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 배제, 폭력의 문화를 돌파한 ‘습지 소녀’의 송가, 델리아 오언스의 “가재가 노래하는 곳”(1)
지난 2018년 이스라엘의 론 밀로(Ron Milo) 교수가 주도한 국제공동연구진은 역사상 처음으로 지구상 모든 생물군 생체량(biomass)을 종합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PNAS”, 국립과학원회보). 한마디로 하자면, 지구상 모든 생명체 생체량[5500억 톤, 생명체 내 탄소량 계산]의 0.01%[6000만 톤]에 불과한 인간이 지난 세월 동안 야생 포유동물의 83%와 식물의 50%를 죽이고 파괴했다는 것입니다. 그 대신 자기들의 생존을 위해 개체 보전해 준 소, 돼지, 말 같은 가축이 전 세계 포유류의 60%를 차지하고, 닭, 오리 같은 가금류가 조류의 70%에 달하는 기형적 생태계를 낳았습니다. 현재 인간의 생체량이 전 세계 포유류의 36%에 해당하니, 야생에서 서식하는 포유류는 겨우 4%에 불과하다는 말이 됩니다. 밀로 교수의 지적대로, “이번 연구 결과 지구상에서 인간이 얼마나 불균형적인 상황을 초래했는지 분명하게 드러났습니다.”
이 연구가 밝힌 특이한 내용 중에는 지구상에서 가장 압도적인 생물체가 식물이라는 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생체량이 4500억 톤으로 지구상 모든 생명체의 82%를 차지합니다. 그리고 지구 표면적의 70%를 차지하는 바다에서 서식하는 생물의 생체량의 비중이 1%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도 부각되었습니다. 결국 식물을 포함한 대다수 생명체는 육지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말이 됩니다. 그런데 남극의 크릴새우나 흰개미 수준의 생체량을 지닌 인간이 자기보다 무려 7500배나 많은 식물 절반을 끝장냈다는 말이지요. 인류 문명을 낳은 농업 혁명과 자본주의 발전의 시발점이 된 산업 혁명이 대규모 동식물의 멸종을 견인했다는 게 역사의 아이러니입니다. 농지 확보를 위한 개간, 건축, 가구 생산 및 경제성 작물 재배를 위한 벌목, 경제 발전을 위한 온갖 난개발로 촉발된 자연 파괴 행위로 인해 이제 인류는 대멸종의 위기 앞에 서 있습니다.
시시각각으로 우리의 일상적 삶을 옥죄는 기후변화를 통해 이 위기를 절감합니다. 지난 40억 년 동안 이 세상의 모든 생명체에 적합한 상태를 유지해온 기후가 본격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경희사이버대학 조천호 교수의 설명에 의하면, 산업화 이전까지 탄소 순환이 평형을 이뤄 280ppm 정도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유지해왔습니다. 이 평형 상태는 탄소와 물 순환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생명체가 탄산칼슘 형성, 광합성과 호흡으로 이 과정에 참여합니다. 그런데 인간이 이 탄소 순환 과정에 개입하게 되면서 이산화탄소 농도가 410ppm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지난 100년 동안 자연이 탄소를 땅속에 묻는 속도보다 100만 배 빠른 속도로 탄소를 대기 중으로 날려 보낸 격입니다. 수백만 년에 걸쳐 서서히 일어났던 탄소 순환이 이제는 단 한 사람의 생애 중에 일어난다는 말이지요. 자연적인 탄소 순환이 인간의 탄소 배출을 도무지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지구 가열속도가 빨라져 지구촌 곳곳에서 생태계가 신속하게 망가지는 소식을 접하게 됩니다. 이상 고온과 폭염, 기록적 폭우, 거세지고 잦아지는 산불이 발생하고, 그린란드 빙하[벌써 반 이상 녹음]뿐 아니라 북극 영구 동토가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1992년 이래로 해마다 해수면 높이가 2.9밀리미터씩 높아지고 있지요. 이 과정에서 사람들만 피해를 입는 게 아니라, 다양한 동식물들이 더욱 심각한 생사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노르웨이에서 기후변화로 인해 먹는 식물에 접근하지 못해 굶어 죽은 순록 200마리나, 지구온난화로 해빙이 얇아진 탓에 먹이를 찾으러 내륙 깊숙이까지 진출하여 마을의 작은 작업장을 점령한 52마리의 북극곰의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것입니다. 조 교수의 비유와 같이 “마치 젠가 게임의 벽돌 빼내기처럼 생태계에서 약한 생명체가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이 비유의 의미는 분명합니다. 지금 당장에는 생태계가 유지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그것은 위태위태하게 쌓여 있는 젠가와도 같은 것입니다. “어느 벽돌 하나를 빼내는 순간 젠가 기둥 전체가 무너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언젠가 어느 생명체가 멸종되는 순간 전체 생태계가 망가질 수 있습니다.”
최근에 읽은 소설 중에 이렇게 급격히 쇠퇴하고 있는 생태계의 문제를 시의적절하고도 예술적으로 재구성한 작품이 한 편 있습니다. 평생 야생동물을 연구한 생태학자 델리아 오언스(Delia Owens)의 2018년 데뷔 소설인 “가재가 노래하는 곳”(Where the Crawdads Sing)입니다. 출간 후 2년 동안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던 이 섬세한 교양 소설[Bildungsroman, 주인공의 정신적·정서적 성장을 다룬 소설]은 작년(2022)에 영화로 각색되기도 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노스캐롤라이나의 외딴 습지에서 가족과 마을 사람들, 그리고 자신을 사랑한다고 주장하는 두 남자에게 버림받은 후 습지 하늘을 떠다니는 갈매기에서 위안을 얻는 “습지 소녀”(the Marsh Girl) 카야(Kya)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그녀에게는 그 습지가 “자기 어머니가 되었습니다(became her mother).”
혹시 그동안 우리 주변의 습지에 주목하신 적이 있나요? 습지는 말 그대로 축축한 땅으로서 물을 담고 있는 토지를 가리킵니다. 습지보전법에 따르면 습지란 수심이 6m를 넘지 않는 해역을 비롯해, 강이나 시냇물 등의 ’담수‘가 흐르는 곳, 바닷물과 담수가 만나는 곳 등입니다. 즉 갯벌, 호수, 하천, 양식장, 해안은 물론 논도 습지에 포함되지요. 그런데 이 습지가 “생태계의 보물창고”, 혹은 “지구의 콩팥”으로 불립니다. 특히 담수 습지(Freshwater wetlands)는 아름다운 경관을 제공하면서 모든 생물종(all species)의 약 40%가 살 수 있도록 지원해 주기 때문입니다. 이런 생태계는 지구상에서 가장 효율적인 탄소 포집 장치(carbon-capture devices) 중 하나로서 기후변화를 완화하는 데에도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고 있지요. 예컨대 맹그로브 숲(mangroves)과 같은 연안 습지(coastal wetlands)는 열대 우림(tropical rainforests)보다 최대 55배나 더 빠르게 탄소를 격리합니다. 습지는 또한 홍수, 가뭄 등의 자연재해를 줄여 주고, 취약한 해안선을 폭풍으로부터 보호해 주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무분별한 개발로 습지가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에 의하면, 17세기 미국에는 텍사스주와 루이지애나주를 합친 면적보다 더 큰 894,000킬로미터(한반도 면적의 4배) 이상의 습지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1990년까지 그 절반 이상이 투기(dumping), 배수(draining), 매립(filling) 및 기타 형태의 개발로 인해 사라졌습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1970년부터 2015년 사이에 습지의 3분의 1 이상이 훼손되거나 파괴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 Pew Charitable Trusts에서 해안 보호에 힘쓰고 있는 조지프 고든(Joseph Gordon)은 이렇게 지적합니다. “맹그로브 숲의 생태학은 많이 숨겨져 있지만 (...) 생명이 충일합니다.” 그래서 “그것들은 지금 우리가 취하는 행동에 따라 번성할 수도 있고 죽을 수도 있습니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을 통해 이 습지가 품고 있는 연약한 아름다움과 끈기 있는 생명력을 묵상해 봅시다. [번역은 살림출판사 것(김선형 역) 참조함.]
-줄거리-
1969년 10월 30일 습지대에 버려진 소방망루(fire tower) 아래에서 두 소년이 체이스 앤드루스(Chase Andrews)의 시신을 발견한다.
[이 프롤로그 이후부터 이야기는 1952년부터 진행된 플래시백 에피소드(과거사 이야기)들과 이 살인 사건 수사 및 재판 과정을 번갈아 제시하며 전개된다. 여기에서는 1952년부터 시간 순서상으로 이야기 줄거리를 소개한다.]
1952년, 5남매 중 막내인 6살 소녀 카야(Kya)는 엄마가 습지대에 있는 판잣집을 떠나는 모습을 지켜본다. 그후 몇 주에 걸쳐 사랑하는 13살짜리 오빠 조디(Jodie)를 비롯한 형제자매들도 떠나고, 카야는 술에 취해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는 2차 세계대전 참전 상이군인(왼쪽 허벅다리 중상) 아빠와 단둘이 남게 된다. 매주 받는 상이군인 연금이 유일한 수입인 아빠는 카야에게 일주일에 1달러를 식비로 준다. 카야가 물건을 사러 바클리코브(Barkley Cove) 마을에 갔을 때, 장차 스타 쿼터백이자 마을 공식 미남으로 등극할 체이스 앤드루스를 비롯한 나이 많은 남자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카야를 지나친다. 카야는 대부분의 시간을 갈매기와 함께 습지에서 보낸다.
무단결석 학생 감독관(a truant officer)인 컬페퍼 부인(Mrs. Culpepper)은 카야를 학교에 데려가지만, 카야는 첫날부터 굴욕을 당한 후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수년 동안 마을 사람들은 카야를 “더럽다”(dirty), “습지 소녀”(the Marsh Girl), “유인원”(Missing Link), “습지 쓰레기”(marsh trash)라고 부른다. 카야는 아빠의 어선을 타고 탐험을 떠난다. 길을 잃었을 때 오빠 조디의 친구 중 한 명인 테이트 워커(Tate Walker)가 그녀를 다시 자기 습지로 안내해 준다. 테이트는 새우잡이 어부인 아빠 스커퍼(Scupper)와 함께 마을에서 혼자 살고 있다.
한동안 카야와 아빠는 함께 낚시를 하며 서로의 곁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아빠는 카야에게 기름과 생필품을 파는 나이든 흑인 남성 점핑(Jumpin’)을 소개한다. 카야의 엄마가 아이들을 뉴올리언스(New Orleans)로 데리고 와서 자기와 함께 살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는 파란색 봉투의 편지를 보내지만, 아빠는 그 편지를 불태워 버린다. 그렇지만 카야가 그 태워진 일부와 재를 간직해 둔다. 카야가 10살이 되자 아빠는 마침내 사라진다. 식비 제공원이 사라진 카야는 점핑에게 홍합(mussels)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고, 그의 아내 메이블(Mabel)은 유색인종 마을에서 카야를 위해 옷을 수집해 전달해 준다. 카야는 체이스와 그의 친구들뿐만 아니라 테이트도 계속 지켜본다.
14살이 되던 해, 카야는 습지의 나무 그루터기에 남겨진 특별한 깃털을 발견한다. 왜가리과인 그레이트 블루 헤론의 “눈썹”(eyebrow)이라는 깃털이었다. 연이어 다른 소중한 깃털들에다 스파크 플러그와 씨앗들까지도 선물로 받던 어느 날, 그녀는 그 그루터기에 어린 흰머리수리의 꼬리 깃털을 남기고 떠난다. 그 후 테이트가 그루터기에 나타나 글을 가르쳐 주겠다고 제안한다. 테이트와 카야는 습지의 비밀 오두막에서 만나기 시작하고 테이트는 카야에게 글과 산수를 가르친다. 카야는 성경 속에 적혀 있던 캐서린 대니엘 클라크(1945년 10월 10일생)라는 자기 이름과 가족들의 이름도 알게 되고, 스물아홉 다음에 나오는 숫자도 깨닫게 된다. 테이트의 도움으로 계속 공부한 카야는 시를 쓸 수 있는 단계까지 진전한다. 카야가 성숙해지자 테이트는 카야에게 생물학 교과서를 선물하고 메이블은 브래지어를 선물한다. 어느 날 테이트는 포인트 해변에서 속이 아프다고 호소하는 카야를 발견한다. 그는 당황하는 카야에게 생리 중이라고 설명해 준다. 카야와 테이트는 수업을 계속하고, 카야는 자기 판잣집으로 그를 초대해 자연물 수집품을 보여 준다. 어느 날 테이트는 카야에게 키스를 하고 둘은 로맨틱한 관계를 시작한다. 둘의 욕망은 커지지만 테이트는 너무 어린 카야(15세)와의 섹스를 피한다. 테이트는 습지를 연구하는 생물학자가 되기 위해 채플 힐(Chapel Hill) 대학으로 일찍 떠나면서 자기가 돌아올 때까지 습지를 잘 보살펴 달라고 한다. 카야에게 독립기념일(7월 4일)에 방문하겠다던 그는 돌아오지 않는다. 큰 충격을 받은 카야는 다시 자연을 공부하기 위해 습지로 돌아간다. 보트를 타고 다니며 조개와 깃털과 나비를 채집하여 세부적으로 분류하고 그림을 그리며 외로움을 달랜다. 그렇지만 카야의 가슴속에 살던 “심장 크기만 한 아픔”(a pain as large as her heart)은 그 무엇도 덜어주지 못한다.
카야가 19살이 되었을 때 체이스는 포인트비치에서 외로움에 지친 그녀의 눈을 사로잡는다. 그는 자신감 넘치는 고등학교 쿼터백이었고 “마을에서 독보적으로 잘난 청년이자 최고의 인기남”(a standout in town, the tom turkey)이다. 카야가 체이스를 만나고 싶은 마음에 일주에 두 번씩이나 찾은 점핑의 부두에서 체이스를 만나게 된다. 그는 카야에게 다가가 해변 피크닉에 초대한다. 자기가 체이스에게는 그저 손으로 만져보다가 모래밭에 던져 버릴 호기심 어린 “해변의 예술작품”(a piece of beach art)같은 존재가 될지 모른다는 걱정이 들었으나, 사랑으로 인해 텅 빈 마음의 공간을 채우고 싶은 욕망이 앞선다. 고독을 물리치는 대가로 치러야 할 값을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피크닉에서 체이스는 희귀하고 화려한 조가비 껍질(scallop shell) 하나를 주워 카야에게 선물한다. 그렇지만 그녀는 성적으로 공격해 대는 그를 피해 도망친다. 열흘 후 카야와 체이스가 다시 만났을 때 체이스는 이전 행위에 대해 사과하고 버려진 소방망루를 보자며 그녀를 데려간다. 그 꼭대기에서 카야는 체이스에게 조가비 껍질로 만든 목걸이(a necklace made from the scallop shell)를 선물한다. 카야는 체이스와 가까워진다. 대학에서 돌아온 테이트는 카야에게 사과하고 싶어하지만 카야가 체이스와 키스하는 모습을 보고 돌아선다. 체이스는 결혼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하고, 카야를 하룻밤 여행에 초대한 후 그녀를 호그마운틴로드(Hog Mountain Road) 외곽의 싸구려 모텔로 데리고 가서 자기 성적 욕망을 채운다. 결혼이 거론되고 있던 타라 카야도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둘의 관계는 계속된다. 하지만 체이스는 부모님이나 친구들에게 카야를 소개해 주지 않은 채 크리스마스 휴가 기간 중 일주일 동안이나 사라져버린다.
테이트는 카야에게 체이스가 다른 여자를 만나고 있다고 경고하기 위해 석호에 왔지만, 카야는 그에게 돌을 던진다. 그녀를 진정시키면서 사과한 테이트는 그 다음 번에 찾아 와서는 카야의 판잣집 안으로 들어가 이제 “습지의 자연사박물관”(a natural history museum of the marsh)으로 자라난 카야의 수집품을 감상한다. 수천 개에 달하는 표본들이 삽화들과 함께 질서정연하게 정리된 것을 본 테이트는 카야에게 그것들로 책을 출판해 줄 출판사를 찾아주겠다고 제안한다. 카야가 체이스 생일 축하를 위한 음식을 마련하기 위해 마을에 들렀다가 산 지역 신문에서 체이스와 포인트비치에서 본 소녀 펄(Pearl)의 약혼 발표를 보게 된다. 그녀는 지역 신문에 연재하는 어맨다 해밀턴(Amanda Hamilton)의 시를 낭송하며 자신을 달래본다. 그녀는 혼자만의 삶을 살기로 결심한다.
그로부터 1년 후 22살이 되던 해, 카야는 자기 이름이 저자로 찍힌 첫 번째 책, “동부 연안의 바닷조개”(The Sea Shells of the Eastern Seaboard) 한 권을 받게 된다. 습지에 대한 자기 사랑이 일생의 작품으로 승화될 수 있도록 도와준 테이트에게 감사의 편지를 보낸다. 그녀는 그 책 출판의 선인세(the advance money)로 받은 5천 불 중 일부를 자기 거처인 판잣집을 개선하고 현대화된 시설을 설치하는 데 사용한다. 그리고 그 지역 늪의 물을 빼고 호텔을 지을 거물 개발업자들이 올 것이라는 말을 점핑에게 듣고, 자기가 살고 있는 땅에 대해 적법한 소유권을 확보하기 위해 행동을 취한다. 바클리코브 법원으로 가서 자기 할아버지가 1897년에 매입한 습지와 숲과 해변 38만 평에 대한 소유권을 밀린 세금 8백 불을 지불한 후 깔끔하게 확보한 것이다. 그녀는 테이트와 점핑에게 자신의 책 한 권씩을 건네준다. 어느 날 출판된 카야의 책을 보고 오빠 조디가 판잣집을 방문한다. 베트남에 두 번이나 파병된 후에 제대를 앞두고 있는 상태였고 그동안 조지아공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기도 했다. 그는 엄마가 친정으로 돌아가 지냈지만 아이들을 버리고 온 것 때문에 심신에 병이 들어 2년 전에 돌아가셨다고 전해준다. 그런 와중에도 엄마가 밤낮으로 계속 그림을 그렸다며 그것들을 카야에게 전달해 준 후 계속 연락하겠다고 약속한다. 엄마의 그림 속에는 카야가 3살쯤 되었을 때 테이트의 손에 이끌려 함께 황제나비를 보고 있는 장면을 그린 유화도 있었다. 조디는 그녀에게 테이트와 화해하라고 권유한다.
1969년 8월, 체이스는 외딴 해변에서 카야에게 몰래 다가와 완력을 써서 그녀를 꼼짝 못하게 하고 오른손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면서 강간하려 한다. 그녀가 그의 급소를 차서 물리치고 떠나려 할 때 낚시꾼 두 명이 자기들 배에서 자기를 지켜보는 것을 바라본다. 왼쪽 눈은 퉁퉁 부어 감겨버리고 윗입술은 한쪽이 엽기적으로 뒤틀린 채, 얼굴, 팔, 다리가 찢어져 피 묻은 흙투성이가 된 상태로 카야는 오두막으로 가서 몸을 추스린다. 그런 고통 중에 카야는 왜 엄마가 집을 떠나서 다시 돌아오지 못했는지를 비로소 깨닫고 오열한다. 그렇지만 자기는 “언제 어디서 주먹이 날아올까 걱정하면서 사는 삶”(a life wondering when and where the next fist will fall)을 살지 않을 거라고 다짐한다. 일주 후에 만나게 된 테이트가 그녀 얼굴에 남은 타박상 자국을 보지만, 카야는 밤중에 문짝에 부딪혔다며 둘러댄다. 체이스가 또 다시 그녀의 판잣집으로 찾아오고 이곳저곳 뒤지고 다니지만, 그녀는 그를 피해 숨는다. 카야는 출판사 수석편집자인 로버트 포스터(Robert Foster)로부터 그린빌(Greenville)에서 만나자는 편지를 받는다. 그녀는 테이트에게 버스표를 사는 방법을 알아내어 10월 28일 그를 만나러 갔다가, 체이스의 시신이 발견된 날인 10월 30일에 돌아온다.
보안관 에드 잭슨(Sheriff Ed Jackson)과 그의 부보안관 조 퍼듀(deputy Joe Perdue)는 체이스의 죽음을 조사한다. 습지의 소방망루 현장에서는 발자국이나 지문이 발견되지 않는다. 그들은 체이스가 열린 꼭대기 탑문을 통해 떨어졌고 살인범이 현장을 은폐했다고 생각한다. 즉시 마을의 모든 사람들이 "습지 소녀"를 의심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와 에드의 주요 단서는 체이스의 재킷에 있던 붉은 양모 섬유(red wool fibers)로 밝혀진다. 또한 체이스의 어머니 패티 러브(Patti Love)가 지적한 조개 목거리도 고려 사항이었다. 체이스가 그날 밤 집을 나설 때는 조개 목걸이를 차고 있었지만, 현장에서는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새우잡이 할 밀러(A shrimper, Hal Miller)는 체이스가 죽은 날 밤 소방망루로 향하는 카야의 보트를 봤다고 말한다. 하지만 카야가 그린빌로 가는 버스를 타고 내리는 것을 본 테이트와 점핑, 마을 사람들은 카야의 알리바이를 제시한다. 어부 로드니 혼(A fisherman, Rodney Horn)은 체이스가 사망 전에 카야를 만났을 때 카야가 고함을 지르는 소리를 듣었다고 말한다. 체이스가 카야를 공격한 후 그녀가 그 상황을 모면하고 떠나는 것을 목격하고, 그녀가 체이스에게 다시 자신을 괴롭히면 죽이겠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는 것이다. 조와 에드는 카야의 판잣집에서 테이트가 준 빨간 털모자(a red wool hat)를 발견하고 체이스의 코트에 있던 섬유와 일치하는 것을 발견한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카야를 일급살인[first-degree murder=premeditated murder, 미리 계획된 살인] 혐의로 체포한다. 노스캐롤라이나주(North Carolina)에서는 사형 선고(the death penalty)를 허락하는 중범죄다.
카야는 재판을 기다리며 두 달 동안 감옥에 갇힌다. 71세의 변호사 톰 밀턴(A lawyer, Tom Milton)이 그녀를 무료로 변호해 주기 위해 자원한다. 교도소의 친절한 간수 제이콥(Jacob)은 고양이 선데이 저스티스(the cat, Sunday Justice)를 감방에 들여보내 카야의 말동무가 되게 해준다. 테이트, 점핑, 메이블은 법정에서 카야의 뒤에 앉아 그녀를 응원한다. 나중에 조디, 로버트 포스터, 스커퍼가 합류한다. 에릭 채스테인 검사(Prosecutor Eric Chastain)가 증인을 부르고 심문한 후, 변호사 톰 밀턴이 그들의 증언에 반박한다. 7명의 여성과 5명의 남성으로 구성된 배심원단(The jury)은 카야가 사건 당일 밤 그린빌에서 버스를 타고 왔다 갔다 할 수 있겠지만, 시간이 매우 촉박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톰은 로버트 포스터를 포함한 변호인 측 증인을 부른다. 최후 진술이 끝나고 모두가 배심원들의 평결을 기다린다. 카야가 일급살인 혐의를 받고도 무죄만을 주장했기 때문에 유죄가 확정되면 사형 혹은 종신형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으나, 무죄 판결을 받는다. 조디는 카야를 집으로 데려가고 그녀는 습지를 다시 보게 되어 기뻐한다.
카야는 보트를 타고 있는 테이트의 모습을 보고 그에게 다가가려 하지만, 보안관과 두 명의 부보안관이 도착해 테이트를 함께 데려간다. 그녀는 스커퍼가 뇌졸중으로 쓰러져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스커퍼의 장례식이 끝난 다음 날, 테이트는 카야가 보낸 깃털을 보트에서 발견한다. 카야의 판잣집에서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고, 테이트는 그녀와 함께 살게 된다. 몇 년이 지나 점핑은 죽고 조디와 그의 아내와 아이들이 1년에 몇 번씩이나 카야의 판잣집을 찾아온다. 테이트는 근처 연구소에서 일하고 카야는 유수의 상을 휩쓴 일곱 권의 책을 더 집필한다. 가족을 원한 두 사람 사이에 아이는 생기지 않았지만, 그들은 더욱더 단단하게 연합하게 된다.
어느덧 64세가 된 카야는 그 검고 긴 머리가 모래처럼 하얗게 센다. 어느 날 테이트는 심장마비로 숨진 카야의 시신을 보트에서 발견한다. 그는 그녀의 묘비에 “‘카야’, 습지 소녀”(KYA, THE MARSH GIRL)라고 새긴다. 마을 사람들 모두가 카야의 장례식을 위해 그녀의 땅을 찾아온다. 야생에서 오랜 세월 살아남은 카야에게 존경심을 표하기 위해 온 것이다. 그날 오후에 테이트는 부엌에서 옥수수죽을 휘젓다가 리놀륨이 깔려 있지 않은 바닥 밑을 주목하게 된다. 그곳에 비밀 문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그 문을 열자 수납공간이 있었고, 거기에 낡은 마분지 상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그 상자 안에는 수십 장의 마닐라지 봉투와 작은 상자가 하나 들어 있었다. 그 봉투들 속에는 카야가 가명(nom de plume=pseudonym)으로 사용했던 어맨다 해밀턴(Amanda Hamilton)의 시가 적혀 있는 수백 장의 종이가 담겨 있었다. 그것들 중 따로 접혀 봉투에 들어 있던 시 한 편이 테이트의 눈에 들어온다. 그것은 체이스 앤드루스의 죽음을 강력하게 암시하는 시였다. 그리고 그 작은 상자 속에서 카야가 체이스에게 선물한 조개 목걸이도 발견된다. 테이트는 시들과 생가죽 끈(rawhide cord)을 불태우고, 조개껍데기는 황혼 녘 해변에 떨어뜨려 파도에 떠밀려가게 한다. 카야를 낳은 그 땅과 물이 그녀의 비밀을 깊이 묻어 줄 것을 믿으며. 밤이 되어 테이트가 판잣집 근처 호소에 다다랐을 때, 짙게 우거진 나뭇가지 밑에서 발길을 멈추고 보니 수백 마리의 반딧불이 자기를 손짓해 부르고 있었다. 습지의 후미진 머나먼 곳, 훨씬 저 멀리에 있는 그곳, “가재들이 노래하는 곳”(where the crawdads sing)으로 오라고. (줄거리 끝)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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