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272 우연과 섭리 우연과 섭리 언젠가 영어 성경으로 빌레몬서를 읽다가 깜짝 놀란 적이 있다. 19절 때문이었다. “나 바울이 친필로 쓰노니 내가 갚으려니와 네가 이 외에 네 자신이 내게 빚진 것은 내가 말하지 아니하노라."(I, Paul, am writing this with my own hand, I will repay it (not to mention to you that you owe to me even your own self as well).) 빌레몬의 집에서 도망쳐 나온 오네시모를 다시 돌려보내면서, 사도 바울이 빌레몬에게 부탁하는 문맥이다. 오네시모가 그에게 빚진 것이 있으면 자기가 갚겠다면서 한 말이다. 그러면서 슬쩍 한 마디 덧붙인다. "빌레몬, 너도 내게 빚졌다는 걸 알고 있지?"라고 말이다. 빌레몬이 .. 2024. 11. 8. 나는 선택이다 나는 선택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도널드 트럼프가 카멀라 해리스를 이겼다. 초접전일 거라는 소문과는 달리 트럼프의 압승이었다. 그 문제적 인물을 다시 자신들의 지도자로 뽑은 미국인들을 이해하기 힘들다. 민주주의와는 그 대척점에 서 있는 인물이라는 점이 이미 확인되지 않았는가. 그래도 그들은 그를 자신들의 지도자로 선택했다. 이제부터 그 선택의 결과가 하루하루 눈 앞에 펼쳐질 것이다. 미국인들을 심판할 자격이 내게는 없다. 우선은 그들의 선택을 존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두 사람 중 한 사람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 중에 이런저런 사안들을 재어 보며 자신들의 인격을 건 결과가 아닌가. 그 각 사안이 자신들의 삶 가운데 얼마나 중대한 지는 그들이 잘 알 것이다. 다음으로 그들의 선택과 그 대안에 대한 정.. 2024. 11. 7. 다이너마이트 같은 부적응자들의 서사로 자기만족을 깨뜨리는 플래너리 오코너(4) 다이너마이트 같은 부적응자들의 서사로 자기만족을 깨뜨리는 플래너리 오코너(4) -부적응자의 섬뜩한 진리 선언: “그 사람이 모든 것을 흔들었어요.”-오코너의 작품 속에서 폭력적 행위나 충격적인 발언을 매개로 우리 안에 잠복해 있는 자기만족과 독선을 무너뜨리는 주인공들은 뜻밖의 인물들입니다. 아마도 그들을 포괄할 수 있는 영어 단어가 바로 “좋은 사람은 드물다”에 등장하는 ‘부적응자’(The Misfit)를 가리키는 ‘misfit’과 “성령의 성전”(A Temple of the Holy Ghost)에 나오는 ‘freak’(기인 혹은 미치광이로 번역됨)일 것입니다. 전자의 의미는 ‘다른 모든 사람과 행동이 매우 달라서 다른 사람들에게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사람’이고, 후자의 의미는 ‘행동이나 태도가 대다수.. 2024. 11. 1. 다이너마이트 같은 부적응자들의 서사로 자기만족을 깨뜨리는 플래너리 오코너(3) 다이너마이트 같은 부적응자들의 서사로 자기만족을 깨뜨리는 플래너리 오코너(3)-자기만족과 자기의(自己義)가 빚은 비극: “당신이 대체 뭔데요?”-앞에서 토마스 머튼이 언급한 ’타락과 불명예‘는 인간의 ’오만과 독선‘과 직결됩니다. 인간의 타락은 근원적으로 자신을 창조한 하나님께 반항하고 불순종하면서, 자기 생각에 옳은 대로 행동에 옮긴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인간의 분수를 벗어난 주제넘은 행위요, 흙으로 빚어진 자신의 본성에 반하는 불명예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오코너가 폭력을 동반한 서사로 열어 밝히려 했던 것이 바로 이러한 인간의 근원적인 자기만족(self-sufficiency)과 자기의(自己義, self-righteousness)였습니다. 이미 논의한 내용을 통해서도 어느 정도 드러나 있지만, 두드.. 2024. 10. 26. 다이너마이트 같은 부적응자들의 서사로 자기만족을 깨뜨리는 플래너리 오코너(2) 다이너마이트 같은 부적응자들의 서사로 자기만족을 깨뜨리는 플래너리 오코너(2) -폭력을 매개로 하는 은혜와 진리의 계시: “내 다리 내놔!”-폭력적인 인간의 죄성에 대한 계시>플래너리 오코너의 단편 소설 31편에는 거의 항상 폭력이 등장합니다. 작가가 이렇게 자주 폭력을 매개로 한 소설을 쓴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째 이유는, 인간의 내부에 폭력적인 경향성이 있다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서입니다. 오코너의 단편 소설에 등장하는 폭력의 주체들과 폭력의 내용들을 한번 주목해 보세요. 성가시게 구는 사람에게 핸드백을 휘두르거나(“오르는 것은 모두 한데 모인다”), 듣기 싫은 소리를 남발하는 사람의 얼굴을 책으로 가격하고 목을 조르거나(“계시”), 논쟁하던 타인을 손으로 치거나(“이발사”), 아버지가 자기 말을 듣지.. 2024. 10. 19. 다이너마이트 같은 부적응자들의 서사로 자기만족을 깨뜨리는 플래너리 오코너(1) 다이너마이트 같은 부적응자들의 서사로 자기만족을 깨뜨리는 플래너리 오코너(1) 이 세상에는 신이 없다고 믿는 이들이 있습니다. 신이 존재한다는 과학적 증거가 없기 때문에 그렇게 믿는다고 하지만, 자기들의 믿음에도 과학적 증거가 없다는 것을 인식하는 이들은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신을 믿는 자들을 어리석거나 맹목적이라고 말하지요. 그 말은 착각이고 오해에 불과합니다. 신을 믿는 사람은 과학적 증거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신빙성 높은 역사적, 철학적, 경험적 단서들이 충분하다고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신빙성 높은 단서들에 근거해서 신이 없다는 것을 믿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요? 한편으로 신이 죽었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죽었다는 말은 이전에 살아 있었다는 뜻이고, 신은 그 본성상 죽을 수 있.. 2024. 10. 6. 이전 1 2 3 4 ··· 4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