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의 입춘
-유튜브 채널 개설-
지난해 11월 8일과 9일에 유튜브 채널 두 곳을 개설했습니다. 영어 채널 한 곳과 한국어 채널 한 곳입니다. 영어 채널명은 “Jesse’s HuBIL Centre”이고, 한국어 채널명은 “이 박사의 평행 세상”입니다. 영어 채널명 중 ‘Jesse’는 제 영어 필명이고, ‘HuBIL’은 ‘Humanities and Bible Integrated Learning“[인문학과 성경 통합 학습]의 준말로서, 이 표현 중 주요 단어들의 첫 글자들을 따서 만들었습니다. 후기 실증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이 판치는 현시대에 인간의 근본적인 개념을 탐구하는 인문학과 하나님의 계시에 뿌리를 둔 성경을 연결하여 현대인들의 인생 여정을 안내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채널이라는 의미입니다. 한국어 채널명 중 ’평행 세상‘이란 표현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임하신 이후에 시작된 ’오는 세상’[age to come]과, 현재 인류가 몸을 담고 살아가는 ‘이 세상’[this age]이 공존하면서도 서로 교차하고 중첩한다는 점에 착안해서 만들었습니다. 성서와 인문학의 공통분모 속에서 지성, 감성, 영성이 한데 어우러지는 향연의 한마당을 지향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에 각각 업로드되는 영상들은 오늘 현재까지 38개입니다. 영상에 포함된 내용은 여러분들에게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지금까지 이 블로그[“하늘과 땅이 만나는 성서인문학”]에 소개된 글들 중 선별해서 영상화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그 내용을 영상화해서 유튜브에 소개하겠다는 계획이 작년 말에 실행된 것뿐입니다. 그 시기가 제 예상보다 앞당겨진 데는 인터넷 기술의 급속한 발전이라는 측면이 연관됩니다. ‘딥엘[DeepL]’이라는 번역기와 ‘챗GPT‘라는 인공지능 프로그램, ’브루[VREW]’와 ‘클립챔프[Clipchamp]’라는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 ‘펙셀[Pexels]’라는 동영상 사이트 및 ‘미리캔버스(MiriCanvas)’ 라는 디자인 플랫폼들을 무료로 활용할 수 없었다면, 유튜브 진출은 훨씬 더 지연되었을 것입니다. ‘딥엘[DeepL]’은 한국어 원고를 영어로 초벌 번역해 주었고, ‘챗GPT’는 제가 손 본 그 번역본을 다시 다듬어 주었습니다. ‘브루(VREW)’는 제가 마이크를 앞에 두고 원고를 읽는 대신 인공지능[AI] 성우가 제 원고를 읽도록 한 후 그 낭독한 것을 제가 입력하는 동영상에 맞게 편집해 주었습니다. ‘펙셀[Pexels]’은 제가 그 원고 내용과 어울리는 동영상을 찾아 활용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었습니다. ‘클립챔프[Clipchamp]’는 제가 업로드한 동영상들을 하나의 동영상으로 통합하여 원고 낭독 시간과 맞추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미리캔버스(MiriCanvas)’는 유튜브 썸네일 제작을 도와 주었습니다. 이렇듯 제 유튜브 채널의 동영상은 전 세계의 많은 제작자들이 공들여 만든 다양한 프로그램을 활용한 결과물입니다.
제가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만들어 둔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작업하면서 든 생각이 있었습니다. 이 유튜브 영상 제작만 그러하겠는가? 제 인생 어느 영역이 이런 식의 외부 도움 없이 형성될 수 있었겠는가? 그러므로 자고하거나 교만하지 말아야 할 일입니다. 자기 업적이라고 자부하는 것 가운데 상당한 부분은 다른 이들의 기여에 의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도리어 겸손히 남들의 기여에 감사해야 합니다. 그리고 저도 기회가 되는 대로 기꺼이 다른 사람들의 일을 돕는 게 마땅합니다. 태초부터 인생은 이렇게 상부상조하며 살아가도록 조성되었습니다. 홀로 살지 않고 서로 돕고 도움받으며 삶을 영위하기를 하나님 아버지께서 원하시고 의도하신 것이지요.
-하나님의 몫과 내 역할-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이후 약 4개월이 지났지만, 구독자나 조회 수는 주목할 만하지 않습니다. 예상외로 한국어 채널이 영어 채널보다 그 수가 조금 더 많습니다. 아마도 전 세계적으로 영어 사용자 수효가 엄청나긴 하지만, 그만큼 영어 유튜브 채널 수도 한국어 것보다는 훨씬 더 많고 다양하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유튜브 채널 간의 경쟁도 대단합니다. ‘구독과 좋아요와 알림 설정까지!’를 주문하지 않는 유튜버를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이니까요. 한근태 작가의 말처럼 요즘 가장 희귀하고 가장 중요한 자원이 사람들의 관심이어서, 많은 이들이 그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어떤 짓이라도 불사할 태세가 되어 있다는 말이 실감이 납니다. 타인의 관심을 얻고 확보하는 일이 자신의 재력과 권력과 인기를 누리고 지속하는 필수요소가 되기 때문이지요. 이런 상황 가운데서 40여 권의 책을 집필한 한 작가는 자기를 알리는 데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자기 능력을 더 키우기 위해 진력하겠다는 뜻을 밝힙니다. 자기 책 내용이 괜찮다고 생각하면 입소문이 나서 알려지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아무리 애를 써도 그 책은 팔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작가로서 가장 두려운 상황을 지적합니다. “되지도 않는 소리를 한 책이 쓸데없이 알려져 자신의 찌질함이 천하에 알려지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래서 괜찮은 내용을 담은 책을 출간하여 자기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괜찮은 저자로 알려지고 싶다는 소망을 피력합니다. 그 이상은 자기가 할 수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다는군요. 지혜로운 조언으로 받았습니다.
제가 유튜브 활동을 시작한 이유는 블로그를 개설한 이유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 제게 복음이란 선물을 계시해 주셨을 뿐 아니라 인문학에 대한 흥미과 글쓰기 재능을 얼마간 허락해 주셨기에, 그 지식과 흥미와 재능을 활용하여 복음 진리에 목말라하는 이웃들의 깊은 필요를 채우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므로 제게 부여된 임무는 성경과 인문학 관련 지식을 지속적으로 누리면서 가장 효과적이고도 설득력 있는 방식으로 하나님의 공의와 사랑을 나누고 실천함으로써 하나님 나라를 선양하는 일입니다. 제가 쓴 글들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을지는 제가 관여할 일이 아닙니다. 남들의 몫이요, 하나님의 몫입니다. 블로그뿐 아니라 유튜브 활동에서도 제 몫과 남들의 몫, 하나님의 몫을 구분하는 게 그것들을 장기간 지속하는 데 필수적인 지혜라는 데 생각이 미칩니다. 제 생명 다하는 날까지 평생 학습은 지속될 것입니다. 하나님 아버지와의 긴밀한 교제 중에 성령께서 허락해 주시는 영감이 인도하는 대로 하늘과 땅을 잇는 글쓰기 작업을 계속 진행할 것입니다. 그 글들이 이웃들에게 어떤 반응을 얻을지는 하나님께 맡길 뿐입니다. 다만 저와 비슷한 성정과 성장 환경과 사고방식을 공유한 이들 중에 자기를 구원해 줄 진리를 찾고 알고 사랑하기를 갈망하는 한 영혼의 심금을 울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저는 족합니다.
-거제도 이주-
작년 말, 아내는 학교 사서직을 사임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매주 두 학교를 오가는 출퇴근과 늘어나는 업무량 처리로 인한 스트레스가 아내의 왼쪽 손가락 관절염을 악화시켰기 때문입니다. 아내는 지난 4년 반 동안 이 직책을 충실히 수행해 왔습니다. 지난 달 말로 그 직무를 마감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다른 곳으로 이주할 기회를 모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더 이상 학교 근무에 얽매이지 않게 되면서 거주지를 좀 더 유연하게 선택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처음 대구에 정착할 때도 얼마나 오랫동안 머무르게 될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언젠가 좀 더 한적한 곳에 가서 장기 정착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말레이시아에서 귀국하기 전부터 품고 있던 소망이었습니다. 교직에서 은퇴를 하고 성서인문학이라는 장을 새롭게 여는 데는 대도시라는 환경이 필수요소가 아니었습니다. 도리어 덜 번잡하고 공기도 맑고 아름다운 자연과 벗하기가 수월한 소도시나 시골이 장기적인 정착을 도모하는 데 더 지혜로운 선택지가 될 것이었습니다. 지난 몇 년간 가족들과 국내 여행을 하면서도 이런 장래를 꿈꾸며 각 지역을 좀 더 세심히 살필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돌아본 곳 중에서 제 마음에 쏙 든 곳이 한 군데 있었습니다. 거제도였습니다.
깨끗한 공기, 탁 트인 바다 전망, 고요한 산, 숨 막히는 경관으로 유명한 이곳은 혼잡하고 번잡한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고요한 안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게다가 임대료도 대도시인 대구에 비해 상당히 저렴했습니다. 같은 비용으로 훨씬 더 넓은 평수의 아파트를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보증금이 조금만 더 마련되면 달세도 내지 않고 지낼 수 있는 곳도 많았습니다. 저희가 경험한 첫인상이 지속된다면, 거제도를 영구 거주지로 삼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6년간이나 주님 안에서 교제하던 형제자매님들과 헤어지는 게 가장 안타깝습니다. 20여 년간 외국 생활하다 귀국한 후 함께 교제하기 시작한 저희를 따뜻하게 맞아주고 자상하게 돌보아 주신 많은 교우들 덕에 지난 6년이 참 행복했습니다.
거제도로 이주하게 되면 기대하는 바가 또 한 가지 있습니다. 일본의 경제학자이자 경영 컨설턴트인 오마에 겐이치가 한 말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인간을 바꾸는 방법은 세 가지뿐이다. 시간을 달리 쓰는 것, 사는 곳을 바꾸는 것,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것. 이 세 가지가 아니면 인간은 바뀌지 않는다. '새로운 결심을 하는 것'은 가장 무의미한 행위다.” 새로운 곳으로 이주함으로써 저희가 새롭게 변혁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셈입니다. 모쪼록 저희가 시간을 더욱 선용하여 긴밀하게 소통하며 하나님 나라의 일을 함께 도모할 수 있는 ‘의미 있는 타자들’과, 저희가 보람 있게 섬길 수 있는 공동체와 이웃들을 허락해 주시길 간구합니다.
-인류 역사의 입춘-
지난 달 초 어느 날 아침 산책을 나선 저는 싱그러운 바람을 맞았습니다. 그날 맞은 바람은 겨울바람이 아니라 봄바람이었습니다. 두꺼운 내복을 벗고 얇은 것으로 갈아입고 집을 나섰지만, 불어오는 찬 바람 속에는 이미 봄이 녹아 있었습니다. 그날 이후에도 찬바람이 불어댈 때가 없진 않았지만, 그 바람은 겨울의 발버둥질에 불과하다는 데 생각이 미쳤습니다. 돌이켜 보면 제가 그렇게 느끼도록 추동한 것은 아마도 그 전날이 입춘이라는 점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봄이 시작된다는 입춘 이후에 맞은 따스한 바람이었기에, 삼한사온의 ‘사온’에 해당하는 겨울바람이라는 생각보다는 시절의 변화를 견인하는 입춘의 바람으로 인식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성경은 우리에게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세상에 임하신 때가 바로 ‘역사의 입춘’이었다는 점을 일러줍니다. 인류 역사의 종말의 때이기도 했지만, 하나님의 나라가 개국되고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시점이었습니다. 그때 이후로 지난 2천 년간 인류 역사는 온갖 측면에서 부침을 거듭했지만, 하나님의 나라와 새로운 세상은 계속 진전해 왔습니다. 그리하여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세상에 다시 나타나시는 날, 이 세상은 변혁되어 새로운 세상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역사의 입춘’이 이미 도래했다는 것을 아는 이는 결코 이 세상 사정의 변화에 일희일비하지 않습니다. 그 영광스러운 ‘파루시아’(Parousia) 혹은 주님의 재림의 날에 초점을 맞춘 채, 오늘 하루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을 것입니다.
입춘의 바람을 만끽한 그날 읽은 시편 4:6-8이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주님, 우리에게 큰 복을 내려 주십시오. ‘누가 우리에게 좋은 일을 보여줄 수 있을까?’ 하며 불평하는 사람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주님, 주님의 환한 얼굴을 우리에게 비춰 주십시오. 주님께서 내 마음에 안겨 주신 기쁨은 햇곡식과 새 포도주가 풍성할 때에 누리는 기쁨보다 더 큽니다. 내가 편히 눕거나 잠드는 것도, 주님께서 나를 평안히 쉬게 하여 주시기 때문입니다."(새번역) 언제 어디서나 사람들의 관심이나 불평 거리는, "누가 우리에게 좋은 일을 보여줄 수 있을까?"("Who will show us any good?")입니다. 그렇지만 세상 어디를 둘러보아도 그들에게 선을 보일 자는 없습니다. 그들에게 선이란 햇곡식과 새 포도주입니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보장해 주는 게 선입니다. 그 누가 자기 햇곡식과 새 포도주를 남에게 선뜻 내어놓겠습니까? "내가 누구에게 선을 보이겠는가?"라고 질문하는 이는 이 세상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이 질문을 하지 않을 양이면, 세상 사람들에게 소망을 두지 말 일입니다. 대신 우리가 소망을 둘 곳은 오로지 '역사의 입춘'을 마련해 주신 우리 주님뿐입니다. ‘주님의 환한 얼굴’(the light of Your countenance)만 우리에게 비취면 됩니다. 그리하여 주님께서 우리 마음에 허락해 주시는 그 기쁨으로 우리는 이 세상 누구도 부러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이 세상을 순례할 것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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