 수익을 목표로 개설한 블로그가 아닌 다음에야 그러한 상황이 무슨 대수일까요. 도리어 그 극소수 중에 새로운 인생 도반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열리지 않을까 합니다. 진정성 있는 글을 통해 서로 마음이 통하는 인생 친구를 만날 기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